북한 사회, 양극화 심화되고 시장 경제 빠르게 정착 중
북한 사회, 양극화 심화되고 시장 경제 빠르게 정착 중
  • 송승환 기자
  • 승인 2014.08.3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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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집권 이후 2년이 넘는 동안 북한은 개혁개방을 확대하고 집권세력을 대거 교체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급변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에 남한도 변화하는 북한의 상황을 연구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처럼 북한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하 통일평화연구원)에서 ‘북한 주민의 의식과 사회 변동’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호암교수회관에서 통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2014 북한 사회와 주민의식 변화: 김정은 집권 2년, 북한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된 연구 결과는 2011년부터 매년 실시해 축적된 네 번째 자료이며, 2014년의 조사 결과에는 2013년 1월 1일 이후 탈북한 새터민 149명이 조사 응답자로 참여했다.

▲ 중심에 사회자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이 있다. 그 외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4명은 발표자 정은미, 장용석, 김병로, 송영훈.
사진: 김희엽 기자 hyukmin416@snu.kr


심화되는 양극화와 시장화

최근 북한사회 변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심화되는 빈부의 양극화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생활의 경우(그래픽 ①) 상층 주민 출신 탈북자는 2013년에 비해 2014년에 쌀밥(쌀:100%, 강냉이:0%)을 먹는 비율이 크게 증가(80%→100%)했다. 반면 하층 주민 출신 탈북자의 경우 쌀밥을 먹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감소(14.3%→6.7%)했으며 강냉이로만 지어진 밥을 먹는 비율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48.6%→62.2%). 주거환경의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응답자 중 30.6%는 매매 가격이 100만 원(북한 원) 이하인 주택에 살았다고 답했지만, 19.4%의 응답자는 매매 가격이 천만 원 이상인 주택에 거주했다고 응답했다. 가구수입에서도 빈부 간 차이는 벌어졌다. 국가로부터 지급받는 생활비를 제외하고 장사나 부업을 통해 얻는 수입이 월 평균 100만 원 이상인 주민은 2012년에는 3.1%였지만 최근 2년간 급격히 증가해 2014년에는 13.8%를 차지한데 반해 월평균 0원인 주민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14.8% 수준에서 머물렀다.

 

북한사회에서 시장경제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제시됐다. 탈북자 70% 가까이는 북한에서 장사를 한 경험이 있었으며, 절반에 가까운 탈북자가 주된 수입을 얻기 위해 장사를 했다고 대답했다. 또 이들은 주된 수입을 위한 일거리 종사 시 가장 컸던 애로사항(그래픽 ②)으로 단속 및 뇌물(30.9%)과 사업자금의 마련(26.0%)을 꼽았다. 이에 대해 토론자 권영경 교수(통일연구원)는 북한의 경제구조가 제3세계와 유사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시장에서 주된 가계 수입이 발생하고, 양극화가 진행되며, 뇌물이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거래비용으로 여겨지는 현상은 제3세계에서 주로 나타나는 경제 구조이기 때문이다.

▲ 그래픽: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북한 주민 자본주의, 개혁개방 원해

한편 북한이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정책(그래픽 ③)으로 탈북자들은 자본주의의 도입(32.2%)과 외국과의 경제협력 확대(26.8%)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북한 경제가 어려운 이유(그래픽 ④)에 대해서는 최고영도자(74.5%)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에 대해 발표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경제에 대한 불만이 정치지도자에게 쏠리고 있는데 이것이 정치 상황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 최봉대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 주민이 인식하는 자본주의나 경제개혁의 개념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며, 남한의 영향을 받은 탈북자가 응답한 내용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자료 해석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는 북한 주민의 남한과 주변국 및 통일에 대한 인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남한을 협력대상으로 보는 북한 주민은 55.7%로 남한 주민이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생각하는 것(45.3%)보다 높게 나타났다. 발표자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이런 차이를 “북한은 주적을 남한이 아닌 미국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100%의 탈북자가 동의했지만 민족주의에 근거한 생각은 아니었다. 이들은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 ‘북한 주민이 잘 살 수 있도록’(46.3%)을 가장 많이 꼽아 경제적 이익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일 후 거주를 희망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0.1%가 남한을, 30.6%가 북한을 선택했다. 발표자 송영훈 부연구위원(통일연구원)은 “통일 후 대다수 북한 주민이 남한에서 살고 싶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가정과는 다른 결과”라며 “고향에서 정착해 살고 싶어하는 욕구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탈북자 출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북한 정치체제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두 가지 위험 요인으로 김정은이 암살당할 가능성과 권력층의 뇌물 수수 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주 기자는 자신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미 리더십을 소진한 김정은에 대해 암살 기도가 한 차례 있었는데 이것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고, 국가 중심의 통제에 저항하는 권력층이 뇌물로 엮여 서로를 감싸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자 통일부 김천식 차관과 통일연구원 김성철 전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관찰된 북한의 모습과 수집된 자료를 고려할 때 북한 체제가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 기자와는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발표된 조사 결과가 탈북자만을 대상으로 한 점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토론자 이교덕 선임연구원(통일연구원)과 최봉대 교수는 탈북자는 출신 지역이 국경 지대인 함경북도와 양강도에 집중돼 있고, 비교적 잘 살던 계층이었으며, 북한 내부의 주민에 비해 사상적으로 깨어있는 편이라며 이들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북한 주민의 의식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병로 교수는 「조선일보」에서 북한 내부의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와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점을 들며 탈북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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