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품은 사람들
나비를 품은 사람들
  • 신윤승 기자
  • 승인 2014.08.31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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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사람들에게 기억될 때에 비로소 역사가 된다. 그렇게 본다면 위안부 문제는 아직 역사가 되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피켓을 흔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역사관을 건립하기 위해 재능을 보태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일상 속에서 위안부라는 과거를 기억한다. 현재에 이 과거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미래에는 이 과거가 어떤 역사로 기록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을 『대학신문』이 찾아가 보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내는 하나의 목소리 - 수요시위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곳이 없다. 거리를 메운 노란 나비의 물결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매주 세계 최장 기간 집회기록을 경신중인 수요시위는 이날로 1,139회를 맞이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의 주도로 이날의 시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사진 찍지 마세요. 학교에 있다 나온 거란 말이에요.” 부채로 얼굴을 슬며시 가리며 웃는 여고생뿐만 아니라 할머니 손을 잡고 온 꼬마, 금실 좋은 노부부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다. 성별도 나이도 다르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간 - 위안부 역사관

 

전시관 내부는 어둑하다. 조용해야 할 그곳에는 저벅거리는 발걸음 소리,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잘못 지어진 것이 아니다. 옛날 위안부 할머니들이 골방에 갇혀 들었을 발걸음 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지은 것이다.

경기도 광주시 외곽에 위치한 민간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나눔의 집과 위안부 역사관이 나온다. 역사관을 관람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관람객들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하다. 전시관 내부에서 할머니들의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다양한 피부색과 나잇대의 관람객들. 서로 다른 곳에서 왔을지라도 이곳에서 그들은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며 하나가 된다.

 

 

모두의 손길이 모여 만든 공간 -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박물관의 취지를 설명하는 이지영 팀장의 눈빛에는 소신이 있었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시민들이 9년 동안 모금해온 돈으로 만들어졌다. 시민들의 기금만으로 만들어진 박물관 곳곳에는 위안부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흔적과 생각이 녹아있다. 박물관의 전시는 단순히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성폭력과 여성문제, 세계 각지의 분쟁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관람객들이 남긴 한 마디 한 마디로 가득 메워진 박물관의 외벽은 조금은 더 나아질 미래를 상징하듯 노란빛으로 가득했다.

 

 

일상에서 기억하기 - 희움

 

“사람들이 일상에서 항상 이 문제를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압화 작품으로 만든 제품들을 보여주며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유성 사업국장은 말했다. 위안부 팔찌로 유명한 의식 팔찌와 다양한 디자인의 에코백들. 시민모임이 런칭한 브랜드 희움은 이렇게 소박한 물건에서 출발했다.

희움의 수익금이 투입되는 곳은 대구에 지어지고 있는 역사관이다. 시민모임은 시민들의 후원금과 희움의 수익금으로 옛 일본식 건물을 사 12월 완성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위안부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의 완성이 기다려진다는 그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다시 듣는 할머니의 이야기 - 「소녀 이야기」 김준기 감독

위안부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그린 김준기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소녀 이야기」에는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할머니들의 음성 녹음을 토대로 캐릭터와 장면을 구성하는 과정,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수백 개의 장면을 3D로 하나하나 작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김준기 감독은 정서운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소녀 이야기」가 역사적 고증 문제에서 공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할머니의 증언과 실제 사실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증언을 계속해서 반복하시다 보면 그분들도 사람인지라 헷갈리시기도 하세요. 사실 전 그 기억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도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싶어요.” 「소녀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그는 작게 웃었다.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잊힌 과거의 문제들에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는 김준기 감독의 당부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 뮤지컬 「꽃신」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마포아트센터에서 뮤지컬 「꽃신」이 상연되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출연 배우는 물론, 제작 스태프들까지 모두 재능기부로 작품에 참여했고 공연의 운영은 대학생 응원단의 힘을 빌렸다. 1940년대 일제의 수탈이 계속해서 심해지던 때, 일본군에게 끌려간 남주인공 윤재와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여주인공 순옥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꽃신」은 뛰어난 작품성으로 여러 관객의 눈시울을 붉혔다.

“사실 제작비가 부족해서 힘들어요. 그렇지만 저희는 창작의 기쁨이라도 있잖아요? 할머니들은 이런 작은 기쁨조차도 느끼지 못하셨을 것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어요.” 무대 뒤에서 만난 김근한 연출의 말이었다. 넉넉지 않은 제작비 때문에 소품 제작과 의상 수정, 분장 대부분은 거의 배우들의 몫이다. 그러나 「꽃신」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얼굴은 힘든 기색 없이 밝기만 하다. “할머니들의 울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도,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할 것입니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이종서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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