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여야도 한목소리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약 150일이 지난 지금 세월호특별법은 진영논리에 따라 논란만 증폭될 뿐 실체적 진실은 가려지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논란의 핵심인 현행 특검제도의 한계와 수사권•기소권을 둘러싼 법적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특검에 대한 신뢰부족의 문제

수사권은 형사사건의 범인, 범죄 사실, 증거를 찾고 수집하는 활동, 즉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다. 기소권은 법원에 형사사건에 관한 심판을 청구하는 권리다. 검찰은 이런 수사권과 기소권을 형사소송법에 따라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수사권의 경우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에 의해 이미 관련 국가기관 공무원에게 부여되고 있다. 나아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민간 변호사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모두 부여될 수 있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이 그 예다.

세월호 참사에서 총체적 문제를 드러낸 집권층을 혁신하기 위해서 행정부 소속인 검찰보다는 집권층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민간이 수사와 기소를 맡아야 한다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특검만으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여당과 달리 유족과 시민사회계는 특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들은 특검은 임명 단계부터 그 한계를 보인다는 입장이다. 총 7명의 특검추천 위원회에서 3명은 각각 행정부(법무부 차관), 사법부(대법원 법원행정처장), 법조계(대한변협 회장)에서 자동 선출되고, 나머지 4명도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한다. 유족들과 긴밀히 소통해온 대한변협을 야당 측으로 분류한다 해도 현 법원행정처장인 박병대 대법관은 보수 성향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여야 특별법합의안에서 여당 측 추천위원에 대해 유족들의 동의를 얻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여당과 야당 4:3의 구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는 국회와 피해자 단체가 각각 8명씩 추천해 유족들의 의견을 더 잘 반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검의 구성도 정치적 힘겨루기를 통해 결정된다. 국회에서 특검 의결을 위해서는 개별 사안마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과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대상 및 기간 등 특검법 제정 자체가 정쟁의 연속일 가능성이 높다. 스폰서 검사 특검(2010)의 경우 여당은 수사대상을 스폰서 검사의혹과 관련된 진정•고소•고발사건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지는 새로운 사건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맞섰다. 수사기간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여당은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수사를 압축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야당은 1개월을 기본 수사 기간으로 하되 필요할 경우 20일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맞섰다. 이 외에도 특별검사 추천방식, 조사방식 등과 관련해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수사 대상과 기간을 정하는 데만 40일을 허비했다.

지나치게 짧은 특검의 수사기간도 문제다. 삼성 비자금 특검(2007~2008)의 경우 수사준비기간과 수사기간이 각각 20일과 최장 105일이었다. 내곡동 특검(2012)의 경우에는 각각 7일과 40일로 더 짧았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승인권을 갖고 있어 수사 기간을 연장하기도 어렵다. 청와대 인사와 관련한 의혹을 포함하고 있는 내곡동 특검의 경우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이 거부당했다.

4.16 특별법 법적 논란은?

유족들은 세월호 사건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해서 특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특검이 아닌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은 기존의 특검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유족들이 요구하는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4.16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법체계를 흔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상설특검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검사가 아닌 민간인에게 기소권을 주기 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회가 기존 특검법 대신 4.16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 헌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조사위원회가 법률적으로는 특검과 다를 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검도 도입 당시 법무부는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비판을 제기했지만 지난 15년간 실시되면서 지금은 특검에 대한 법률적 논란은 없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 역시 특검과 마찬가지로 검사가 아닌 검증된 법조인에게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제도다.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진상조사위원회 인사를 피해자인 유족이 추천하는 방식을 자력구제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자력구제는 국가만이 행사할 수 있는 형벌권을 개인이 사적인 물리력을 써서 직접 실현하는 행위, 예를 들어 범죄자를 응징하기 위해 직접 폭력 등을 행사하는 행위를 뜻하기 때문에 4.16 특별법과 자력구제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 유족이 요구하는 것은 세월호 선원이나 청해진해운 등 세월호 사건의 가해자를 직접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조사위가 직접 그들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결국 4.16 특별법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회선 새누리당 법률지원단장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양보할 수 없는 헌법 가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는 “피해자들이 직접 위원회에 참여해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권한을 가진 인물을 위원으로 추천해 위원회에서 활동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래픽: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여당-유가족간 합의 본격화

세월호 특별법은 꼬일대로 꼬인 여야 대치 정국에서 표류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여야의 특별법 합의안은 유족들이 원한 ‘수사권•기소권을 가진 진상조사위’에 대한 논의를 담지 못했다. 협상과정에서 청와대와 긴밀한 공조를 이루며 수사권•기소권 허용 불가를 강경하게 고수했던 새누리당과 달리 새정치민주연합은 유가족 의견수렴은 물론 당내 의견수렴에도 실패하며 이미 교섭력을 잃었다.

결국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의 결론은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손에 있다. 여야 합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여당은 유족들과 지난달 25일(월), 27일(수) 두 차례에 걸쳐 직접 면담에 나섰다. 여당은 야당과 세월호 가족들이 여당 몫 특검추천위원 후보군을 제시하고 여당은 그 안에서 2명을 선택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특별법합의안에서 여당 몫 의원 2명을 추천할 때 야당과 유족들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유족들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당-유가족 간 2자 협의가 본격화되면서 서로 불신이 해소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두 차례의 협상은 여당과 유족들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유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는 기존 의견을 고수했고 여당은 ‘불가’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달 29일(금)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현행 상설특검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협상안은 어떤 경우에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태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데 대해선 여당인 새누리당뿐 아니라 야당과 유가족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추석 전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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