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도 넓고 사람도 많은 서울대학교는 그만큼 사람들이 결집할 이벤트가 많지 않다. 하지만 여기, 서울대 구성원들이 모여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야구를 향한 열정으로 서울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스누리그’다. 이번 기사에서는 스누리그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살피고 스누리그만 가진 특징을 소개한다.

▲ 사진제공: 스누리그

하나가 되는 여정
관악엔 두 개의 야구 리그가 있었으니, 하나는 단과대 야구동아리가 모였던 ‘관악리그’고 다른 하나는 학과•반 단위 신생 야구 동아리가 모였던 ‘방학리그’다. 두 리그는 모두 방학에 열렸지만 도루 허용•불가와 같이 세부적인 경기 규칙에서 차이가 있었고 별개의 리그로 치러졌다.

이 상황에서 2007년 ‘스누리그’가 출범하자 서로 다른 두 리그는 통합할 기회를 맞았다. 서울대에 소속 10개 팀이 참여해 풀리그 방식으로 시작한 스누리그는 2년 뒤 학내 모든 야구 동아리를 아우르겠다는 목표로 방학리그와 관악리그를 통합해 재출범했다. 참여 팀은 20개로 늘어났고 이에 관악리그 11개 팀으로 이뤄진 A조, 방학리그 9개 팀으로 이뤄진 B조로 나눠 첫 통합리그가 치러졌다. 이듬해 스누리그는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출범하며 리그 규약을 전면적으로 개정했다.

그러나 새롭게 단장한 스누리그의 운영이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당시 소속된 팀이 많았고 실력 차가 존재했기 때문에 리그를 두 조로 나눠서 치렀다. 여기에 B조에서 1•2위를 한 두 팀이 A조의 최하위•차하위 성적을 거둔 팀을 대신해 이듬해 승격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기존 리그를 계승해 A, B로 나눠진 만큼 여전히 세부적인 경기 규칙이 달랐고 B조에 남아있기 위해 B조의 우승팀이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일부러 지는 일도 발생했다.

이런 마찰은 스누리그가 경기 규칙을 확립하며 해결되기 시작했다. 경기 규칙은 이미 선수들에게 익숙한 KBO의 규정과 야구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매년 개정됐다. 올해 달라진 부분은 기존 A, B조로 나누던 방식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개편했다는 점이다. 이금강 스누리그 사무국장(정치학과•07)은 “전체적으로 팀들이 야구를 잘하게 됐고 A, B조가 크게 다르지 않아 이들을 메이저리그에 통합했다”며 “연습이 더 필요한 팀이나 신생팀, 새로 가입한 팀들은 마이너리그에 두었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스누리그에 소속된 야구팀은 연건캠퍼스를 비롯해 총 33개로 메이저리그 26팀과, 마이너리그 7팀으로 나뉜다. 메이저리그는 13팀씩 ‘베리타스(A조)’와 ‘럭스미아(B조)’ 두 조로 나눠 각각 리그전을 치르며, 각 조의 8위까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후 플레이오프 1위 팀끼리 관악시리즈로 최종 우승을 가린다. 메이저리그 각 조의 최하위팀은 자동으로 강등당하고 차하위 두 팀은 경기를 해 패배한 팀은 강등된다.

마이너리그(C조)도 리그전으로 진행되며 상위 3개 팀은 메이저리그로 승격된다. 마이너리그 4위 팀은 메이저리그 차하위 팀끼리 대결에서 진 팀과 승강플레이오프 경기를 한다. 이 과정들을 거쳐 올해는 총 217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 손으로 만드는 리그
스누리그는 매년 리그를 시작하기 전 첫 번째 전체대표자회를 연다. 전체대표자회에서는 신규 팀의 가맹, 총재 및 사무국장 선출, 리그 준비를 위한 예산 결정과 같은 중요 사안을 구성원들이 함께 결정한다. 리그에 쓰일 예산은 회비와 가입금 등으로 구성되며 비용은 회원 팀들에게 균등하게 부담된다. 회비를 아끼기 위해 심판은 모든 팀이 돌아가며 보는데 심판으로 참여할 수 없는 팀은 추가 회비를 납부한다. 학교 차원의 비용 지원도 외부 스폰서도 없기에 그야말로 리그 운영만을 위해 자유롭게 쓸 예산이 마련되는 셈이다. 모든 일정이 끝나면 두 번째 전체대표자회를 열어 리그를 결산한다.

리그 운영의 핵심인 임원들도 가맹 팀 선수들의 참여로 구성된다. ‘우리만의 야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총재와 사무국장직에 지원할 수 있다. 임원은 전체대표자회에서 최종적으로 선출돼 학내외 스포츠 관련 단체들과의 연락, 각종 사무, 재무를 담당한다. 또한 스누리그 정관은 각 가맹 팀의 2명 이하로 당연직 이사를 둘 것을 규정하고 있다.

리그는 매년 2월 마지막 주에 시작한다. 3개 조 전년도 1위 팀 감독들이 커미셔너가 돼 각 리그의 경기 일정을 조절하면 이에 맞춰 정규 시즌이 진행된다. 매 경기의 심판은 제3팀의 선수가 담당하므로 외부 인력은 참여하지 않는다. 서울대에 소속된 경험이 있는 사회인들도 자주 참여하는 상황을 고려해 모든 경기는 주말에 치러진다.

정규 시즌 이외에도 관객들은 올스타전, 포스트시즌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올해부터 시작한 ‘스누나래 2014’는 참여 경기 수가 10회 이하인 선수들이 기량을 펼치게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물론 거대한 리그를 자력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도 많이 따른다. 대다수가 학부생인 만큼 재원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학교가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기에 금전적인 지원은 전무하다. 그래서 임원이나 커미셔너들에게 특별한 보상을 줄 여력이 없는 점이 선수들 사이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받고 있다. ‘학내 적당한 장소에 상설의 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정관에 중장기적 염원으로만 남아있다.

그러나 ‘스누리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야구를 즐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중이다. 2010년에는 노후화된 야구장을 개선하기 위해 ‘야구장 시설 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서울대생 2천여 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낸 결과 총장과 면담도 진행했다. 올해 공사가 끝난 경기장은 아직 그라운드 흙이 고르지 못해서 불규칙한 바운드가 발생해 부상의 위험이 생기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남아있지만 선수들은 보다 개선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사무국장은 “야구를 순수하게 즐기고 운영하는 게 스누리그의 핵심”이라며 “야구장 개선과 같은 활동은 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숨 막히는 스누리그만의 매력
스누리그를 처음 본 사람은 그 규모에 압도될 만하다. 2013년 10월에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누리그에 가입된 팀은 33개고 등록 선수는 1천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2개 팀이 준 가맹 자격에 있다. 이는 수도권 대학 39팀이 참여하는 ‘대학아마야구대회(AUBL)’와 비견될 수준이며, 단일 대학 리그로는 최대 규모다.

거대한 규모 못지않게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대학교 스누리그 정관’에 따르면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 교환학생, 교직원, 강사, 청원경찰 등 그야말로 ‘서울대에 적(籍)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팀을 꾸리고 스누리그에 합류할 수 있다. 선수들의 나이는 최소 96년생부터 최대 61년생에 이를 정도로 세대를 초월한다. 재외교포인 경제학부 야구부 ‘래셔널즈’ 김민섭 선수(경제학부•10)는 “스누리그는 매우 다양한 학문적 배경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며 “야구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 스누리그

저렴한 비용으로 학내 야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 사무국장은 많은 사립대 야구부가 본인들의 대학에 있는 야구장을 빌릴 때도 6회당 1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외부인보다 사용 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대 야구부 정환교 선수(조소과•12년도 졸업)는 “다른 대학 학생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멋진 야구장이 있고 학생이 운영하는 만큼 값이 많이 싸다”며 “야구장 시설과 리그 시스템을 본 교류학생들이 감탄을 하고 돌아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팀, 다양한 구성원과 경기를 즐기고 싶다면, 학내 야구 시설을 보다 쉽게 이용하길 원한다면 ‘서울대 전역’에서 사람을 모아 팀을 만들어 자유롭게 리그에 가입하면 된다. 남기정 스누리그 총재(체육교육과 박사과정 수료)는 “스누리그는 언제나 누구에게든 열려있다”며 “리그를 계속 발전시키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구성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올해는 야구장 공사가 갑작스럽게 연장되는 등 리그 시작이 많이 지연되는 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주말에 맑은 날이 많아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한글날에는 올스타전도 준비돼있다. 올해는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처럼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스누리그의 열정을 함께 느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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