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은녕 교수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대학은 참으로 신기한 기관(機關, institution)이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이를 확산하는 창구이자 우리 사회와 산업을 이끌어 갈 리더를 양성하는 곳이다. 언제나 파이오니어(pioneer) 정신이 넘친다. 남이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고, 남이 말하지 않는 주장을 하며, 또한 남이 해보지 않은 실험을 하는, 그것도 일상적으로 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그런데 한편 대학은 일천년이 넘게 인류의 역사 속에 존속해 온 오래된 보수적인 기관이기도 하다. 입학하고 수업을 들으며 졸업하는 절차나 교수와 학생과의 관계 등 그 형태가 대학의 역사 내내 거의 바뀌지 않았다. 매우 드문 일이다.

 

대학이 인류의 역사 속에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대학의 파이오니어 정신 때문일 것이다.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여 새로움을 추구하기에 일어나는 끊임없는 창조와 자기 혁신이야 말로 대학에서 밥 먹듯 일어나는 일이나 말이다. 물론 대학 역시 스스로 개혁하고 창조하지 않으면 도태되며, 그러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서울대는 이러한 노력에서 게을리 하지 않았고, 지금의 국가적, 사회적, 그리고 세계적 위상을 이루었다. 지난 역사 동안 서울대는 한국사회와 산업의 최고 인재를 양성하여왔으며, 이제 세계적인 대학들과 어느 정도 견줄 만한 연구업적과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는 계속, 그것도 빨리 변하고 있고 대학에 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발생하고 있는 변화는 대학 구성원의 엄청난 개척자 정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다. 산업혁명이 철도산업과 석탄산업의 발달을 이끌어 먼 거리를 가고 밤에도 불 밝히고 학습과 연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면, 정보통신의 발달은 아예 지금 있는 장소에서 전 세계 어디라도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부터 시작된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을 활용한 고급 콘텐츠 개발 및 확보 경쟁은 기존의 대학이 운영되던 체계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보인다. 최고 수준 대학의 강의가 전 세계 누구나 수강이 가능하게 되어 시간의 제약과 국경의 경계, 소득과 계층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외국으로 유학 간다’가 아니라 ‘내 집에서 유학 한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MOOC은 2011년 스탠포드대에서 실시된 공개강좌가 크게 효과를 보면서 시작되었다. 스탠포드대 교수 및 학생 중심으로 벤처기업의 형태로 Udacity, Cousera가 만들어졌으며, 곧이어 MIT와 Harvard대가 비상업적 플랫폼인 edX를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곧바로 유럽으로 이어져 프랑스는 2012년 FUN 프로그램을, 영국은 Future Learn, 독일은 iversity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서울대학교도 2013년에 edX에 참여하여 MOOC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학의 강의는 이미 책과 분필에서 디지털 파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이제 동영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동영상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정보통신망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이니, 이제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 세계 유명 대학의 명 강의를 손쉽게, 움직일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MOOC은 또한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 개발정책과 접목하면 전 국민이 평등하고 손쉽게 고급 콘텐츠를 집에서 골라 볼 수 있어 국민의 복지향상과 교육조건의 격차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가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면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MOOC을 통하여 서울대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며, 늦게 대응한다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재들을 외국 대학의 MOOC에 빼앗길 것이다. 지금, 서울대의 미래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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