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혜영 강사
체육교육과

나는 항상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설레는 마음이 생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의 느낌이랄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교양체육 양궁수업을 듣고 싶은 열정으로 신청하는 초안지 때문인 듯싶다. 개강 전 초안지를 통한 수강신청 문의를 하는 많은 학생들의 메일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감사하다. 다만, 장소와 장비의 한계, 수업의 질 관리 문제 때문에 ‘정원의 20% 까지만 당일에 받을 예정’이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마음 같아선 모든 학생들을 받아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우리 대학은 매학기 20여개의 교양체육 과목이 개설된다. 그 중 양궁은 타 대학에서는 개설되는 않는 이색적인 과목이다. 양궁은 올바른 자세와 몸의 균형 유지, 집중력과 자기 통제력 향상, 체력 증진 등 건강에 매우 유익한 운동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처음 경험하는 양궁은 개인운동이란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단체전 경기방식의 수업운영을 통해 2, 3주차가 되면 모든 학생들이 친해지고, 자연스러운 유대감이 형성되어 수업 중 최상의 양궁경기가 성립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모습은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과 맥락을 같이한다. 과거의 IQ와 EQ를 넘어서 미래 인재는 RQ(관계지수)가 중요시 되는데, 양궁수업을 통해 개인의 능력보다는 휴머니스트(humanist)적인 시각과 인간관계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담당교수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개개인이 모여 한 팀이 되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양궁경기를 즐기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책상 앞에서 느낄 수 없는 일종의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양궁 즉, 교양체육 수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학기 양궁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내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이 수업만큼은 ‘즐겁다’로 시작해서 ‘즐거웠다’로 끝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정말 힘든 학업 속에서 경쟁하고 지쳐있는 시간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쉴 수 있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시간, 함께하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학생들이 올림픽에서 24년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양궁을 경험하고 ‘양궁 전도사’가 됐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바램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수업 중 활시위에 맞아 왼팔이 피가 나도 참고 견디는 친구, 장애가 있음에도 휠체어를 타고 활을 쏘는 굳은 의지가 있는 친구 등 여러 악조건에도 포기하기 않고 도전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겠는가! ‘퍼펙트 골드’ 10점 만점을 목표로 반짝반짝 빛나는 학생들의 눈동자, 야외에서 뜨거운 햇살 아래 더위와 추위를 이겨내고 활시위를 잡는 학생들을 볼 때 나는 내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매학기 수업 전에 이런 친구들을 마주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정문을 들어서고, 돌아오는 길엔 내가 이 친구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 오는 것 같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이번 2학기도 “일주일 동안의 유일한 낙이 양궁수업이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의 기대가 무색하지 않도록 더 낮은 자세로 ‘행복한 교양체육’ 수업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교양체육 양궁 수업을 통해 체(體), 덕(德), 지(智)를 갖춘 미래의 핵심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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