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먹으면서 싸운다. 저 쓰레기들을 치워야 하지 않겠나”, “시체장사 하지 말라.” 세월호 참사 동조단식이 이어지고 있는 광화문광장 근처에서 열린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집회’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리고 이들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겉으로는 단식을 하면서, 뒤로는 몰래 치킨과 짜장면을 먹을 거라면서, 그들이 내건 펼침막 뒤에서 직접 그 장면을 연출해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자유대학생연합은 단식 농성장 앞에서 ‘생명 존중 폭식 투쟁’을 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여러 사람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짓인가”, “어떻게 저런 인성을 가질 수 있느냐”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과문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행위를 인간 이외의 다른 종이 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일들이고, 인간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맹자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누구나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즉 다른 사람의 불행과 고통을 그대로 보아 넘기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한 아이가 잘못해서 우물에 빠지려는 상황에서 사람이면 누구나 급히 달려가 그 아이를 붙들어 구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일이 잘못돼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또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는가. 세월호 유가족 및 지원 시민들의 경우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편 순자에 따르면, 사람의 본성은 방종하므로 그대로 두면 반드시 다투고 빼앗고 잔악하고 음탕하게 돼 규범과 질서가 무너져 천하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반드시 예의와 교화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본성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소인(小人)이며, 그것에서 벗어나 예의와 규범을 실천하는 사람은 군자(君子)가 된다. 순자의 설명을 들여다보니, 어떤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와 행위들도 이해가 된다.

▲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한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군자의 덕을 갖춘 사람들, 그저 소인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진도 팽덕항과 광화문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고, 인간된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단식에 참여하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삭발하고 유족들에게 엎드려 잘못했다고 빌기도 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규정하고 유족들을 노숙자로 몰아붙이기도 하며, 자식 잃은 슬픔에 40일 넘게 단식을 한 아빠의 신상을 털고,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그의 주치의 신상까지 캐내려 혈안이 돼 있다. 사건의 진실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히자는 소박한 주장에 대해 합리적·논리적 대응은 제쳐두고 흠집 내기, 꼬리표 붙이기 등 온갖 비열한 술수를 동원해 상대방을 조롱하고 능멸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이 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인간이란 존재의 보잘것없음에 좌절하다가도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아직은 더 많다는 사실 앞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보기로 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지났다. 세월호 유족들은 광화문에서, 팽목항 체육관에서 시린 몸과 마음으로 추석을 보냈다. 일부 사람들이 천륜과 인륜을 농락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의 적폐는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일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맡은 사람, 선장이면 선장이, 자기 책임을 다하고 인명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빨리 갑판 위로 올라가라는 이 말 한마디를 하지 않은 것이 엄청난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더 이상 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군자이자 선장으로서 박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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