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민달팽이유니온 원룸 관리비 실태조사

원룸 관리비는 법의 사각지대다. 대학가에 위치한 대부분의 원룸이 공동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비에 대한 규정을 담은 주택법 43조의 적용을 받지 않아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리비가 비쌀 뿐더러 전기, 수도 등의 항목별 사용량이 불투명하고 세입자들이 이에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원룸 관리비, 아파트보다 비싸?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민달팽이유니온은 6월부터 세 달간 원룸 관리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관리비의 원가를 구하고 온, 오프라인에서 원룸 관리비 설문조사를 했다. 오프라인 조사는 청년 1인 가구 밀집 지역인 관악구와 서대문구에서 실시했다.

원룸의 평당 관리비는 아파트에 비해 2배 가량 더 비쌌다. 관리비의 총액은 아파트의 경우 평당 5,613.3원인 반면, 원룸은 10,876.8원으로 나타난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전기비, 가스비 등의 개별 사용료를 포함한다면 차이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봤다.

특히 관리비 중 수도비가 과도하게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개 원룸 건물은 더 많은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학원, 독서실로 용도를 등록한 뒤 불법 개조한 건축물이 많은데, 이 경우 수도 단가가 주거용보다 높다. 또 건물 전체가 하나의 계량기를 사용해 세대별 수도 사용량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수도비가 비싼 원인으로 꼽힌다. 세대별로 수도 개별 계량기를 설치했을 때 한 가구에 부과되는 수도요금은 매월 4~5천 원으로 조사됐지만 청년 세입자들은 매달 평균 1만 원 정도를 내고 있었다.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도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대학가 원룸의 관리주체는 집주인인 경우가 대부분(62%)이다. 이 경우 인건비가 임대료에 포함돼있어 따로 낼 필요가 없지만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이 사실을 몰라 인건비를 이중으로 지불하고 있었다. 쓰지 않는 시설에 대한 관리비를 내고 있는 세입자도 있었다. 서울대입구역 부근에 사는 한 세입자는 방이 좁아서 TV가 없는데도 TV 수신료가 포함된 관리비를 내고 있었다.

세대별로 전기, 수도, 난방을 얼마나 사용하는가와 관련 없이 일률적인 비용을 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낙성대 부근의 한 원룸은 1년 동안 들어가는 총 관리비를 열두 달로 나눠서 매달 12만 원의 관리비를 걷는다.

더욱 큰 문제는 세입자들이 계약 당시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서 계약 전에 관리비의 항목을 듣지 못한 응답자는 27%, 금액을 듣지 못한 응답자는 12%에 달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원룸의 관리비 항목별 금액을 모르는 응답자는 전체의 절반 정도였다.

▲ 그래픽: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원룸 계약할 때 꼭 확인하세요!

원룸 관리비 문제, 해결책은 없을까? 아직 한국에는 원룸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 때문에 청년 세입자가 계약 단계에서 관리비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집주인에게 관리비의 금액과 항목을 물어보고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자. 이 문서에는 수도와 전기는 어떤 방식으로 설치했고 보일러의 사용연수는 얼마인지 등의 정보가 나오는데, 이를 표준원룸관리비기준표와 비교한다. 이는 청년 세입자들이 관리비를 비교할 수 있도록 민달팽이유니온이 만든 표다.

이미 원룸에 입주한 상태라면 자신이 살고 있는 건물이 불법 건축물이 아닌지를 확인하자. 일반용 또는 산업용으로 등록이 되면 수도비나 전기비가 비싸게 나올 수 있다. 건축물대장을 열람한 후, 불법 건축물이라면 해당 구청에 신고한다. 이로써 원룸이 합법 건축물이 되도록 하거나 건물주의 꼼수로 오른 관리비를 집주인이 내도록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세입자의 개인적 대응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원룸 관리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주택법이 원룸을 포괄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청년 세입자들이 세입자 모임을 만들어 연대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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