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교수(프랑스 파리경제대)가 방한해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마쳤고 그 소식은 각종 매체를 통해 퍼져나갔다. 그러나 유명한 석학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점 이외에 피케티의 방한이 갖는 의미가 있을까? 피케티가 최근 학술계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이론과 해법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피케티는 그의 책 『21세기 자본』에서 수학적 모델 연구에 치중하던 기존 경제학 서적과는 달리 긴 기간의 실증적 통계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역사적 연구를 수행한다. 이런 방식의 연구는 책에서도 언급됐듯 경제학자 쿠즈네츠가 먼저 시도한 바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통계자료를 분석해 불평등이 실제로 줄어들었음을 증명하고 이를 그래프로 표현한 바 있는데 이를 쿠즈네츠 곡선이라 한다. 이는 자본주의의 경제발전에 따라 불평등이 자연스레 사라진다는 설명을 내포했고 이에 따라 경제학은 분배문제에 소홀하게 됐다는 것이 피케티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쿠즈네츠는 이런 불평등의 자동조정 작용을 부정했다고 한다. 「한겨레21」 제1018호에 실린 기사 ‘쿠즈네츠는 쿠즈네츠 법칙을 부정한다’는 쿠즈네츠가 불평등을 줄이는 힘이 저소득층의 정치적 지위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고 전한다. 즉 고통받는 하위계층이 정치적 행동을 통해 제도를 변화시켜야만 비로소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케티도 역시 경제법칙이 불평등을 자동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는 누진적 소득세 등의 제도를 도입해 이를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 사회에서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정책이 통과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지난 대선을 지배한 의제가 ‘경제 민주화’였던 것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에도 불평등으로 인한 불만이 쌓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몇 해 전의 법인세율 인하를 비롯해 최근 담배값 인상과 관련된 간접세 논란은 피케티가 강조한 누진적 세제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피케티의 이론과 방안을 무턱대고 따를 수는 없지만 그가 제시한 방안과 우리의 정책이 정반대라는 점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존 학계가 피케티의 이론적 성과를 완전히 흡수한 것 같지는 않다. 아직 그의 이론이 완전히 반박되지도 긍정되지도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5월 한국은행이 피케티 비율을 산출할 수 있는 통계치를 발표했지만 그 수치가 어떻게 해석될지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 자본』 한국어판의 출간은 크게 반길 만하다. 피케티의 이론과 방안이 옳든 그르든 학계에 준 충격에 걸맞게 잘 분석된다면 실제 사회의 불평등을 다루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케티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이슈에 그치지 않고 불평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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