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도시, 인권 실현의 새로운 이정표로 주목 받아
인권도시, 인권 실현의 새로운 이정표로 주목 받아
  • 송승환 기자
  • 승인 2014.09.21 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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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한국인권재단 「지방정부와 인권 연구보고서」,「2014 한국 인권도시 백서」

지방정부가 인권 보장의 중요한 행위자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의 ‘서울학생인권조례’나 안산시의 ‘외국인인권조례’와 같이 지방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그 지역 주민의 인권 실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4월 모든 지방자치단체에게 인권조례를 제정하라는 권고안을 채택하면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광주광역시와 우리 정부가 주도한 ‘지방정부와 인권 결의안’을 UN 인권이사회가 채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한국인권재단은 「지방정부와 인권 연구보고서」와 「2014 한국 인권도시 백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인권도시’의 등장 배경과 주요 개념, 국내외 인권 관련 행위자의 활동 사례가 소개돼 있으며, 백서에는 2012년부터 부쩍 늘어난 국내 인권도시의 현황과 흐름이 정리돼 있다.

인권도시(human rights city)는 세계인권선언 등으로 보편화된 인권의 개념을 지역 차원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의미한다. 때문에 인권과 도시가 어떤 관계로 결합하는가에 따라 인권도시는 다양한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적용되는 인권도시 개념에는 국가가 헌법상 보장해야 하는 인권에 대한 의무를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는 ‘도시에서의 인권’과 도시 공간에 대해 도시 거주자가 참여하고 전유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이 혼재돼 나타난다.

▲ 그래픽: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인권도시는 구성요소에 따라 네 차원으로 구분된다. 누가 주도하는지에 따라 시민사회와 지자체 행정당국으로 구분할 수 있고, 실현 정도에 따라 운동과 제도화로 구분이 가능하다. 이 중 지방자치단체 행정당국이 주도하는 운동은 규범(조례, 헌장 등)이 되며, 제도화 행위로는 인권제도와 정책이 있다.

현재 서울시는 규범의 차원인 서울시 인권헌장의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후보로 나선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서울시민 권리선언’을 발표했고, 당선 이후 관련 규범을 정비해 나갔다. 그 결과 서울시에는 인권팀이 신설되고, 인권기본조례가 제정됐다. 최근 준비 중인 서울시 인권헌장은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시민의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서울시 인권담당관실 천세은 주무관은 “인권헌장 제정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서울 시민을 공개모집했는데 경쟁률이 10:1이 넘었다”며 “시민 150명과 전문위원 30명으로 구성된 제정위원회는 다른 지역과 해외에서도 찾기 힘든 사례”라고 강조했다.

인권 제도가 눈에 띄는 인권도시는 광주광역시다. 광주광역시는 2010년 8월 국내 최초의 인권전담부서 ‘인권담당관실’을 설치했다. 인권담당관실은 시민을 대상으로 인권 문화·교육 행사를 개최하고, 인권 침해 및 차별을 당한 시민을 구원하는 인권옴부즈맨 제도⁎ 등을 운영해 광주광역시의 인권 보장 수준을 높이고 있다. 광주광역시 인권담당관실 유근종 인권옴부즈맨 지원담당관은 “인권담당관실의 설치로 인권 보장을 위한 여러 구체적 실천들이 이뤄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작은 부분까지 인권 상황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인권 정책의 대표적 사례로는 서울시 성북구의 ‘인권영향평가’가 꼽힌다. 2012년에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성북구가 최초로 실시한 인권영향평가는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이 주민의 인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평가해 부정적인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평가 제도다.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실시한 투표소 인권영향평가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투표권 개선을 크게 도운 사례로 알려져 있다. 성북구 인권팀 김진행 감사담당관은 “현재 인권영향평가는 장점이 많지만 사전적 평가에 그치는 점이 단점”이라며 “앞으로 사후적 모니터링, 옴브즈맨 제도 등을 마련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의 인권도시는 짧은 기간에 양적으로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에 여러 한계가 있다. 보고서에서는 위로부터의 정책 수립에 비해 아래로부터의 시민 참여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직접 참여해서 실질적 변화로 만드는” 주민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권도시의 추진이 특정 지방자치단체 장이나 정당의 고유 사업에서 벗어나 초당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필요성도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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