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총학)에서 지난 5일(금)부터 ‘발전기금 BREAK’프로젝트를 구성하고 학내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대학신문』 2014년 9월 11일자) 이번 프로젝트는 발전기금을 포함한 서울대의 재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학내 구성원이 알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법인화 이후 학내 구성원들은 대학의 자율성을 위해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서울대의 재정이 어떤 경로로 확충되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학신문』에서는 법인화 이후 변화된 재원 확보 방안과 회계시스템을 살펴보고, 회계 구성과 재정 활용에서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대의 파이는 어디서 오나?

 

서울대의 재정은 크게 등록금, 국고출연금, 발전기금이나 산학협력단 등의 전입금으로 이뤄져 있다. 등록금과 국고출연금은 법인회계에 포함되며, 발전기금과 산학협력단은 법인 외 회계에서 관리한다. 등록금은 법인회계 수입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등록금의 금액은 본부와 학생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1차 심의를 진행하고 이후 재경위원회를 통해 2차 심의과정을 거쳐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된다. 등록금은 2009~2011년 3년간 동결됐고 201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5%(학부), 0.25%(학부, 대학원) 내렸다. 국고출연금은 법인회계 수입의 약 50%로 서울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고출연금은 2011년 약 3,385억 원, 2012년 약 3,102억 원, 2013년 약 3,697억 원으로 규모 자체의 변화는 적었지만, 비중은 46%에서 48%, 54%로 늘고 있는 추세다. 정부로부터 인건비, 운영비, 연구비 등 항목별로 국고출연금을 지원받아 운용해야 했던 이전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총액예산제를 실시하면서 출연금 내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전입금을 법인 외 회계에서 법인회계의 예산으로 편성하는 금액인데, 대부분의 전입금은 발전기금에서 편성된다. 발전기금은 학교로 들어오는 기부금을 관리하는 별도법인이다. 발전기금의 자산규모는 2011년 3,427억 원, 2012년 3,496억 원, 2013년 3,781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편 발전기금은 텝스(TEPS), 임대사업 등의 수익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수익사업은 기술지주주식회사(기술지주회사)와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법인화법에 따라 교육·연구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수익사업을 벌여 수익금을 학교 경영에 충당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지주회사와 산학협력단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기술지주회사는 서울대가 연구·기술을 통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이를 통해 연구개발 및 연구역량 제고를 위한 재투자를 담당하는 회사로, 밀크플러스(우유), 닭터의 자연(닭) 등이 기술지주회사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속한다. 그러나 기술지주회사는 기틀을 다지고 있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자회사로부터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 산학협력단은 산업계와 학계의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기획 조정, 연구관리 및 연구 성과의 확산까지 전반적인 사항을 총괄 책임지고 지원하는 기관으로, 주로 특허 이전을 통해 수익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별도법인인 산학협력단 회계를 살펴보면 산학협력수익은 2011년 약 356억, 2012년 약 566억, 2013년 약 1,139억으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장짜리 대차대조표?

지난 6월 교육부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및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통해 서울대의 예·결산 공시를 개선했다. 이는 법인화 이후의 재정공시가 법인화 이전만큼 충실하지 못하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공립대 공시규정에 의해 재정공시를 했던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자체적인 재정공시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인회계의 예산 및 결산 내용을 공시하게 됐다. 그러나 ‘사립학교법’과 동법시행령 그리고 부령을 통해 구체적인 공시 기준이 존재하는 사립대와는 달리 국립대학법인은 교과부 장관이 공시 기준을 공문으로 전달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부재해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한을 넘기고도 학교 홈페이지(www.snu.ac.kr)에 예산안을 공시하지 않거나 법인회계를 문서 2장으로 줄여 공시하는 등 ‘부실공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교육부에서는 국립대학법인에 대한 예·결산 공시가 사립대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개정안의 공시규정 또한 교원의 종류별 인원과 같은 ‘산출근거’가 포함되지 않아 공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법인회계의 경우 공시규정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나타나는 반면 발전기금, 산학협력단 등의 법인 외 회계는 여전히 공시규정에서 제외돼있어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인 외 회계는 공익법인결산서류공시시스템(npoinfo.hometax.go.kr)을 통해 별도로 예·결산안을 공시하지만 구체적인 지출 내역이나 수입항목의 현황은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대자연) 양기원 위원장(서양사학과·08)은 “법인회계의 경우 국정감사의 대상이기 때문에 투명성을 기대할 수 있으나 법인 외 회계의 경우 기부금의 수입과 지출, 대차대조표 등 공익법인 공시시스템에 공시하는 자료를 제외하고는 감사의 의무가 없어 투명성에 의문이 든다”며 “공익법인 공시시스템에 올라오는 자료도 부속명세서 등의 세부 지출 근거는 공시되지 않아 공시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발전기금의 경우 기부금 운용 내역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 기부금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되고 그 수익률이 얼마인지, 기부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등에 관한 자료가 공시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기금 운용 성과와 자금의 사용처 등을 빠짐없이 공개해 기부를 유도하는 하버드대나 조지아 공과대 등의 미국 대학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발전기금, 산학협력단 측은 법인 외 회계는 서울대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법인이기 때문에 서울대의 공시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발전기금 최충림 행정실장은 “어느 기관이나 공시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를 외부에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법인에 주어진 규정과 지침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법인은 서울대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어 서울대와 별개의 집단으로 보기 어려운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발전기금의 경우 이사회 15명 중 과반수인 8명이 서울대 본부 임원으로 구성돼있고 발전기금 기금본부와 TEPS사업본부의 본부장 또한 서울대 교수가 맡고 있다.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전기금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전입금 책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익법인결산서류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발전기금은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가면서 고유목적사업은 40억 원 줄이는 반면 수익사업은 100억 원을 늘리는 등 자체적으로 자산규모를 늘리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부금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발전기금의 총량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기금은 ‘저금리로 인한 수익 악화’와 ‘목적을 지정한 기부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이유로 전입금으로 58억 원을 책정했던 2013년 예산안과는 달리 올해에는 전입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최충림 행정실장은 “발전기금은 근본적으로 기부금으로 기금을 조성해 기부자의 기부 목적에 따라 사용된다”며 “자체 수익이나 과실금을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학교 운영에 지원하며 기부를 받을 때 대학에 위탁한 기부금을 학교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저금리로 수익이 악화됐기 때문에 본부에 전입금을 편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자연 양기원 위원장은 “발전기금의 자산규모를 볼 때 단순히 금리가 낮아졌다는 점은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목적을 지정한 기부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몇 년째 되풀이되는 본부의 변명”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서울대의 재정공시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예·결산안 모두에 산출근거를 공시하도록 공시규정을 강화하고 서울대 구성원으로 이뤄진 별도법인회계까지 국립대학법인 법인회계 공시대상에 포함시켜 각 회계의 수익금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회계 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재정 독립? 정부의 지원이 먼저

서울대 재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조항에 따라 국가는 안정적인 대학운영을 위해 서울대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법인화 당시부터 시작된 재정 확충 방안에 대한 고민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인화 당시 본부는 서울대의 예산 규모와 국가의 재정책임 분담비율을 2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것을 목표로 했다. 2009년에 발간된 ‘서울대학교 법인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법인화의 모델인 동경대와 싱가포르국립대의 경우 2005년 국가의 재정지원금이 전체 예산 중 47%, 50%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서울대는 당시 통합재정수지를 기준으로 국가의 재정 책임 분담비율이 26% 수준이며 예산총액 규모 또한 두 대학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법인화 이후에는 예산 규모와 국가의 재정지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에서 국고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46%에서 2013년 54%로 늘었지만 절대적인 액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예산과 정순호 담당관은 “국고출연금의 경우 물가상승률과 고등교육 증가율 등을 반영해 증액하고 있지만 정부가 산출기초를 심의하며 감액하기도 한다”며 “발전기금 등 별도법인의 규모 확장을 이유로 출연금을 줄이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재정 자율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 증액이 필요하다.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국립대학법인의 설립 주체는 국가이기 때문에 일차적인 재정책임은 국가에 있다. 일본의 경우 국립대를 법인화한 2004년 이후 정부보조금을 꾸준히 증액해 국립대학법인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기반적 경비로 지원하는 운영비교부금은 매년 줄었지만 과학연구비보조금, 대학교육개혁지원금 등은 증가해 대학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으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국립대학법인들은 학생등록금 수입을 2004년 14.6%에서 2008년 13.0%로 오히려 줄일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법인화를 이유로 국고출연금 지원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재정자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하면서 이를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또한 해결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국립대학법인에 지원하는 국고출연금을 줄이려 하고 있다. 정 담당관은 “정부가 이월금액을 명목으로 감액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별로 배정되는 예산도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서울대는 국고출연금 확보를 위해 자체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고출연금은 5월까지 교육부의 확정을 받은 후 9월 초까지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받아 이후 국회에서 최종 확정을 받는다. 이때 본부 재정전략팀의 예산과는 국고출연금 확보를 위해 해당 기관에 직접 찾아가 사업설명회를 하는 등 국고출연금 삭감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2015년 국고출연금의 경우 정부안은 약 4,417억 원으로 확정됐지만 아직 국회 최종 확정이 남아있다. 정 담당관은 “교육부의 확정을 받기 3달 전부터 교육부에 사업설명을 하는 등 국고출연금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받을 때에도 해당 부서에 예산안 설명을 하는 등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재정 확보는 어렵다”고 말했다. 성낙인 총장은 안정적인 국고 출연금 조달을 위해 매년 일정량의 증액이 가능하도록 입법조치를 강화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한 방안은 부족하지만 재정 운영의 자율성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 올해부터 총액예산제를 시행하면서 서울대는 법인화 당시 기대했던 예산의 자율적 편성·집행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등 항목별로 정부에 보고해 심의를 거쳐 출연을 받는 형식으로 국고출연금을 운영했다. 출연금은 해당 사업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불용액이 생겨도 다른 항목으로의 이전이 불가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총액예산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해 산출기초를 정부에 제공하기는 하지만 평의원회와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다른 사업에서 남은 불용액을 다른 사업에 사용할 수 있게 돼 항목별 예산 간의 장벽이 사라졌다. 이를 통해 사업의 진행 추이에 따라 유기적으로 예산을 증감할 수 있어 자율적으로 예산 운용이 가능하다. 정 담당관은 “총액예산제를 시행하기 이전에는 사업별로 예산 심의를 받아 각 사업에 배정된 금액만을 출연 받고 사용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총액예산제를 통해 사업 편성과 예산 집행에서의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액예산제를 시행해 재정 운영의 자율성을 일부 확보했다고 해도 재정 확보를 국고출연금에만 의존하고 있어 정부에 사업별 예산을 하나하나 심의 받는 등 재정 운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재정 구성의 다양화를 통해 대학이 타 기관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정을 늘려가야 한다. 국가로부터 행정과 재정의 자립을 이뤄내는 것이 법인화의 취지인 만큼 재정 독립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산학협력을 통한 수익사업, 안정적인 기부금 확보 등 재원을 다양화해 재정 구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서울대가 스스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진정한 ‘재정 자율성’을 꾀해야 한다. 일본의 국립대들은 법인화 이후 정부부처가 발주하는 연구프로젝트 수주와 기부금을 비롯한 외부 지원 적극 유치, 부속병원 수익 증가를 통해 자체 수익을 증대시켰다. 싱가포르국립대도 기금 모금을 통해 기부금을 지속적으로 증액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익을 늘려갔다.

물론 대학이 ‘교육과 연구’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수익 창출에만 매달려 기업화될 것이라는 걱정과 수익 증가를 위해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때문에 자율적인 재정확보가 어려운 현재 상황을 고려한다면 국고출연금을 확보하면서 대학의 원래 취지인 교육과 연구 부문을 연계·지원하는 방향으로 자체적인 재정 마련을 위한 기틀을 잡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정 담당관은 “현재로서는 대학이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자구책이 한정돼있다”며 “재정 자립의 과정에서 학교의 기업화가 우려되지만 한편으로 ‘대학’이라는 기관이 갖는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두고 교육과 연구에 보다 매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액예산제부터 발전기금까지 다양한 재정 관련 사안이 주목받고 있는 만큼 서울대는 앞으로 어떤 재정전략을 펼쳐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픽: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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