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모든 것은 소비다

모든 것은 소비다
볼프강 울리히 저
김정근, 조이한 역
문예출판사 l 264쪽
1만 6천 원

 ‘완판녀’라는 말이 있다. 유명인이 어떤 제품을 공개적으로 사용하고 이로 인해 해당 제품의 수요가 급등할 때 쓰이는 이 말은 소비자가 상품의 기능만큼이나 그것의 이미지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유명인이 사용했다’는 이미지의 소비가 소비자에게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주진 않는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제품의 이미지가 거짓말임에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 맹목적인 것일까? 『모든 것은 소비다』의 저자 볼프강 울리히는 거짓과 허구는 엄연히 다른 것이며 소비품을 거짓말이 아닌, 미적 허구로서 향유되는 유사예술작품으로 볼 때에만 위와 같은 현상이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소설이 허구인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감정을 이입하고 즐겁게 읽는다. 저자는 소비자가 소비품을 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소비품에 부여된 이미지가 허구임을 알면서도 소비자는 제품에 감정을 투사하여 본래 이미지 이상의 허구를 ‘향유’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콜렛 제품인 누텔라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과장에도 소비자는 기꺼이 제품에 의한 행복감을 기대하고 피곤한 날 누텔라를 먹으며 활력이 생기는듯한 느낌을 적극 활용한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소비품의 사진을 찍고 자세한 후기를 적으면서 미적 감수성을 표출한다. 이와 같이 소비자는 제품의 이미지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연출가가 되고 소비품은 유사예술작품의 위치에서 다뤄지게 된다.

오늘날 소비자가 미적 감수성을 토대로 소비품과 감정적 상호작용을 한다는 관점은 소비로부터 나타나는 미학적 문제의 이해를 돕는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비싼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왔다고 생각해보자. 이 코트에는 ‘드라마에서 보니 예뻤다’는 이미지가 겹쳐지며 소비자는 이 옷을 통해 얻을 좋은 기분, 미적 만족감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소비자가 돈이 없기 때문에 그 옷을 사지 못하고 바로 앞에 그 코트를 입은 타인을 보게 된다면 소비자는 감정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즉, 소비자가 소비품을 통해 개인적 감정을 누리고 미적 자아를 표현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타인이 누리는 감정적, 미적 경험을 경제적 이유로 동일하게 누리지 못할 때 소비자는 소득격차로 인한 소비의 불균등을 감정적, 미적 소외 현상까지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소비의 미학적 측면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짚어내며 소비품에 대한 미학적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저서에서 상품 미학적 교육의 구체적 접근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런 불확실성은 오늘날까지 상품소비에 대한 미학적 고찰이 전무했다는 사실과 그러므로 섣부른 판단이 아닌 진지한 논의의 시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책이 소비의 감정적, 미적 측면에 대한 관점의 제시를 넘어 소비자가 상품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소비능력을 자각하고 상품 미학적 교육을 점차 구축해가는 시발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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