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장애예술문화교육: 정형과 비정형의 교차

‘장애인들이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하기 위해선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이들이 주축이 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6일(금)에 그간 진행된 사업들의 발전 양상과 실태를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 ‘장애문화예술교육: 정형과 비정형의 교차’ 포럼이 사회대 신양정보학술관(16-1호)에서 열렸다.

▲ 심보선 교수가 주제 강연을 하고 있다. 사회대 신양정보학술관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는 많은 청중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 까나 기자 ganaa@snu.kr

주제 강연을 맡은 심보선 교수(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는 1부에서 피에터 브루헐의 회화 「아이들의 놀이」와 「카니발과 사순절 사이의 싸움」을 가지고 ‘놀이와 절제 사이의 긴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심 교수는 “이전엔 축제로 대표되는 카니발적 방식이 삶의 전반에 침투해 있었다”며 “중세에 놀이를 자유롭게 즐기는 삶이 우위를 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사순절의 역습’이 시작됐고 놀이는 축제처럼 일정한 틀 안에서만 즐기도록 허락된 채 오늘날까지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놀이를 장려하는 기획조차 자유로운 놀이를 방해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며 장애인들의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할 때, 의도적으로 ‘공백’을 남겨둘 것을 요구했다.

이어 비영리예술단체 로사이드 최선영 기획자는 장애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고자 놀이를 소재로 기획한 ‘비정형적 시도들’을 소개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다루기 쉬운 재료로 그들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던 ‘인터뷰 게임’, ‘지금 바로 OX 퀴즈’ 등을 보여줬다. 또 다른 사례로 장애인들이 그들의 장애를 밑거름으로 ‘창작자’로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놀이를 즐기는 ‘어떤 아트 투어’ 프로젝트를 들었다.

성연주 씨(사회학과 석사과정)는 정형화된 형식을 갖춰온 기존의 장애문화예술교육들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 대표되는 공공 영역이 비교적 다양한 분야를 지원해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공공 영역에선 관련 기금이 불안정하게 조성되고 지원 사업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장애문화예술교육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예비후보군 양성, 체계적인 연주팀 구성, 직업 재활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갖춘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성공적인 민간 사례로 소개하며 공공 영역의 방향을 제시했다.

2부에는 민간 및 공공기관 전문가 5명에게서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의 실태와 전망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강남장애인복지관 손미애 씨는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 시도되는 여러 비정형적 실험들에 공감한다”며 “이는 교육 자체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강득주 매니저는 장애예술가, 장애인 유아, 장애인 부양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각각의 문화예술교육을 소개하며 예산 압박과 자생적 사업 지속 문제 등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화예술위원회 이민하 씨는 “관련 교사 확보를 위해 역량강화사업을 진행 중이나 전문적인 강사풀이 부족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포럼을 주최한 장애인문화예술교육 실태조사 연구팀 주윤정 씨는 “2000대 후반 이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앞으로의 정책 수립 및 기반 확대를 위해 담당 기관들을 비정형으로 묶었고 포럼의 이름으로도 정했다”고 의의를 설명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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