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봉박두3: some」의 첫 상영회를 취재하러 가는 길. ‘게이들이 많이 올 텐데, 혼자서 외로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잠깐 들었던 것을 미리 고백한다. 하지만 상영관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벌써 나의 걱정은 괜한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아트시네마를 꽉 채운 퀴어들이 삼삼오오 수다를 떠는 모습이 매우 친근했기 때문이다. 서로를 ‘언니’라 칭하고, 오늘의 의상컨셉을 칭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겉보기에 게이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일반(이반이 아닌 사람을 칭하는 용어) 커플도, 여성 관객도 있었지만 벌써부터 정겨운 분위기 때문인지,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게이 관객’이 된 기분이었다.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될 것처럼 상영관에 불이 꺼지더니, 갑자기 남자 셋이 무대 위로 올랐다. 곧이어 음악이 흐르고 그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수줍어하는 남성 둘, 웬만한 여성 뺨치는 미모를 자랑하는 남성 하나로 구성된 인기 댄스 그룹 ‘낙시스’는 걸그룹 노래에 맞춰 수준 높은 웨이브를 구사했다. 그러니 관객들이 그들의 몸짓 하나에 환호하고, 포복절도하는 건 당연지사. 나는 아까 본 미모의 여성이 남자라는 데 한 번, 그리고 퀴어들이 이렇게 유머러스하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물론 그 날 상영된 영화는 아마추어들의 작품답게 어설픈 구석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설픈 구석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더구나 ‘튀는’ 장면들마다 큰 소리로 웃어대는 관객들 덕분에, 나도 부담 없이 배꼽잡고 웃을 수 있었다. 스킨십이 나올 때는 같이 긴장하고, 인물들의 고민의 무게가 무거워 보일 땐 같이 침묵을 지켰다. 약 80분의 시간 동안 ‘우리’들은 같은 공기를 공유하며 영화에 푹 빠졌다. 그리고 그렇게 7편의 영화가 모두 끝난 뒤엔 관객들의 긴 박수가 이어졌다. 그것은 영화를 만든 7명의 감독에게 보내는 격려의 박수이기도 하고, 동시에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해준 다른 관객들에게 보내는 고마움의 박수이기도 했을 것이다.

상영회 후 이어진 애프터 파티에서도 그들의 낭랑한 웃음은 여전했다. ‘작업가능’ 스티커를 붙인 채로 애프터 파티를 즐기는 게이 관객들은 그들의 아지트인 종로3가에 있던 탓인지 자유로워 보였다. 또 그들은 외부인인 내가 이 파티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주었다. 어쩌면 그건 게이들이 소수가 느끼는 소외감에 관한 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가능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3년째 프로젝트를 기획한 최영준 영화강사는 “영화는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스며들 수 있는 매체”라며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운동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화부 기자로서, 나는 문화가 그 사회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게이봉박두’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기를. 그리고 게이들의 유머감각이 널리 알려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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