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독일의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

▲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친환경 생태도시(Eco City)는 기존의 산업화와 도시화 발전 정책이 생태학적 이유에서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으며, 단순히 인간이 살기 좋은 도시를 넘어 인간과 생태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생태도시가 도시화와 산업화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제3의 도시를 만들려는 계획은 아니다. 생태계의 순환 원리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도시를 운영함으로써 인간 활동의 모든 부분에서 생태계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친환경 생태도시의 핵심이다.

대구, 울산, 광주 등 우리나라 여러 도시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2004년 ‘솔라시티 대구’를 선언하고 대구를 녹색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울산광역시도 ‘푸른 울산 가꾸기 도시녹화 5개년 계획’, ‘도심 철새공원 개발’ 등을 통해 친환경 생태도시로 도약하고자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대다수의 도시는 친환경 생태도시로 발돋움하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기존의 프로젝트가 대부분 ‘녹지가 많은 도시’나 ‘살기 좋은 쾌적한 도시’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생태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생태도시의 본질을 실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구 지역에서는 질산염, 황산염 등 이온 성분과 금속·탄소화합물 등의 유해물질로 이뤄진 미세먼지가 급증하고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신이 검출되는 등 생태도시 조성과 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의 생태도시 조성 계획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생태도시의 모범, 프라이부르크

친환경 생태도시 조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 가운데 친환경 생태도시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도시가 있다. 솔라시티(Solar City)로 불리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가 그곳이다.

프라이부르크(Freiburg im Breisgau)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남서부에 위치해 서쪽으로 프랑스, 남쪽으로 스위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관문 도시이다. 프라이부르크의 외곽 지역에는 도시 면적의 40%를 차지하는 대규모의 숲(슈바르츠 발트, 흑림)을 끼고 있는데 이곳에서 낙농업과 포도 생산이 주로 이뤄진다. 또한 프라이부르크는 인구 20만 명 중 3만 명이 대학생인 독일의 대표적인 대학 도시이기도 하다.

‘독일의 환경수도’, ‘태양의 도시’등으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지만, 프라이부르크 역시 1970년대까지는 여느 유럽도시와 같이 극심한 차량 혼잡과 산업사회의 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도시였다. 프라이부르크가 친환경 생태도시의 대표가 된 것은 모순적이게도 인근 지역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수립되면서다. 1970년대 초 프라이부르크에서 20km 가량 떨어져 있는 빌(Wyhl) 지역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프라이부르크 주민들은 검은 숲을 비롯한 자연을 해한다는 이유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벌였다. 원전 건설 반대운동은 단순 평화시위를 넘어 저항운동과 반문화운동(히피)에 가까운 상태로 발전했고, 학생, 농부, 시민, 반핵운동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반핵 연합전선은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시민들의 반대로 원전 건설 계획이 취소된 사례는 국내에서도 수차례 있어왔다. 그러나 프라이부르크의 경우는 반대 구호를 넘어서 ‘에너지 절감운동’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의 사례와 다르다. 시민들은 핵발전소 건설반대와 더불어 에너지 낭비와 쓰레기 투기, 자동차 사용, 대량소비 생활 등에 대한 반성을 통해 에너지 절약 친환경 실천을 생활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다. 프라이부르크시청 환경부 나딘 호프만 직원은 “주민들의 성숙한 환경 보호의식이 프라이부르크가 세계적인 친환경 생태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시민들의 에너지 절감운동은 시 정부의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정책이 수립되다

시민들의 환경보호 의식은 프라이부르크 시 정부의 정책에 그대로 반영됐다. 프라이부르크 시는 1986년 에너지 자립을 기본으로 한 ‘시 에너지 공급 기본 컨셉’을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에너지 자립도시’를 선언했으며 독일 대도시 최초로 환경보호국을 설치했다. 1996년에는 기후보호계획을 수립해 2010년까지 1992년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25%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이 목표는 2009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6% 감축하며 조기달성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이 리우회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느라 고전하는 가운데, 프라이부르크가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은 △에너지 절감정책 △기존 에너지를 새로운 형태로 변형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 활성화로 구분되는 구체적인 에너지정책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건물을 신축할 경우 에너지 표준 규격(평방미터당 건물의 에너지 연간 소비량)을 지키도록 법으로 정해져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에너지 표준 규격은 1992년 65kW로 설정됐다가 현재는 20~25kW까지 낮춘 상태인데 이는 태양에너지 등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충족할 수 없는 기준이다. 프라이부르크의 많은 건물이 저에너지 빌딩으로 지어지는 이유다.

심지어 몇몇 건물은 저에너지 빌딩보다 훨씬 에너지 효율이 좋은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지어진다. 패시브 하우스는 건물에서 생산하는 에너지가 사용량보다 많은 건물을 뜻한다. 독일 정부는 패시브 하우스의 확대를 위해 1% 저금리 융자를 제공하고, 에너지 절약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한화 1,500만 원 가량의 보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프라이부르크에서 강조되는 것은 재생 가능 에너지, 특히 태양에너지의 이용이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에서도 일조량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해 오래 전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해왔으며 2012년 기준 25만kW를 태양광으로 생산했다. 나딘 호프만 직원은 “지역 대학을 기반으로 설립된 프라운호퍼 태양광 연구소도 프라이부르크의 태양에너지 활용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며 “연구소 외에도 태양광 관련 벤처기업이 많이 설립돼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발전차액제도(FIT: Feed in Tariff)를 실시해 개인이 재생에너지 활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발전차액제도를 통해 개인이나 기업이 자체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할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 시민 산데르 씨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정부가 20년 간 구입해주는데 약 10년이면 투자금이 회수되고 그 이후에는 모두 수익으로 보장되는 구조로 운영된다”며 “에너지 사용량 절감이나 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주민이 에너지 절약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친환경 주거단지를 만들다

어느 훌륭한 정부 정책이라도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해 없이는 빛을 발할 수 없다. 프라이부르크 남부지역에 위치한 보봉(Vauban) 주거단지는 오랜 기간에 걸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만들어진 생태주거단지이다. 보봉 주거단지는 처음 계획과정부터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건축회사나 시정부의 도움 없이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녹색주거단지를 만들자’는 정신 하에 이뤄졌다. 보봉 주거단지에 입주하려던 가족들은 약 8~10개의 가족들을 단위로 모여 주거협동조합을 만들고, 스스로 건축가와 건설업자를 선택했다.

직접 참여해 만든 주거단지기에 보봉 주거단지 주민들은 입주할 때부터 서로 간에 합의를 통해 환경 보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주민들은 1년에 한 번씩 ‘자동차 없이 살겠다’는 서명에 참여해야 하며 자동차를 사용할 경우 주차 권리금으로 1년에 약 3천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짐을 내리기 위해 잠깐 세우는 정도 외에는 도로에 차량을 함부로 주차할 수도 없다. 또한 녹지의 유지 및 보호,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생활환경 조성 등의 기본 원칙을 세워 운영함으로써 유엔 인간정주회의에서 ‘시민 참여를 통한 도시계획의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정부가 시내에서 자동차 운행 속도를 줄이고, 자동차의 출입을 통제하는 정책을 제안하자 시민들은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시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프라이부르크 시의 교통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2년 15%에서 1999년 28%로 증가했다. 인구 2만 명의 프라이부르크에 25만 대의 자전거가 있어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친환경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의 목표는 명확하다. ‘후세에게 모범을 보이자’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의 한 시민은 “현재의 시스템이 현재 세대에 큰 이익을 남겨 주는 것은 아니”라며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해 천연자원의 고갈에 대비하고 후세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와 같이 성숙한 환경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오늘날의 친환경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