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환경부는 내년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배출권제)를 시행한다. 배출권제는 이명박정부 시기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처음 논의가 시작됐다. 2010년 당시 도입 시기는 2013년으로 예정됐지만 업계의 반발이 심해 2015년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3개월 앞둔 지금도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기업들의 주장을 반영해 수정을 거듭하다보니 배출권제가 누더기가 돼버렸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이에 『대학신문』은 배출권제를 둘러싼 쟁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란=배출권제는 쉽게 말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재화처럼 사고 파는 제도다.(그래프①) 기업은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할당받고 그 범위 내에서 생산 활동을 하되, 배출권이 부족하거나 남으면 이를 한국거래소에서 사고 팔 수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할 수 있는 기업은 할당받은 배출권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고, 그럴 여력이 없는 기업은 배출권을 사면 돼 양 측 모두 윈윈(win-win)이다.

▲ 그래프① 배출권거래제의 개념

환경부는 배출권제가 현재 시행 중인 목표관리제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2년부터 시행돼왔던 목표관리제는 온실가스 다량 배출업체 중 배출 허용량을 초과한 업체에게 과징금을 부과한다. 배출권제와 운영방식은 비슷하지만 배출권을 사고 팔 수는 없는 형태다.

전문가들 역시 배출권제가 시행되면 현재보다 감축에 필요한 비용을 절반가량(에너지경제연구원 68%, 삼성경제연구소 59%, 환경정책평가연구원 43%로 예측) 줄일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정부가 기업을 직접 규제하는 목표관리제와 달리 배출권제는 시장 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환경부는 기업 스스로 온실가스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 자율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저탄소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저탄소 사업이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EU는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이후에 저탄소시장의 33%를 점유하고 있다.

환경부는 2012년 5월 관련 법령이 제정된 후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달 11일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했다. 배출권제의 대상 기업으로는 서울대와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526개 기업을 선정, 고시했다. 선정기준은 2011년부터 2년간 온실가스 연 배출량이 12만 5,000톤 이상인 기업 또는 2만 5,000톤 이상인 사업장을 가진 기업이며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66%를 차지한다. 대상 기업은 이번달 14일까지 할당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최종 결정된 할당량은 오는 11월에 통보된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 vs “분석 결과 토대로, 감축은 조금씩”=재계는 환경부에서 정한 배출허용총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 따르면 제1차 계획기간의 배출허용총량은 16억 8,700만 톤이다. 이는 재계에서 예상한 것보다 2억 2,000만 톤 정도 적은데다 환경부가 정한 예비분(예기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추가할당용으로 남겨둔 것) 역시 9천만 톤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배출허용총량이 부족하면 기업이 감축해야 하는 양이 늘어나 부담이 커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배출허용총량은 이미 여야와 재계가 합의한 법(「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조항에 근거한 것이고 이미 재계의 반발을 받아들여 총량을 늘렸다는 입장이다. 감축량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각 업종에서 잠재적으로 감축이 가능한 양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 초기의 감축 부담을 완화하고 후기 이행연도에 보다 높은 수준의 감축이 이뤄지게 배출량을 설정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그래프②)

▲ 그래프 ② 2014~20년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전망과 목표배출량(좌), 감축률(우)


◇“기업 경쟁력 하락 피할 수 없어” vs “무상할당 통해 최대한 막을 것”=가격 경쟁력 하락은 재계가 배출권제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미래산업팀 한형진 조사역은 “배출권제가 시행되면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의 산업은 배출량이 많아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위해 배출권제를 시행하지 않는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면 결국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똑같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배출권 무상할당을 통해 재계의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처음에는 배출권을 무상으로 나눠줌으로써 비용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현재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100%,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 97%의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할 계획이다. 올해 1월 23일 발표한 로드맵에서 민감업종(석유화학처럼 수출의존도가 높고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업종)은 배출권 무상할당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배출권제가 기업의 성장을 해치지 않도록 예상치 못한 신·증설 설비에는 추가배출권을 우선 할당하기로 했다. 신규 진입자 역시 추가할당을 받을 수 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감축효과 적어” vs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 중”=재계는 배출량이 큰 중국이나 미국이 배출권제를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배출권제를 도입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미 미국, 일본, EU를 포함해 38개 국가에서 배출권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한다.(미국 11개 주, 일본 동경·교토 등 일부 지역) 중국은 2016년까지 전국단위로 배출권제를 도입할 예정이며, 브라질, 칠레 등도 준비 단계에 있다. 2009년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30% 감축’을 약속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 배출권제를 지금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다배출국가 중 하나로 특히 배출량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실행 단계 돌입=불만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23개 단체가 배출권제 시행을 2020년으로 한 번 더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더는 배출권제 시행을 미룰 수 없다며 지난달부터 할당계획을 확정하고 대상 업체를 고시하는 등 본격적인 실현화 단계를 밟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해관계자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배출권거래제준비기획단 박륜민 과장은 “그동안 할당계획 수립이 다소 지연되었지만 다음 과제를 최대한 빨리 추진해 예정대로 배출권제가 시행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도 재계와 시민단체들과 자주 만나 배출권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실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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