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외국인, 국악에 빠지다
파란 눈의 외국인, 국악에 빠지다
  • 이석현 기자
  • 승인 2014.10.05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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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출신 음악인 ①힐러리 핀첨-성 교수(국악과)

엑소를 비롯한 K-POP스타부터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드라마까지 흔히 ‘한류’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들이 세계인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국악’은 어떨까? 사물놀이의 창시자인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UN총회 개막식에서 공연하는 등 국악을 알리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심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출신의 ‘힐러리 핀첨-성’교수(국악과)에게는 국악이 슈퍼스타의 노래보다 매력적이고,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흥미진진한 것이었다.

▲ 힐러리 핀첨-성 교수가 국악을 접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교수실에는 그의 국악에 대한 애정을 방증하듯 장구, 해금, 아쟁 등 여러 악기가 놓여있었다. 그는 "국악은 흙, 바람과 같이 우리 주변의 모든 자연을 소리로써 우리에게 들려준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 - 까나 기자 ganaa@snu.kr

◇국악에 첫눈에 반하다=“국악에는 소박하면서도 즉흥적인 맛이 살아있었다”며 핀첨-성 교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국악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원에서 인류음악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던 그는 우연히 한국 음악을 감상하게 됐다. 핀첨-성 교수는 “동아시아의 음악은 시끄럽고 화려하기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국악에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던 아름다운 소리가 담겨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국악에는 다른 나라의 음악과는 달리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변화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국악에 매료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국악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전공하던 인류음악학과 연계해 연구를 진행하던 그는 ‘국악은 살아있는 소리’라는 그만의 정의를 내렸다. 그는 “해금 소리는 마치 어린 아이가 우는 소리 같고, 다른 악기들도 고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아니리와 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판소리나 옛날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처럼 직접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르들 또한 그녀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들이었다.


◇국악 팬, 강단에 오르다=핀첨-성 교수는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1999년부터 2년간 꿈에 그리던 한국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이후에도 그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국악과 한국의 민속 문화에 대해 연구했다. 하지만 핀첨-성 교수가 한국의 문화를 연구하기에는 세 번의 방문도 부족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계속 국악을 연구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본고장에서 직접 답사하며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서 한계가 있었다”며 “공부를 위해 한국어 3급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미국에선 한국어를 자주 접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외국에서 한국의 음악을 연구하는 데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던 중 2008년 대학원 선배로부터 서울대에 외국인 국악과 교수 자리가 있으니 지원해보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핀첨-성 교수는 “교수에 임용된다면 고향인 미국을 떠나 한국에 체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갈등했다”며 “하지만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한국음악과 전통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기쁨에 다른 걱정거리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그는 서울대 음대 국악과 교수로 임용됐다.


좋아하는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들에게 지식을 전할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잠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은 핀첨-성 교수에게 큰 걸림돌이었다. 처음 수업을 진행하던 날 그는 미국에서 강사시절 학생들을 가르쳤던 대로 수업 도중에 자유롭게 질문을 받으며 수업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에게 질문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핀첨-성 교수는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교수 말 중간 중간에 원하는 것을 질문하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몰라 당황했었다”라며 문화적 차이로 곤란함을 겪었다고 이야기했다. 언어의 차이는 더 큰 문제였다.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영어로 된 서적을 교재로 사용하고 수업에 영어를 섞어 쓰며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진 것이다. 결국 진도 자체가 느려지면서 나가야 할 분량의 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핀첨-성 교수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언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니 노력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다 같이 즐길 수 있게 하려면=핀첨-성 교수는 더 많은 한국인들이 국악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도 국악을 즐길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핀첨-성 교수는 그 예로 지난해 맡았던 ‘신입생세미나-한국음악체험’을 들었다. 그는 “첫 수업 시간에 ‘국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옛날 음악, 할아버지들이 듣는 음악이라는 답변이 주로 나와서 아쉬웠다”며 “강의를 진행하면서 수차례 국악 공연을 가보는 시간을 가진 결과 학생들이 국악을 즐기게 됐다”며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핀첨-성 교수는“이 강의에서 국악기를 다뤄볼 수 있는 체험의 기회는 적다”며 “직접 악기를 다뤄볼 수 있는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이 국악을 보다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첨-성 교수는 국악에 대해 “외국인인 자신을 한국까지 오게 할 정도로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다”라고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국악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의 말처럼 오늘도 우리 음악을 주제로 한 강의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그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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