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나 강사
식품영양학과

1970년대 활동했던 미국의 팝 듀오 카펜터스(The Carpenters)의 카렌 카펜터는 거식증(anorexia nervosa)으로 인한 심부전(heart failure)으로 32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사망 이후 이전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섭식장애(eating disorder)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했다고 한다. 나는 얼마 전 TV에서 어린 딸이 있는 주부가 거식증에 걸려 남편과의 불화로 갈등을 겪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젊은 시절 갖게 된 거식증은 결혼 후에도 지속되어 자녀의 성장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가족 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번 학기 ‘영양과 건강’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왜 먹는가?” “어떻게 먹어야 할까?” 등의 질문과 함께 학생들 자신의 평소 식생활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어찌 생각하면 ‘먹는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의 삶에서 생명 유지를 위한 본능 이상의 중요성과 의미를 갖고 있다.

한때 우리도 끼니 걱정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먹거리가 넘쳐나면서 비만을 비롯한 영양과잉이 주요 건강 문제가 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타민과 무기질 같은 미량영양소의 부족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다이어트 방법의 시도로 인한 섭식장애 등의 영양 문제도 점점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은 덜한 편이다. 거식증이나 폭식증(bulimia nervosa)과 같은 섭식장애는 식사행동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신경정신과적 질환이며, 우울증, 저체중, 탈모, 골다공증, 그리고 여성의 경우는 무월경 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로 치료를 받은 인원은 2012년에 13,000여 명으로 최근 5년간 20% 정도 증가했고, 20대 젊은 여성이 가장 많았다.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 조사결과에서 여학생은 45%, 남학생은 23%가 체중감량 시도를 했고, 청소년 10명 중 1명꼴로 섭식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에 모델이나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동경으로 마른 체형에 대한 선호와 자신의 체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릇된 신체 이미지(body image)를 형성하게 하는데, 이는 단식 및 폭식 후 구토, 약물 사용 등의 부적절한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섭식장애는 ‘마음의 병’이며 정신과적 질병의 성격 상 그 현황이 잘 파악되고 있지 못하고 사회적 관심도 매우 낮은 실정이다.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가끔 자신이 섭식장애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온통 살빼기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건강한 체중과 식생활의 개선보다는 오로지 체중감량에만 집중하고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들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창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하고 열심히 생활해야 할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살찌는 것이 두렵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거식증이나 폭식증에 빠져 제대로 자신의 삶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최근 우리는 건강과 영양 관련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혼란 속에서 진정 건강을 위하는 바른 방법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는 수많은 유행 다이어트 방법들은 반복적 다이어트의 시도와 함께 결국 폭식과 같은 위험성에 빠져들게 만든다. 건강한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에너지 섭취량은 줄이되 다양한 식품군을 선택하여 우리의 식탁이 너무 메마르지 않고 풍성하도록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진정한 건강을 위해서는 먹는다는 것의 즐거움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청춘들이 즐겁고 건강한 식생활을 통해 정신도 풍요롭게 만드는 계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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