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문을 볼 때 큰 글씨들만 스윽 훑어 읽고 그 중 흥미가 가는 기사가 있으면 소제목과 내용을 대략적으로만 살펴보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화려한 시각자료를 가진 기사에 마음이 많이 끌리게 된다. 물론 단순히 보기에 좋다고 기사를 자세히 읽는 것은 아니다. 기사의 내용이 관심 있는 분야이거나 흥미로운 정보를 담고 있어야 읽을 마음이 든다. 하지만 관심이 있거나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기사를 끝까지 읽는 일은 매우 드물다. 너무 많은 정보가 단순히 나열돼있거나,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 텍스트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경우 등등 기사가 쓰여 있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을 때는 금세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읽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1885호의 기획기사는 마치 나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는 듯이 깔끔하면서도 과감하게 배치된 삽화와 함께 참신하면서 의미 있는 논점에 대해 체계적인 글쓰기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세로방향으로 길게 인쇄되어 있는 서지구성이 눈을 확 끌었다. 시원시원하게 배치되어 있는 삽화들과 캘리그래피가 시선을 또 한 번 사로잡으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기념공간이라는 익숙한 듯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하는 소재도 흥미를 끌었다.

기사의 내용구성도 논리 정연하였다. 기념공간이란 무엇인지,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를 소개한 뒤 그런 기능을 훌륭하게 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념공간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념공간의 핵심은 관객이 과거와 소통할 수 있는 매체로서 역할을 수행해 그들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기억을 새롭게 살려내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어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념공간들이 얼마나 이런 핵심에서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기사를 읽으면서, 읽고 난 후에 새로운 소재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기획기사를 통해 기념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기념공간이 한 나라의 의식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는 순환하고 반복된다고 하지만 인간은 과거를 기록하고 기억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기념공간은 이런 노력이 현대적으로 구성된 복합공간이다. 이 공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만들어나가는지가 과거의 실수를 진중하게 받아들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재료로 사용하느냐, 아니면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잊힐 또 하나의 사고로 치부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신문을 훑어 읽을 것이고, 그 중에 몇몇 기사만을 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학신문』에서 앞으로도 참신한 소재와 획기적인 서지 디자인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한다면 언젠가 나도 신문의 모든 기사를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함주성
산림과학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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