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총학생회장이 제명됐다. 부총학생회장 및 중앙집행위원장은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 또 총학생회비로 배분된 중앙집행위원회 예산의 약 11%인 170만 원이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사용됐다. 이 활동비는 아무런 인준도, 누구의 동의도 없이 사용됐다. 이에 대하여 분노를 느끼고 디테일 총학생회장단(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과 중앙집행위원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자보(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중앙집행위원장은 사퇴하십시오 - 디테일 총학생회에 던지는 두 가지 질문)를 작성한 것이 28일 새벽 5시였다.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117명의 학우들이 이 자보에 대해 서명을 해주셨다. 이는 그만큼 사태가 심각했으며 추궁해야 할 책임 역시 무거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28일 오후 5시,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위원으로 있는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일반 학우들을 비롯한 총운위원들은 부총학생회장의 사퇴권고안에 대해 밤늦게까지 격렬한 찬반토론을 펼쳤다. 혹자는 총학생회가 진행하는 사업들은 디테일 총학생회가 남아야 더 완결성 있게 추진할 수 있고, 연석회의는 그 집행력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하며, 현실론을 전제로 부총학생회장의 유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론을 이유로 ‘제명 은폐’와 ‘인준 없는 활동비 지출’을 아무런 책임 추궁 없이 넘기고, 사퇴 요구도 결국 없었던 일로 돼버린다면, 그 순간 학생사회에 대한 학우들의 신뢰가 진정으로 붕괴되고 말 것이다. 정확한 책임 추궁은 비록 험난하겠지만, 학우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 굳건한 총학생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0월 3일 저녁 경에 올라온 부총학생회장의 사퇴권고안 수용은 진정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부총학생회장의 사퇴서에는 현재 디테일 총학생회를 둘러싼 두 가지 의혹, ‘제명 사실 은폐’와 ‘인준을 거치지 않은 활동비 지급’ 문제와 관련한 해명과 사과가 있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결정에 대하여 지지를 보내는 바다.

끝으로, 보잘 것 없는 자보에 동의의 뜻을 표해주시고, 연서명까지 해주신 134명의 학우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서울대 학생사회에서 100명이 넘는 인원이 연서명한 자보는 적어도 최근 6년 동안은 없었던 일이다. 학우 분들의 직접적인 행동이 있었기에 자보가 모두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행동이 학생사회의 자정작용을 위한 새로운 출발의 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향후 2학기는 회장단 없이,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운영하는 연석회의 체제가 세워지게 된다. 비록 힘들고 험난하겠지만, 연석회의가 남은 기간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학우들의 신뢰를 받으며 더 굳건히 세워질 총학생회에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조영진
국어교육과·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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