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일) 이경환 씨(물리천문학부•제명)가 총학생회장직에서 사퇴한 것에 이어 지난 3일 김예나 씨(국어국문학과•10)도 부총학생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따라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장, 집행부 국장 등 임명직이었던 총학생회 임원들도 직위 해제됐다.
부총학생회장의 사퇴는 지난달 28일 사회대 16동에서 열렸던 제21차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가결된 부총학생회장 사퇴 권고안을 수용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열려 모든 학생들이 참관할 수 있었던 이번 총운위에서는 전 총학생회장 이경환 씨의 사퇴에 대한 질의응답과 부총학생회장 사퇴 권고안 찬반 논의가 진행됐다.

▲ 지난달 28일 사회대 라운지에서 총학생회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부총학생회장 김예나 씨(국어국문학과·10)의 사퇴건고안이 가결됐다. 사진: 김희엽 기자 hyukmin416@snu.kr

◇총학생회장 자진 사퇴, 은폐 의혹 제기되기도=이번 총운위는 같은 날 총학생회장직에서 사퇴한 이경환 씨가 그 경위를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경환 씨는 학사경고를 4번 받아 2008년 제적된 이후 재입학했으나 또 다시 학사경고를 2번 받아 제명됐다. 그는 “학사제명으로 인해 대표자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경환 씨는 사퇴서 겸 사과문을 통해 “지난달 5일 학교로부터 이번달 1일자로 학사제명 처분이 될 것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며 “이를 부총학생회장과 중앙집행위원장에게 알렸으나 제명확정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이의제기 절차가 끝날 때까지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9월 22일 본부가 보낸 2차 통지서에는 9월 1일로 제명처분이 완료됐으며 지난번 발송한 통지서는 전산상의 오류였다고 밝혔다”며 “상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통지서를 믿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총학생회장과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총학생회장의 제명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 부총학생회장 김예나 씨는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집행부나 총운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이경환 씨를 설득했으나 소명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는 말을 믿었다”며 “이경환 씨의 의사에 반해 제명 사실을 논의하기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총학)가 본부에 보낸 공문을 둘러싼 논란=총학생회장의 사퇴 경위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에는 총학이 지난달 22일 본부에 보낸 공문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공문에는 총학생회장의 제명과는 별개로 총학생회칙 제37조에 의거해 회장직을 상실하지 않으나 학생 명단에 없는 사람을 학생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학생처의 의견도 존중해 이번달 1일자로 총학의 학생대표를 부총학생회장으로 변경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공문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대표직을 변경하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사회에 공론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총학은 공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했으나 공문을 보내는 시기는 합의하지 못해 전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장 정현빈 씨(전기정보공학부•13)가 독단으로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정현빈 씨는 “교육환경개선협의회, 시흥캠퍼스 대화협의체 등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총학생회장이 제명된다면 본부에서 학생대표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공문을 작성하게 됐다”며 “본부와의 소통에 있어서 부총학생회장이 업무를 대행하는 것일 뿐 총학 대표위원을 교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이 공문을 통해 스스로 대표성을 져버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총운위에 참관한 장인하 씨(교육학과•09)는 “총학생회칙 제37조에 의해 신분 보장이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총학생회장에게 대리업무를 맡긴 것은 회칙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총학생회장 이경환 씨는 “신분보장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2003년 교육투쟁으로 징계 받던 총학생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이 불분명했다”며 “본교 학생 중에 학생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본부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부총학생회장 김예나 씨도 “직선제대표인 이상 부총학생회장에게도 대표권이 보장돼있다고 생각해 미처 회칙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본부와의 협상에 이름만 바꿔 참여하는 것인데 대표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총학생회장 사퇴권고안을 두고 날선 공방 이어져=이경환 씨의 제명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부총학생회장의 사퇴권고안에 대한 논의에서는 찬반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찬성 측은 총학생회의 대표성과 학생사회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이유로 사퇴를 주장했다. 총운위에 참관한 문화자치위원회 조영진 위원장(국어교육과•09)은 “학사경고의 누적으로 제명됐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로 인해 본부가 총학과의 소통 과정에서 총학의 대표성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총학생회장이 사퇴한 지금 부총학생회장만이 활동을 계속한다고 해서 총학이 온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총운위에 참관한 사범대 대의원 신윤지 씨(영어교육과•13)도 “현재 총학이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학생사회에 총학이라는 조직 자체에 대한 불신을 심을 우려가 있다”며 “무엇보다 투명성과 도덕성이 필요한 선거관리위원회를 담당할 때는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현재 총학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부총학생회장이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생활대 김보미 학생회장(소비자아동학부•12)은 “지금 사태를 책임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나 발전기금 BREAK, 세월호, 시흥캠퍼스 등 총학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산재해 있다”며 “지금 총학을 해체하고 연석회의 체제로 간다면 진행되는 사업들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 집행부 정책국장 하태승 씨(정치외교학부•10)는 “총학이 해체되고 연석회의 체제로 간다면 선거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총학생회장 사퇴 권고안은 참석한 총운위 위원 12명 중 과반수인 7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총학생회장에 이어 부총학생회장도 사퇴=이번 총운위의 결정에 따라 전 부총학생회장 김예나 씨도 부총학생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김예나 씨는 “대표자들이 신임하지 않는 부총학생회장은 대표성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또 그는 총운위의 인준을 거치지 않고 활동비를 받아온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며 그 전액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장은 5월부터 7월까지 활동비 명목으로 각각 15만 원, 10만 원씩을 받은 바 있다. 김예나 씨는 지난 3일 총학생회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발표한 사퇴서를 통해 “총학생회비의 사용은 정당하고 투명하며 절차적으로도 오점이 없어야 한다”며 “전학대회 대의원들은 학생대표들에 대한 최소한의 금전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은 동감했지만 이런 합의 이후에 합당한 절차를 거쳐 활동비를 인준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그동안 받아왔던 활동비를 전액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제명 사실을 알고 있던 대의원들에 대한 책임론 불거져=한편 총운위 논의 과정에서 총학생회장의 제명 사실을 알고 있었던 대의원들에게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생활대 김보미 학생회장은 “공대 대의원들이나 경영대 학생회장, 인문대 학생회장은 총학생회장이 제명된 사실을 총운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 참석하는 의원으로서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운위에 참관한 공대 대의원 박규연 씨(산업공학과•10)는 “제명 사실을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은 총학의 존속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선뜻 공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공개한다 해도 총학이 전학대회에서처럼 회피한다면 근거 없이 반발하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영대 김해미루 학생회장(경영학과•08)도 “제명 사실을 확인했지만 총학생회칙을 통해 총학생회장이 신분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며 “총운위나 전학대회에서 함께 공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