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내가 배울 것은 내가 설계한다! 학생자율세미나

지난달 24일 ‘시, 소설 그리고 삶’을 주제로 학생자율세미나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봤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열리는 이 세미나에는 공예과, 경제학과, 공대, 심리학과, 경영학과, 불어불문학과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모였고 세미나를 신청하지 않은 타대생 두 명도 함께하고 있었다. ‘시, 소설 그리고 삶’ 세미나의 개설 책임 학생인 김지목 씨(경영학과·10)는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 좋으면서도 힘들다”며 “각자의 색이 뚜렷해 문학에 대한 가치관 차이로 가끔 마찰이 있을 때도 있지만 이것이 논의를 풍성하게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 삽화: 정세원 기자 pet112@snu.kr

비평이론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던 이날 세미나는 퀴어 비평이론, 정신분석이론,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발제로 시작됐다. 발제를 맡은 세 명의 학생들은 다양한 비평이론 가운데 각자가 고른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이를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학생‘자율’세미나인 만큼 발제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정신분석이론에 대해 발제한 류장호 씨(자유전공학부·11)는 내용을 요약한 발제문을 준비해왔던 다른 학생들과 달리 이론에 대한 텍스트를 준비해 함께 읽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는 “정신분석이론이 다른 주제들보다 유난히 분량이 많아 일방적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며 “많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집중도를 잃지 않도록 텍스트를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고 발제 방식을 달리한 이유를 설명했다.

발제자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 또한 수동적인 자세로 지식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의문이 드는 부분을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그들은 미리 읽어 온 다른 문학 작품에 적용시켜보면서 이론을 하나씩 익혀나갔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모인 만큼 논의도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게이 비평에 대해 논의하던 그들은 “동성애에 대해 너무 쉽게 정의한 것 같다”는 반성의 목소리와 함께 동성애의 정의에 대한 논의로, 또 퀴어 비평에 대한 논의로 얘기를 이어갔다. 또 퀴어 비평에 대한 논의는 저자의 의도와 비평 간의 괴리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예술 비평에 대한 논의로 계속됐다.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막힐 때면 수업 시간에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다룬 적 있는 학생들이 또 다른 길을 제시하며 논의를 계속해 나갔다.

학생들은 세미나를 통해 실제로 작품을 비평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들은 토론과 투표를 통해 시집 『구관조 씻기기』, 『감에 대한 사담들』과 소설 『전설의 밤』, 『최후의 질문』을 읽기로 결정했고 이번 주부터 한 작품 당 2주씩 총 8주에 걸쳐 읽게 된다. 류장호 씨는 “작품을 처음 다루는 주에는 발제를 맡은 학생이 제시한 관점에 따라 작품을 읽고 나름대로의 해석과 비평을 공유하며 다음주 세미나는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김지목 씨(경영학과·10)는 이 세미나의 키워드를 고유색, 자유, 공유, 존중의 4가지로 꼽는다. 그는 이 네 가지 키워드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개인에게 부여하는 역할만으로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없다”며 “문학을 읽는 과정에서 자기 고유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고 존중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방의 내면을 알게 되는 순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더 잘 알게 된다”며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인해 공유하지 못했던 개인의 내면에 자리한 상처까지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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