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코니 루이스 교수(영국 런던시티대 저널리즘학과) 인터뷰

최근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하 황우석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제보자」가 개봉됐다. 황우석 사건은 한 과학자의 연구 윤리 부정 사건을 넘어 국내 과학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비록 「PD수첩」의 보도로 사건이 밝혀졌지만 그 이전까지 많은 언론사는 그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앞장서 홍보하고 비판적 검증 없이 보도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며 황우석 교수를 신화화 하는데 일조했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의 합리적 문제제기를 오히려 다른 언론사가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우석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국내 과학저널리즘의 문제는 전문성의 부족과 비판적 감시 기능의 부재였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경제, 과학 등 전문 분야별로 개설된 저널리즘 전문 대학원이 있어 기자의 전문성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대표적 저널리즘 대학인 런던시티대는 1967년 영국 최초로 언론인 교육과정을 개설했고 현재는 방송, 신문, 과학 등 9개 세부 전공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런던시티대는 많은 수의 현업 저널리스트들이 강사진을 이루고 있으며 이론적인 교육보다 현장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대부분의 졸업생이 BBC, ITV, CERN 등에 6개월 이내에 취직한다는 점으로 나타난다. 과학저널리즘 과정은 2009년 개설돼 운영된 기간은 짧지만 기존에 운영되던 저널리즘 교육 과정 바탕 위에서 운영돼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저널리즘 과정을 개설한 코니 루이스 교수(영국 런던시티대 저널리즘학과)는 BBC에서 과학저널리스트로 16년간 일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2005년에는 ‘영국에서 흑인 소년을 양육하는 방법’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사회 제도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책의 출간을 지원하는 조셉 라운트리 재단의 펠로우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영국과학저널리스트협회 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과학저널리즘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코니 루이스 교수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과학저널리즘에 대해 들어봤다.

▲영국 최초로 언론인 교육과정을 개설한 대표적 저널리즘 대학인 런던시티대는 2009년부터 과학저널리즘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Q. 과학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A.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과학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중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모든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데 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학저널리스트가 과학자의 말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의 맥락’을 제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하면 그것이 중요한지, 어떻게 그것을 발견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위험 보도에 대해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어 회를 많이 먹는 것이 심장에 나쁘다’는 연구가 보도되면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하며 연어 소비를 줄입니다. 하지만 위험 보도에는 정확한 맥락 전달이 필요합니다. ‘심장에 나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자주 먹는 것이 ‘너무 많이’ 먹는 것인지, 그렇게 먹었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 등을 함께 보도해 독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잘 이뤄지지 않는 부분인데, 과학에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나는 과학자들이 그들의 연구가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돈과 명예 그리고 좋은 대학에서의 교수직 등 많은 이득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에는 이런 보상 체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학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적절한 질문들을 던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당 연구를 어디서 지원했는지, 정부는 이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누가 이득을 얻는지 등 모든 것들을 물어야 합니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과학계가 더 투명해질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과학을 바로잡는 것이 현재 과학저널리즘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하지만 과학 보도나 과학 정보가 다뤄지는 것을 보면 비판적 시각보다는 홍보 차원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물론 연구 소개나 정보 전달과 같은 성격의 기사가 비판적인 기사에 비해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홍보에 너무 많은 비중이 쏠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A. 나는 과학이 너무 많은 돈을 홍보에 쓰고 있고 이는 과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는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언론을 통해 그 연구 내용을 알릴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왜 대중들이 연구자들의 모든 연구를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 과학 미디어 센터가 있고 과학은 매우 중요하니 어서 과학 보도를 합시다!”하고 말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너무 많은 돈이 언론과 홍보 센터로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저널리스트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점도 문제의 원인이 됩니다. 그들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어떤 도움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런 상황에 과학 미디어 센터에서 기사거리를 제공해주면 관련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쓰는 겁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돈을 벌고 싶은 과학자와 미디어 센터, 그리고 일에 치이는 저널리스트만 있다면 아무런 비판적 문제제기 없이 과학의 흐름을 이끌 수 있습니다. 홍보 센터가 과학의 흐름을 좌우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Q. 과학저널리즘 과정을 개설하게 된 이유는?
A. 과학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생 중 어떻게 과학계를 조사해야 하는지 아는 학생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과학계의 입장에서 홍보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 과정은 많지만 조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내 목적은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조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내게 ‘과학계가 스스로를 바로잡을 수 있지 않냐’고 묻지만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부정행위가 일어나고 있어 스스로 바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의학 저널에서 의학 연구자들에게 ‘당신은 주변에서 부정행위를 한 연구자를 알고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5명 중 1명의 연구자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는 굉장히 높은 수치로 의학이라는 학문과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세금을 낭비하게 할 겁니다.

Q. 과학저널리즘 과정에서 어떤 것을 교육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널리즘의 정의는 ‘아무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것을 알리는 것’입니다. 많은 언론과 홍보 센터가 과학계를 보호하고 과학자들도 내부사정이 노출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가르칩니다. 우선 저널리즘 기술들로 기업 회계 자료와 같은 일부 공개된 자료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층위의 정보를 얻는 방법 등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는 학생들이 과학을 냉소적(cynical)으로 바라보도록 하는데 굉장히 노력합니다. 많은 과학저널리스트들이 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과학에 대해 우호적인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내내 코니 루이스 교수는 ‘맥락 전달하기’와 ‘비판적 질문 던지기’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강조했다. 황우석 사건 당시 황우석 교수는 국익과 과학이라는 방패로 자신의 부정행위를 방어했다. 국익이라는 방패가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욕망의 결과라면 과학이라는 방패는 이제까지의 과학저널리즘이 과학을 비판에서 자유로운 성역으로 만든 결과다. 앞으로는 과학이 더는 방패가 되지 않도록 잘 훈련된 과학저널리스트들이 끊임없이 과학계를 지켜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내년 6월, 서울에서 세계 과학저널리스트 회의가 열린다. 비판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한국 과학저널리즘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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