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며칠 전까지 일했던 회사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카톡을 통해 듣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 달의 임금은 물론, 지난 달 임금도 받지 못한 상태다. 당신의 반응은 ‘회사 사정만 좋아지면 곧 주겠지’라는 낙관일 수도, ‘법으로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일 수도, ‘왜 하필 나’냐는 억울함일 수도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지난 여름 내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회사 사정이 좋아져도 밀린 임금을 받기는 쉽지 않다. 민주노총 노동 상담소의 사례를 보면 임금 체불 사례의 80% 이상이 사용자의 능력보다 ‘의지’의 문제다. 노동자들 앞에서 사정이 어렵다고 우는 소리를 하던 회사가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경우도 많고,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회사도 있다. 단지 사업주가 회사의 수익을 배분할 때 노동자 임금보다 다른 것들이 먼저였을 뿐이다.

흔히들 임금 체불을 당한 사람에게 “법대로 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노동부 진정단계에서 근로감독관이 노동자와 사용자를 불러 3자 대면을 하는 과정을 보면 사용자가 더 당당해 가해자가 누구인지 헷갈릴 정도다. 사용자가 근로감독관의 지시를 받은 후 끝까지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버텨도 노동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 없다. 가장 강력한 해결 수단은 노동부가 사용자를 약식 기소하는 것인데 사용자가 패소해도 그는 체불 임금의 10% 정도인 벌금만 내면 된다. 노동자가 임금을 받으려면 민사소송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한다. 민사소송은 처리 과정이 최소 2~3년은 걸리고 법적 지식과 자금이 부족한 노동자가 패소하는 경우도 많아 평범한 노동자는 대부분 소송을 포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용자가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만하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임금체불이 특별하고 드문 사례라고 생각한다. 설마 그렇게 뻔뻔한 사용자가 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는 총 19만 명이고 체불된 금액은 7,900억 원에 달한다.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노동자들은 대부분 체불임금 관련 법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는 근로계약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작성하지 않는다. 나 역시 임금체불을 당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당연히 근로계약서는 요구하지 않았고 관련 노동법에 대한 지식도 전무했다. 때문에 파산 통보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회사의 파산 소식 이후 반년이 다 된 지금 아직도 체불임금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해당 회사는 사업주는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바꾸고 사업을 재개했다고 한다. 임금체불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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