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축제의 한 꼭지였던 ‘관악게임리그’ 결승전에 참가한 한 팀의 ‘삼일한’이라는 여성비하적 팀명을 놓고 학내가 논란에 휩싸였다. 삼일한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과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라는 관용적 문구를 유머 코드로 줄여 사용하면서 커뮤니티 사용자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퍼져나간 인터넷 용어다. 이와 관련된 논란이 점점 커지자 축제하는 사람들(축하사)과 연석회의, 그리고 해당 학과 학생회에서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악의 없는 표현에 대해 과도한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일한 팀의 팀장은 사과문을 표방하며 쓴 자보를 통해 ‘이 단어를 팀명으로 사용함에 있어 여성을 비하하거나 불쾌감을 주고자 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성별, 지역, 신체적 차이, 국적 등에 대한 폄하 또는 공격의 의도가 담긴 ‘증오언설(hate speech)’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하는 범위 밖에 있다. 증오언설은 1차적으로 사용자의 고의성과 무관하게 증오 대상자에 대한 엄연한 폭력이 될 수 있다. 2차적으로 증오언설은, 특히 ‘웃자고 한 말’로 무비판적으로 통용되게 될 경우 해당 용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은연중에 용어 안에 내재된 편견과 선입견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번 삼일한 사태는 몇몇 개인의 일탈 또는 축하사의 실수라는 단편적인 차원을 넘어 보다 넓은 의미에서 사회 현상의 반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증오언설이 갖는 반사회성이 희미해지고 자극적 재미만이 부각되는 현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가상 세계에서 익명성에 기댄 음지 문화로서 사용되던 용어들이 점차 실제 생활 속으로 침투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보다 재미있고 기발한 표현을 위해 장터, 동아리 공연, 축제 등에서 인터넷 용어를 이용한 패러디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뚜렷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에 반사회적 용어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 혹은 조직의 자정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성인들의 공동체인 서울대에서 증오언설의 반사회성을 지적해야만 하는 현실은 참담하지만 재차 천명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증오에 바탕을 둔 모든 언설과 행동을 경계하는 태도를 견지해야만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내 모든 구성원들이 증오언설이 갖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성찰해 보고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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