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의류학과 패션쇼

‘패션쇼에 가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화려한 무대 조명, 경쾌하게 쭉 뻗은 런웨이, 도도한 워킹을 보여주는 모델들과 그에 못지않은 의상을 입은 관객들을 생각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화려한 쇼에 어떤 옷을 입고 가지?’같은 생각들을 하며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 없이 관악캠퍼스에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패션쇼가 있다. 지난 8일(수) 오후 7시 생활과학대(222동) 앞에서 열린 의류학과 제33회 패션쇼 ‘청춘 부르-쓰’가 그것이다.

▲ 지난 8일(수) 33회 의류학과 패션쇼 '청춘부르-쓰'가 222동 앞마당에서 열렸다. 복고를 주제로 열린 이번 패션쇼에서는 70·80년대 다양한 '청춘'들의 스타일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개성 넘치는 해석이 눈에 띄었다. 색다르고 톡톡튀는 무대에 많은 관객들이 참여하여 열기를 더했다.사진: 장은비 기자 jeb1111@snu.kr

의류학과의 패션쇼는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 초반부에서는 몽골국제대 패션디자인학과 초청 패션쇼가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후반부에서는 의류학과 학부생들이 디자인한 의상들이 'ocean wave'와 'history'를 주제로 선보였다. 2부는 ‘불량추억’, ‘해피-히피’, ‘팝팝팝’, ‘고고 복고’라는 4개의 주제로 나눠져 진행됐다. ‘불량추억’에서는 학교 앞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불량식품을 소재로 했다. 모델들이 입은 의상엔 ‘뽀빠이’, ‘꾀돌이’등의 불량식품 이름이 그대로 새겨져 있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고 복고’에선 고고장을 배경으로 찢어진 청바지와 땡땡이 무늬가 들어간 상의 등 영화 「써니」에서 나올 법한 의상들이 등장했다. 민예원 씨(의류학과•12)는 “프로그램 중 ‘불량추억’과 ‘고고 복고’는 우리나라의 복고문화를, ‘해피-히피’와 ‘팝팝팝’은 외국의 복고문화를 주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의상 외에도 주제선정에서부터 음악, 영상까지 맡았다. 주제를 잘 표현하기 위해 80년대 댄스음악을 사용했고, 패션쇼 소개영상은 직접 편집하고 녹음해 준비했다.

▲ 2부 '불량추억'에서 아폴로를 컨셉으로 한 의상을 입은 모델이 런웨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시간 남짓 되는 무대를 위해 의류학과 학생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에 가까운 준비기간을 가졌다. 패션쇼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연초에 열리는 ‘패션디자인기초’강의에서 의상 디자인에 관한 지식들을 습득하고, 학기 마지막에 학생들간의 논의를 통해 쇼의 주제를 선정한다. 방학 때에는 실제로 의상을 만들고 2학기 때는 ‘현대패션디자인’ 수업에서 쇼의 연출방식에 대해 회의한다. 동기들과 함께 패션쇼를 준비했던 김미래 씨(의류학과•12)는 “방학 때 쉬지도 못하고 매일 아침마다 원단을 구하러 동대문시장을 오가야 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의상을 제작하느라 잘 시간도 부족했다. 거의 매일 밤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야간작업’을 해야 했다. 고생해서 의상을 완성했지만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고, 모델의 체형에 맞추기 위해 똑같은 옷을 몇 번이고 다시 만들어야 했다. 김미래 씨는 “의상을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뿐더러 혹시라도 잘못된 점이 고쳐지지 않았나 싶어 큰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그들의 열정을 방증하듯 쇼는 성황리에 진행됐다. 시작하기 20분 전부터 이미 사람들이 객석을 거의 다 채우고 있었으며 피날레에서는 꽃다발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정예원 씨(의류학과•12)는 “무대 위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눈길을 느끼며 뿌듯하고도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패션쇼 1부 후반부의 'ocean wave'에서 모델이 파도를 컨셉으로 한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했던 노력의 결실을 볼 수 있었던 이번 패션쇼는 관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패션쇼에 관객이었던 박지은 씨(중어중문학과•13)는 “복고라는 주제를 세분화해서 새로운 해석을 패션으로 나타낸 것이 인상깊었다”며 “모두의 열정이 느껴지는 패션쇼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서울대생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의류학과 패션쇼. 고생하는 학생들이 흘렸을 땀방울처럼, 무대 위 의상 또한 화려한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는 패션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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