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생활법률 ⑥아르바이트·과외 임금 체불

 평범한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나 과외에서 임금 체불을 당했을 때 노무사를 고용하기엔 비용이 부담돼 체불 임금을 포기하기도 한다. 노무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체불 임금을 받는 방법은 없을까?

#사례1: 대학생 억울해 씨(가명․21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김뻔뻔 씨(가명․43세)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구직 면접에서 김 사장은 ‘계약기간 3개월, 시급 4천 원, 각종 수당 불가’라는 조건을 통보했다. 억 씨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부당한 조건이라고 생각했지만 꾹 참았다. 또 김 사장은 집에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매주 2시간씩 시간 외 근무를 시키기도 했다. 이런 조건에서도 억 씨는 성실하게 일했지만 마지막 달의 임금은 받지도 못했다. 김 사장은 편의점 경영이 악화돼 돈이 없다며 임금 지급을 3주째 미루고 있다.

체불 임금은 ‘제때’에 받지 못한 임금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따라 마땅히 ‘받아야 했을 임금’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억울해 씨는 제때(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임금을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함) 받지 못한 마지막 달 임금뿐 아니라, 3달 동안 일하면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받아야 했을 최저임금 차액 1,210원(2014년 최저임금은 5,210원)과 각종 수당을 체불임금으로 김 사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임금과 수당에 대해선 김 사장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 반면에 억 씨가 매주 2시간 추가로 근무했던 시간 외 근로수당에 대해선 억 씨에게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에 억 씨는 그 시간에 일했다는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김 사장처럼 사업주가 체불 임금이 소액임에도 지급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당사자 간 해결을 먼저 시도하는 게 좋다. 체불임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말로만 받아놓기보다는 법적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문서를 받아놔야 한다. 억 씨가 체불 임금 내역과 이를 조속히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각서나 공증을 김 사장에게 받아놓으면 분쟁 상황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김 사장과 달리 사업주가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 각서나 공증을 잘 써주지 않는다. 대신 피해 노동자가 우체국을 통해 체불 임금 내역과 이에 대한 지급을 요청하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 놓으면 나중에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평범한 대학생이 이같이 법적 증거가 되는 수단을 쓰면 사업주가 당황해서 임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억 씨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체불임금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억 씨는 다음 단계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억 씨가 사업장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인터넷․우편․직접 방문을 통해 진정서를 제출하면 진정 절차가 시작된다. 나머지 절차는 근로감독관(근로조건 준수를 위한 감독․사무를 담당하는 국가공무원)이 맡는데, 25일 이내로 진행해야 하고 1회 연장할 수 있다. 근로감독관은 임금 체불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노동자와 사용자를 불러 조사한다. 근로감독관의 판단에 따라 노동자와 사용자를 함께 불러 3자 대면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억 씨는 노동부가 억 씨의 체불임금 사실과 금액을 확정해주는 ‘체불임금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 다음 근로감독관은 김 사장에게 기한이 정해져 있는 임금지급명령을 내렸는데 김 사장이 2주 동안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명령이 확정됐다. 명령에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김 사장이 이를 어길 경우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수 있기 때문에 김 사장은 억 씨에게 체불임금을 모두 지급했다. 이처럼 체불임금이 소액일 경우 노동부 진정 단계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 진정 단계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민사상 가압류 및 민사소송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노동부로부터 발급받은 체불임금확인서, 본인의 주민등록등본, 공단 양식의 법률구조신청서와 체불임금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면 공단에서 무료로 모든 절차를 대신 진행해 준다. 다만 서비스를 받으려면 대상자가 임금 및 퇴직금 체불 당시 최종 3월분의 월평균 임금이 400만 원 미만인 노동자여야 한다.

 
#사례2: 대학생 나불운 씨(가명․24세)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화상과외 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 화상과외 업체는 임금을 주지 않았다. 이에 나 씨는 업체에 찾아가 어렵게 대표이사를 만나 항의했지만 대표이사는 “법적 처분만 안 받았지 사실상 파산 상태”라며 “임금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돈이 급했던 나 씨는 오프라인 과외 알선업체에 등록해 새로운 과외를 소개받았다. 학부모는 과외비를 후불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수업을 위해 찾아간 과외 학생 집에는 새로 이사 온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알선업체는 학생 연결 이후에는 업체가 책임지지 않는다며 나 씨의 상황을 모른 척했다.

◇체당금 제도란?=대학생 과외 교사는 학부모와 민법상 도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화상과외 업체에 소속된 과외 교사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점 △업체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는 점 △업체에 업무보고를 한다는 점 △정해진 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례2에서 나불운 씨는 다행히 노동부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아 일반 아르바이트생과 마찬가지로 ‘체당금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는 기업의 도산으로 노동자가 임금을 받지 못할 경우 노동자의 생계를 보호해주기 위해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임금을 지급해 주는 제도다.

체당금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조건은 엄격한 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은 회사가 재판상 도산 상태 또는 ‘사실상 도산’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상 도산은 주로 대기업에 해당하므로 사례2의 화상과외업체의 경우 회사의 사업이 폐지됐거나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경우를 뜻하는 ‘사실상 도산’ 상태여야 한다. 화상과외업체가 스스로 지방노동관서에 사실상 도산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나 씨가 직접 퇴직증명서와 해당 사업주의 사업이 폐지됐으며 임금 지급이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를 첨부해 ‘도산 등 사실 인정’을 신청하면 된다.

화상과외업체가 도산 등 사실 인정을 받으면 나 씨는 본격적으로 체당금 신청을 시작할 수 있다. 나 씨가 지방노동관서에 △확인신청서 △퇴직증명서 △미지급 임금에 대한 증명서 △체당금지급청구서를 제출하면 나머지 과정은 지방노동관서의 근로감독관이 담당한다. 근로감독관이 나 씨가 체당금 지급 대상자인지, 체당금액은 얼마인지 확인하고 내용이 타당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나 씨가 제출한 확인신청서와 체당금지급청구서를 보낸다. 근로복지공단은 내용을 확인한 후 7일 이내에 체당금 지급을 완료해야 한다.

체당금 제도를 통해 받을 수 있는 돈의 범위는 한정돼 있다. 정부는 퇴사 직전 3개월의 임금이나 휴업수당만 지급하며 노동자들의 연령대별로 상한액이 있다. 30세 미만의 나 씨는 150만 원 범위 내에서 체불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과외 알선업체에 소속된 과외교사가 체불된 임금을 받으려면?=일반 과외 교사와 마찬가지로 나 씨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고용노동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먼저 과외비 체불 내역과 과외비를 언제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 나 씨와 학부모 간의 합의로 해결하는 게 좋다. 하지만 학부모가 계속 임금 지급을 거부하면 그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법원에 소액사건 재판을 제기하는 것뿐이다. 미리 보내놓은 내용증명은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나 씨가 관할법원에 본인과 학부모의 인적사항․청구취지․청구원인․입증방법을 담은 소장을 접수하면 나머지 과정은 법원이 맡는다.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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