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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연구윤리의 과거와 미래를 논하다[학술대회] 연구윤리 포럼

최근 개봉작인 영화「제보자」는 2005년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논란이 됐던 ‘황우석 스캔들’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극 중의 인물들은 추출된 인간배아줄기세포가 원래부터 없었다는 제보를 접할 때마다 다들 “하나도 없대? 진짜 하나도?”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만큼 사람들은 연구가 조작되리라고 생각지 못했고 그래서 당시의 연구 부정(不正)이 사람들에게 더 충격으로 다가왔으리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건 비단 2005년의 문제만은 아니다. 2014년 초 오보카타 하루코(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원)가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세포’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하지만 약산성 용액에 잠깐만 담가도 만능이 된다는 이 세포는 애초에 하나도 없었으며 그의 논문은 조작임이 드러났다. 놀라운 성과에 대한 기쁨도 잠시 과학계의 연구진실성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연구윤리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30일부터 이틀간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등이 주최한 「21세기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국제적 동향과 미래의 과제」가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미국, 캐나다, 일본 등 다양한 국가가 참여해 연구윤리 확립을 위해 지금까지 제정된 제도와 교육 프로그램, 그로 인한 인식의 변화를 되돌아봤다. 특히 이번 행사에선 과학계뿐 아니라 출판계, 인문사회계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연구진실성의 현황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모색했다.

   
▲ 일상의 평범한 경험들로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캘리포니아대 연구윤리소 베르트람 소장사진: 신윤승 기자 ysshin331@snu.kr

국내외 연구윤리 제도와
윤리교육 현황 공유


우리나라는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생명윤리와 안전에 대한 법령’을 개정해 연구윤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했다. 김옥주 교수(서울대 의대)는 “황우석 스캔들 이후 연구윤리에 대한 검증 절차가 보다 세밀해지고 광범위해졌다”며 “정부와 학자들도 생명과학의 잘못된 사용이 가져올 잠재적 위협을 우려하여 지금까지 연구윤리 정책을 고심해왔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유전자 연구, 배아 연구에만 한정됐던 이 법령은 이제 인간 생체조직을 다루는 연구, 개인의 생물 정보에 대한 분석, 의학적 목적의 실험 등을 모두 아우르게 됐다. 개정된 법안엔 국가와 지방 정부가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책임을 갖는다는 조항이 추가됐고 더불어 연구윤리 교육과 연구윤리 관련 제도화가 정부 단위에서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담겼다.

교육을 통한 연구윤리 인식 변화에의 노력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정경미 교수(연세대 심리학과)는 현재 진행 중인 대학원생에 대한 온라인 연구윤리 교육을 소개했다. 가톨릭대의 경우 학습윤리에 대한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돼 가이드라인을 소개하거나 인용 방법, 윤리에 어긋나는 사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연세대에선 연구윤리에 관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해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윤리교육을 온라인으로 실시하여 기본 훈련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수료증을 준다. 정 교수는 “다양한 유형의 연구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가진 영국의 사례를 적용해왔다”며 “이젠 만화나 동영상 등의 교구를 활용하고 각 분야에 최적화된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참가자 발표를 통해 연구윤리의 국제적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존 갈랜드 교수(미국 연구협력기구)는 미국의 연구진실성 위원회(ORI)을 연구에 대한 감시와 교육을 통한 연구 조작 예방의 기능을 겸비한 사례로 소개했다. 규제를 담당하는 측면에선 이 위원회는 연구 부정을 데이터의 조작, 연구 과정의 조작, 생략의 문제와 표절 등으로 세부 분류하여 부정행위 자료를 확보·활용한다. 연구 기관, ORI, 법 기관 등 세 단계로 작동해, 연구 부정이 제보된 경우 기관 자체의 검열을, 만약 그 다음인 ORI의 검열마저 간과될 경우 법적 대응으로 연구 부정을 처벌하는 체계도 갖고 있다. 연구윤리 교육에 대해선 20여 개의 교육 범주를 나누고 윤리교육의 목적과 전략을 명시하여 교육에 의한 연구윤리 인식의 변화를 도모했다. 갈랜드 교수는 연구윤리에 대한 이 같은 양방향성 접근을 통해 “연구 부정을 지양하고 교육을 통한 책임 있는 연구 문화를 지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구윤리의 남겨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


한편 연구윤리에 있어 현황을 점검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토론이 이어졌고 그 중에서도 윤리교육에 있어 문화,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할 방안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노환진 교수(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국제적으로 평준화된 기준과 각 국가의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현실이 상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에선 지도교수와 대등하게 토론을 하는 게 사실상 어려운 분위기다. 또 연구실의 위생 상태까지 고려하는 세세한 국제 기준이 각 국의 특수한 연구 환경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연구윤리가 한 국가의 문화, 가치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의 난제가 남아있는 가운데 노 교수는 “전통적인 가치 체계를 무조건 비난하거나 피할 순 없다”고 말했지만 “협동적인 윤리 규정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을 통해 연구윤리를 토착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부정에 대한 출판윤리도 연구윤리 개선에 있어 중요한 과제로 다뤄졌다. 영국 출판윤리위원회 엘리자베스 웨거 회장은 윤리적 논문 게재 관행을 증진시키기 위해선 출판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출판 단계에서 표절 및 데이터 조작을 지나치거나 연구에 대해 과장하는 일을 지양하고 학계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연구윤리와 출판윤리 모두에 부합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산학협력단 연구진흥팀 허정윤 대리는 “황우석 스캔들에서 미디어가 이슈를 과장한 것도 연구윤리와 관련된 문제”라며 “연구를 전하는 매체들 또한 자신의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캐나다 윌리엄오슬러보건센터 로날드 헤즐그레이브 주임연구원은 1994년부터 이어져온 연구진실성에 대한 캐나다 시스템의 현황을 짚으며 연구윤리에 대한 통합적 활동을 거론했다. 그는 “현재 캐나다의 검증 체계는 분산되어 있으며 법제화가 미비하다”고 지적하며 “개인 연구자와 학술기관, 현 연구관련 위원회와 연구 후원자들 간의 총체적 협력을 통해 연구진실성 확보를 위한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재 교수(윤리교육과)도 “성숙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선 연구윤리와 연구자 연구윤리교육(RCR)에 대한 제도화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해선 연구자와 정부, 연구 기관과 사회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윤리의 확립을 위해 출판계, 교육계, 언론계와 정부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통합적 접근’이란 말 외에 각 분야에 필요한 구체적 실천 방안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홍준형 회장은 “세계는 지식생태계로 변화하고 있고 연구진실성의 문제는 각국의 학자들이 합의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번 대회로 각국 전문가가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국제적 수준의 발전 방안을 토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다양한 층위의 연구윤리 확립이 시급하고 다각적 접근이 결여된 일괄적인 적용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포럼을 통해 연구윤리 확립에 필요한 실천 방안이 다각적인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해본다.  

김지윤 기자  kimjy82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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