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생활법률⑦ 교통사고

주변에서 교통사고를 흔히 볼 수 있지만 막상 내가 사고를 당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이다. 길을 가다 교통사고가 일어났다면 경찰을 불러야 할까 보험사에 전화부터 해야 할까? 택시나 버스를 타고가다 사고가 났다면? 교통사고 시 당황하지 않도록 사고 처리 과정과 대응책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

▲ 삽화: 최상희 기자 eehgnas@snu.kr

◇교통사고의 정의와 처리 과정=법률용어상 교통사고는 ‘교통수단의 운행과 관련된 사람의 사상 또는 물건의 손괴(損壞)’를 의미한다. 여기서 교통수단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 오토바이 등도 포함된다.

교통사고는 크게 일반사고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특례사고로 나뉜다. 일반사고의 경우 가해자가 사고사실을 인정하고 보험회사에 이를 접수하면 경찰에 신고할 필요 없이 사고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가해자가 사고사실을 부인한다면 피해자는 경찰에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가해차량이 가입한 보험회사에 직접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사망 사고, 뺑소니 사고, 그리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례 11개항에 해당되는 사고는 특례사고로 분류된다. 11개항에는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 운전 △음주 운전 △보도침범 등이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 입건돼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감형될 수 있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피해자는 가해자와 합의하거나, 합의하지 않고 민사소송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을 취할 수 있다. 합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며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또 피해자는 △사고 차량의 실소유자 △보험가입 여부 △가해자 측 재산상황 등을 미리 확인해 나중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만약 법률적 지식이 없어 가해자가 하자는 대로 합의를 해버렸더라도 이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간주돼 무효화할 수 있으니 끝까지 잘 알아봐야 한다.

흔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시 치료비나 차량 수리비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어 일시적으로 일을 못하게 됐다면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대학생의 경우 도시일용노임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도시일용노임은 도시에 살고 있는 만 20세 이상 60세 미만의 건강한 사람이 벌 수 있다고 예측하는 소득으로 일 86,686원(2014년 하반기 기준)이다.

◇유형① 건널까 말까, 횡단보도 사고=맞은편에 서 있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신호등의 파란 불이 깜박거리기 시작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상황이다. 그러나 버스를 타겠다는 일념으로 섣불리 횡단보도로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도로교통법상 파란 불이 깜박이는 것은 ‘보행자는 횡단을 시작해서는 안 되며 횡단 중인 보행자는 신속하게 보도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서다. 그렇다면 횡단보도를 건너던 도중 빨간 불로 바뀌었다면 운전자와 보행자의 과실비율은 어떻게 될까? 운전자에게는 보행자 보호의무가 있기 때문에 운전자 과실이 크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기 시작한 것이 파란 불일 때였다면 운전자 과실이 90%, 파란 불이 깜박일 때였다면 70%다.

◇유형② 사고를 낸 가해자가 무보험자일 때=우리나라의 모든 자동차는 책임보험(타인이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는 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해당한다. 만약 책임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완전무보험차에 사고를 당했고, 가해자도 돈이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난처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보장사업이 있다. 즉 피해자는 가해차량이 무보험차거나 도난차량일 경우 정부에 피해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뺑소니를 당한 경우에도 경찰에서 확인서를 받아 제출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자동차보험약관 기준에 의한 한도보다 높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는 책임보험과 달리, 정부보장사업은 기준에 따른 금액만 보상받을 수 있다.

◇유형③ 빌린 차로 사고를 냈을 때=자가용이 없는 대학생들은 부모님의 차를 빌리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자녀가 아버지의 차를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면 아버지에게도 운행자 책임이 있다. 설령 자녀가 아버지 몰래 운전을 했더라도 마찬가지인데 차의 소유자인 아버지와 운전자인 자녀 간에 가족이라는 인적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의 소유자와 운전자 간에 인적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운전을 하는 것을 무단운전이라고 한다. 무단운전은 친족뿐 아니라 고용 관계나 친구 관계에도 적용되며 소유자와 운전자 간 인적관계가 없는 차량 절도와 구분된다.

◇유형④ 렌터카, 자차 보험 꼭 확인!=여행지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는 차량이 파손될 경우를 대비하는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 보험)를 가입하는 게 좋다. 렌터카는 대인배상(타인이 죽거나 다친 경우), 대물보상(타인의 차나 재물이 파손된 경우), 자기신체사고(피보험자가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가입돼 있지만 자차 보험 가입은 선택할 수 있다. 자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 과실로 사고를 냈다면 렌터카 수리비를 전부 물어줘야 하므로 1~3만 원정도 자차 보험료가 더 들더라도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자차 보험에는 보상 한도가 있는 일반 자차와 렌터카 업체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완전 자차가 있으니 운전자와 여행 경로에 따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유형⑤ 버스나 택시를 타고가다 사고가 났을 때=출, 퇴근길 승객으로 꽉 찬 버스에서 내릴 때면 하차하기 전에 문이 닫히지는 않을지 불안할 때가 있다. 그러나 버스 기사에게 승객의 안전한 승하차를 보장할 의무가 있으므로 걱정하지 말자. 버스를 타고 내리던 중 갑자기 문이 닫히거나 버스가 출발해 다쳤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충돌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고의 책임 여부를 따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엔 과정도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경우 승객은 운전자의 잘못 여부와 관계없이 버스회사나 택시회사에 바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된다. 후에 사고가 다른 운전자의 과실 때문이었음이 밝혀지면 그때 다시 회사가 운전자에게 이를 청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유형⑥ 오토바이와 자전거 사고도 교통사고일까=우리나라 법률상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 인정되며 따라서 보행자가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충돌했다면 교통사고로 간주한다. 오토바이는 보행자나 다른 차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 차로로 통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전거도 이와 마찬가지지만 부득이한 경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보도 통행이 가능하다. 녹두거리에서 종종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보도를 달리는 것을 보곤 하는데 이 경우 사고가 난다면 보도 침범으로 간주돼 위에서 설명한 특례 11개항에 해당한다. 심지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앉은 채로 발로 밀고 가다가 사고를 일으켜 상해가 발생하는 것도 과실치상죄가 적용될 수 있으니 보도에서는 내려서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수: 인권센터 이혜원 변호사 wolly9@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