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감(俯瞰)의 시선은 특권이다. 전체를 조망하는 자가 큰 그림을 본다. 하루 살기 바쁜 사람들의 지평이 제 주변을 넘지 못할 때,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전체를 종합하는 이는 통찰과 전략을 얻는다. 모든 사람들이 특권을 누릴 수는 없으니 이들을 위한 정보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기자가 필요하고 기사가 필요한 순간이다. 평범한 사람도 신문을 통해 세상의 대세와 흐름을 읽는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 기준에서 본다면 좋은 기사란 단편적 정보를 넘어 전체 흐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기사일 것이다. 긴 기사에 큰 그림을 담을 수 있는 만큼 1887호『대학신문』에는 굵직한 사안을 다루며 한 면 이상의 분량을 할애한 기사가 많았다. 5면의 대학 산학협력 현장실습생 증언대회 기사에서는 현장실습생의 노동착취 실태를 사례·원인·쟁점별로 폭넓게 훑고, 발생한 문제의 해결책과 발생할 문제의 대비책까지 제시했다. 하나의 문제를 다각도로 조망하고, 독자에게 전체 맥락을 제공하기 위해 발품 판 노력이 돋보였다.

12면 캘리그래퍼 강병인의 인터뷰 기사 역시 ‘캘리그래피’라는 낯선 장르에 대한 소개에서 시작해 한글 캘리그래피의 원리와 적용 사례,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터뷰이의 철학까지 망라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요기로 넘길 수 있는 캘리그래피를 단순한 흥미가 아닌 진지한 탐구의 대상으로 포지셔닝했다는 점이 흡인력을 만들어냈다. 10면 공유경제 사진기획은 공유경제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공유경제의 시행 현황을 한 눈에 살필 수 있었다.

반면 사안에 대한 단편적 정보만을 제시해 아쉬움을 남긴 경우도 있었다. 단편적 정보는 단편적 취재원에서 나온다. 1면 연석회의 기사는 시종일관 김해미루 의장의 멘트에 의지하고 있다. 특히 세움단 사업단과 관련, 김예나 씨의 목소리를 직접 담지 못하고 김 의장의 전언(傳言)에 만족한 것이 아쉽다. 2면 ‘삼일한’ 기사도 ‘학내 비판’은 여전하다는 제목을 지탱하지 못할 만큼 취재원의 다양성이 떨어졌다. 특히 “떳떳하다면 자보에서 이름을 공개해야 했다”고 말했다는 사람이 사회대의 ‘한 학생’으로만 표기된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적은 분량을 감안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취재원의 입장을 담는 것이 좁은 시야를 벗어나고픈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현안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돕는 것은 텍스트만의 몫이 아니다. 1887호는 6면 생활법률 기사를 제외하고는 그래픽이 극도로 절제돼 있다. 9면 학술대회 기사 같이 생소한 학문의 응용사례를 다수 소개할 때 그래픽을 활용하면 정보를 훨씬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 요소는 텍스트의 가독성 못지않게 기사 내용의 완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작품도 선명하지 않고, 관객의 시선도 분산돼 있는 1면 의류학과의 패션쇼 사진은 ‘패셔너블’하지 않고, 캘리그래피 인터뷰 기사의 제목 서체는 캘리그래피의 정신을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결국 독자들을 위해 복잡한 사안을 포괄적으로 조직해 다채롭게 취재하고, 친절하게 정리해달란 셈인데, 기자들이 수고한 결과를 매주 공짜로 누리는 입장에서는 참 미안하고 민망한 요구다. 그러나 직접 세상을 한 눈에 보는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의 독자들은 통찰을 얻기 위해 기자의 수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쩌랴, 어려운 일인 줄 알면서도, 무리한 부탁을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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