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21세기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국제적 동향과 미래의 과제」라는 학술대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연구자뿐만 아니라 심리학자, 철학가와 정치인, 출판업계 종사자 등 다양한 분야들이 함께 한 가운데 이번 포럼에선 연구윤리가 비단 과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중요한 화두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나는 의문이 들었다. 연구윤리가 이다지도 중요하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사회적 약속이라면 왜 연구자들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에 흔들리는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결과를 조작하고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가? 이번 포럼을 계기로 나는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보게 됐다.

대학 신입생들은 “고등학교 땐 공부만 하면 됐는데 대학교 오니 이것저것 챙길 일이 많아서 더 피곤하다”고 말하곤 하는데 나는 이 말에서 오늘날 연구자들의 고충을 읽을 수 있다. 현실은 과학 연구만 하기엔 녹록치 않다. 연구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지원금은 언제나 한정돼있다. 연구자들은 후원을 받기 위해, 그래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지식의 추구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표어들이 무색하게 느껴지고 지식이 아닌 성과가 더 중요해진 실정. 실로 슬픈 일이다.

더불어 들 수 있는 원인은 연구윤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는 있지만 다른 분야와 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윤리 확립에 있어 연구와 다른 사회 요소 간의 상호작용, 그로 인한 상호영향의 결과를 인문사회계도 함께 고민해야 하며 교육계에선 연구윤리 교육에 참여하여 연구윤리 인식을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 다른 분야의 연결고리를 상기하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연구윤리를 준수하는 인식을 함양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지금이야 말로 연구윤리 확립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이 연구자를 피리 부는 사나이로 만드는 걸까. 이번 포럼을 통해 연구는 성적순이 아닐 때 비로소 느리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 연구윤리는 과학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급하게 정상을 향하지 않고 다함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연구의 본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달이 떠오른 밤, 연구실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연구자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한 명의 학생으로서 올바른 연구를 통해 진리에 한 걸음 다가가는 학문적 풍토가 형성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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