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아닌 ‘과정’으로서의 죽음에 대한 이론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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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죽음의 석학’이라고 불리는 퀴블러 로스(1926~2004)가 지난 8월 24일 세상을 떠났다.

1960∼70년대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처음 관심을 기울인 그녀는 이후 죽음에 관한 사회적 각성과 호스피스 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녀가 2년 반 동안 수백 명의 말기환자들과의 면담을 토대로 죽어가는 환자의 심리적 추이에 대해 쓴 『죽음의 순간』(1969)은 의학, 간호학, 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죽음의 순간』에서 사람이 죽어갈 때 거치는 심리상태를 5단계(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로 정리했다. 김애순씨(연세대 심리학과 인간행동연구소)는 “이 업적을 통해 학계에서 죽음을 단발적인 ‘사건’이 아닌 ‘과정’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1단계는 부정의 단계이다. 죽을 것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의료진을 의심하고, 현실을 부정한다. 그녀는 저서에서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공리에 대해 인간은 무의식중에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본능적인 신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단계는 분노의 단계다. 환자의 심리는 대개 현실이 바뀌지 않자, “왜 하필 내가 죽는가?”라는 분노로 바뀐다. 그녀는 환자 주위 사람들이 환자의 이러한 심리 상태를 이해하고, 환자를 편안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3단계는 타협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만 된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겠다”는 식으로 착실한 행동과 헌신을 맹세함으로써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단계는 우울의 단계이다. 환자는 자기 소멸을 안타까워하며 극도의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마지막 수용의 단계에서 환자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한다. 그녀는 이 시기가 환자가 극도로 지쳐 ‘감정의 공백기’에 빠지게 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말기환자에 대한 관심 주장 이후 호스피스 제도에 영향


『죽음의 순간』을 통해 중환자들이 인간 대접을 못 받으며 죽어가는 모습을 고발한 그녀는 이후 수백 차례의 강연을 통해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1967년 영국의 시슬리 선더스에 의해 시작된 최초의 호스피스 운동과 맞물려 말기환자를 돌보는 것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소우 교수(간호학과)는 “그 당시 살 수 있는 사람을 살리기 바쁜 의료 환경 탓에 죽어가는 사람들은 버림받는, 의료계가 ‘인간’에 무관심한 상황”이었다며, “퀴블러 로스 여사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죽음에 이른 환자들의 심리에 관한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이후 이를 응용한 호스피스 활동을 직ㆍ간접적으로 도와주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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