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반도체직업병 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반도체직업병 환자들의 7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 5월 삼성전자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이는 수많은 직업병 환자들 중에서 오직 백혈병 환자에 한정된 사과였다. 삼성노동지킴이 등 8개 단체는 지난 30일(목)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모든 직업병 환자들에 대한 삼성전자의 사과와 반도체직업병 문제의 재발방지를 논하기 위해 ‘반도체직업병 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삼성전자가 근무환경에 대한 ‘무결점 신앙’으로 인해 문제 인식에 한계를 지닌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근무환경에 결점이 없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 현장에 실재하는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하며 화학물질 관리에 결점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6개월 뒤인 2013년 1월 화성 반도체공장의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하며 신뢰를 잃었다. 이에 대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교섭위원으로 활동 중인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삼성의 사업장 안전 관리에 대한 자부심이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위험성을 인식하는 데 한계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집중적으로 다룬 문제는 노동자들의 알 권리 보장이었다. 알 권리는 노동자들이 근무환경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은 노사계약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업무환경의 위험성에 대해 고지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근무하며 사용하는 약품의 위험성을 고지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직업병을 얻은 뒤에 기업에 관련 정보의 공개를 요청해도 이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정보가 비밀이거나 자료 자체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박두용 전 원장은 “기업이 관련 정보를 모르는 것이 책임 회피의 수단이 아닌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피해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재발 방지임에도 삼성전자가 피해자 보상에만 집중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반올림은 노동자 건강권 실현 대책 등 재발방지 대책을 담은 요구안을 삼성전자에 제시했지만 삼성의 반응은 단순히 이를 거부하는 데 그쳤다. 공유정옥 전문의는 삼성전자가 노동자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종합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사인 애플이 위탁업체인 폭스콘의 노동자 처우 문제에 대해 보여준 적극적인 교섭을 예시로 들며 이같은 주장이 실현 가능하다고 했다.

토론회를 마치며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반도체직업병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국민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했다는 것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뜻이 아니며, 노동자들의 알 권리 보호와 재발 방지에 관한 관심이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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