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대형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소 잃고 외양간조차 고치지 않는다’라는 새로운 속담이 유행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원래 속담에는 이미 사고가 난 다음에야 후속대책을 세우기 위해 수선을 떠는 것을 풍자하는 감정이 실려 있다. 그래도 후속대책, 그 중에서도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양간을 고치는 게 어딘가? 반면 요즘 유행하는 새로운 속담에는 불안감이 실려 있다. 백번 양보해 사고가 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한국 사회가 재발방지 대책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이에 지난 7월 『대학신문』사회부는 2014년 상반기에 터진 사고들의 ‘외양간 수리’에 대해 3~4편의 연재기사를 써보려는 계획을 세웠다. 2월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5월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소방관 헬기 추락사고 등 재난사고뿐 아니라, 3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사고도 후보에 올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후속대책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 선정 기준이었다. 이처럼 주목받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는 과거의 사건 사고들의 후속대책을 재발방지 대책을 위주로 살피고자 했다.

대형 재난사고에 대한 후속대책의 진척은 하나같이 매우 더뎠다.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후속조치가 아직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 중에 있고 관련 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른 재난사고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처럼 반년이 넘게 지났지만 후속대책에 진척이 거의 없어 의미 있는 기사를 쓰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실망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10월의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였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충격을 더했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의 과실 책임이 크다는 댓글이 큰 호응을 얻었다. 환풍구라는 위험 요소를 위험으로 인식하지 못한 개인의 책임이, 공연장에 안전 요원을 두지 않고 환풍구에 대한 설치 규정이 미비한 사회 구조의 책임보다 크다는 논리였다. 필자 또래의 친구들 중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이가 많았다. 이들은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지 않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사회 구조를 바꾸라고 사회에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은 것 아닐까. 그 결과 개인의 ‘합리적’ 판단을 통해 자기 목숨을 건사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방식에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언제가 됐든 사고 후 한국사회를 되돌아보는 연재기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재기사의 기본 방향은 ‘합리적 개인이 아니더라도 합리적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잡고 싶다. 공공장소에 놓인 건축물과 시설물은 사람들의 안전한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만약 판교 환풍구가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이가 높았다면, 평평하지 않고 구부러지거나 수직인 형태였다면 어땠을까. 안전하지 못한 곳에는 경고문구를 크게 붙여야 한다.

현재 대학생 세대가 기성세대가 될 20년 뒤를 상상해 봤다. 2014년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 20주년이다. 하지만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올해 발생한 건축·시설물 붕괴 사고인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와의 연관 속에서 기억됐다. 20년이 지났지만 소 잃고 외양간조차 고치지 않았다.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진 2014년은 20년 뒤 어떻게 기억될까?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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