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제56대 총학생회(총학) 재선거에서 이경환 씨(물리천문학부•제명)와 김예나 씨(국어국문학과•10)로 구성된 「디테일」선본이 연장투표 끝에 최종투표율 51.95%, 득표율 52.8%로 당선됐다. 이들은 △불량 원룸 블랙리스트 제작 △학점 이월제 △평의원회 학생 의석 수 확보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경환 씨의 학사경고 누적으로 인한 학사제명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경환 씨와 김예나 씨가 총학생회장직과 부총학생회장직에서 사퇴해 총학은 해산됐다. 『대학신문』은 다사다난했던 6개월간 총학의 행보를 짚어봤다.

◇다양한 학내외 사안을 아우르다=「디테일」은 출마 당시 ‘당신을 위한 구체적인 약속’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구체적인 계획과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많은 공약들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임기 시작 후 그들은 주거복지사업, 관악캠퍼스 클린 캠페인 등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거복지사업의 경우 ‘관악 오픈카페’를 열어 학생들과 자취 생활의 고충을 나누고 청년주거빈곤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총학은 자취생길라잡이 발간 및 불량 원룸 블랙리스트 작성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해산으로 인해 사업을 마무리 짓지는 못했다. 또 총학은 불법전단지를 수거하고 통합전단책자를 배포해 관악캠퍼스 클린 캠페인을 시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책자를 제작하는 업체 선정 과정에서 기존 상인들이 반발하거나 책자에 포함된 업체의 종류와 수가 제한적이라는 학생들이 지적이 이어지는 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총학은 시흥캠퍼스 신축기숙사 TF팀 ‘세움단’을 모집해 시흥캠퍼스에 들어설 기숙사 준공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시흥캠퍼스 제반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기숙사프로그램 위원회와 대화협의회에 각각 부총학생회장과 총학생회장이 참여했다.
그러나 시흥캠퍼스에 대한 총학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서울대분회는 자보를 게시해 “총학이 시흥캠퍼스 전반에 대한 문제는 인식하지 못하고 기숙사 시설이나 운영 등 일부 사안에 의견을 국한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학은 포스코 스포츠센터, 서울대 어린이집 등 다양한 학내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썼다. 또 총학은 학내 사안뿐 아니라 학외 사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단식에 참여하고 ‘유가족, 교수, 학생이 함께하는 세월호 대담회’를 기획하는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했다.

◇이행에 미흡한 공약도 많아=많은 공약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총학이 실제 이행한 공약들은 소수에 그쳤다. △외국인 학생대표의 총학 논의기구 참여 △겨울학기 9학점 수강신청 △서울대 학회 네트워크 등의 주요공약들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학대회에 참석하는 한 대의원은 “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많았지만 가시적인 실효성은 두드러지지 못했다”며 “많은 공약들을 제시했지만 시간적인 측면이나 재정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총학은 특히 임기 초부터 △학점 이월제 △군 복무 중 학점 이수제 △리포트 돌려받기 캠페인 등 여러 장기적 사업들을 준비했지만 집행부 교체와 총학의 해산으로 인해 공약들을 끝까지 이행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10월과 11월 중에도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9월말에 총학이 해산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연석회의 집행부 정책국장 하태승 씨는 “집행부 국장 대부분이 9월에 교체되면서 사업 진행에는 어려움이 있어 몇 가지 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업들을 마무리 단계로 가져갔다”고 밝혔다. 또 그는 “총학의 해체로 인해 마무리 짓지 못했던 몇몇 사업들에 대해서는 연석회의로 접어들며 마무리 짓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신문』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난 임기에 대한 전 부총학생회장 김예나 씨의 소감을 들어봤다.

◇선본 출마 당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는데 목표한 만큼 공약을 이행했다고 생각하는가=감사위원회를 통한 학생회비 사용내역 감사, 총학 주거자문팀 신설 등 총학에서 자체적으로 실시 가능하고, 준비에 비교적 단기간이 소요되며, 재원 마련이 용이한 공약의 경우에는 임기 초반에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관부서의 협조가 필요하고, 재원 확보가 어려운 공약의 경우에는 공약 이행을 위한 준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했다. 군 복무 학점 이수제, 학점 이월제를 비롯해 교육환경개선협의회, 등록금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본부와 소통해야하는 공약들이 그렇다. 돈이 드는 사업의 경우 지난 제55대 총학에서 광고 대행사에서 지급받기로 한 광고비용이 연거푸 미수금되면서, 유례없이 총학의 재정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에 진행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기획성 사업이나 총학 문자 게시판과 같은 시스템 구축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총학 임기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은=‘어떤 총학이 바람직한 총학인가’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디테일」은 ‘서울대인’이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에서 출발하는 총학을 지향했다. 특히 총학 역사상 주거권 문제를 최초로 다뤄 호응을 얻기도 했다.
부총학생회장으로서는 산하기구를 재정비한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동안 부실하게 운영되던 관악자치도서관 업무를 정상화하려 했으며, 무리한 기획성 사업을 벌이는 대학행정자치연구위원회의 업무를 연구중심으로 돌려놓았다. 또 문화자치위원회의 자치공간에 대한 관리권을 총학생회에 이관시켜 과도한 권한이 산하기구에 부여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했다. 이 과정 속에서 산하기구장들과 마찰을 빚어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지만 옳은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시각차가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고 본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공약이 많았는데 이를 위해 어떤 활동을 진행했는가=총학에서는 각 단과대별 직선대표로 선출된 단과대 학생회장이 각 단과대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에 입각해 총학은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각 단과대 학생회장과의 원활한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서로간의 의견 교환을 충실히 해내려고 노력했다. 한편, 단과대 학생회장이 부재한 단과대의 경우에는 ‘단과대지원국’을 신설해 각 과/반장 및 학우들과의 소통을 담당하게 했다.
이 외에도 총학에서는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총학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총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 했다. 특히 총학의 활동을 월 단위로 보고해 총학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고 했다. 총학 사업을 대형 자보로 제작하여 식권판매대 옆에 게시하기도 했고, 총학 공식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에도 자보를 게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최초로 총학에 관한 잡지를 제작해 배포하는 등 매체의 다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중간에 활동을 마치게 된 것에 대한 심경은=마무리 짓지 못한 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본부와의 각종 협의회를 통해 많은 활동을 시행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교육환경국에서 준비했던 리포트 돌려받기 캠페인나 군 복무 학점 이수제, 학점 이월제 자료는 이미 유관부서의 검토를 거친 바 있지만 중간에 활동을 마치며 모두 불발됐다. 부총학생회장직을 유지한다면 각종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자괴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의민주주의의 원리를 따르는 총학의 부총학생회장으로서 총운위의 사퇴권고를 존중했다.

◇다음 총학에 기대하는 점은=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총학의 모습을 기대한다. 「디테일」에서 지향했던 총학은 학생들이 학생답게 살 수 있도록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총학이었다. 물론 거시적인 담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담론조차도 학생들의 ‘기본권’ 속에서 녹여낼 수 있는 총학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또 차기 총학은 「디테일」이 주창했던 ‘기본권’ 속에서 소수자의 문제 또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장애학생이나 외국인학생, 부모학생, 성소수자 등 기존에 학생사회 구조에서 소외되었던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들을 위한 활동을 모색하는 한편, 「디테일」조차 보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 대한 보다 더 ‘디테일’한 소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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