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나는 지자체
'빚'나는 지자체
  • 김희엽 기자
  • 승인 2014.11.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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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인계동에는 문화의 전당과 야외음악당을 잇는 육교가 있다. 이 육교는 건설 비용만 42억 원으로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 육교는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경관육교’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육교의 앞뒤 약 30m 거리에 횡단보도가 있고 설치된 곳이 주택 지역이 아니라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이처럼 계획 단계에서의 잘못된 판단으로 세금을 낭비한 시설들이 있다. 이용객의 수가 예상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모자라거나 시설의 용도가 불분명한 것 등이 그것이다. 시민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지자체의 실수이다.
이미 완공된 시설을 공사하기 전으로, 계획 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을 제대로 아는 것을 통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배꽃(梨花)이 언제부터 붉은색이더라

시민들의 세금을 낭비한 ‘혈세 낭비의 아이콘’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시립 서남병원은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노인성 질환 전문진료기관이다. 2011년 개원하면서 서남병원은 서남권 공공의료의 중심 역할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포부에 걸맞게 지하 4층, 지상 8층, 350병상, 그리고 대지 11,189m², 연면적 39,262m²의 규모를 자랑한다. 또 이화여대를 등에 업은 의료진과 최신 의료 장비는 대학 병원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화려한 외관과 다르게 서남병원은 심각한 병원 경영 문제에 마주하고 있다. 개원한 지 3년에 다가가는 현재에도 출범했을 당시 이화여대가 서울시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 기재되어 있는 병상 가동률과 환자 수에 턱없이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화여대 측이 계약 전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는 병상 가동률 96.6%와 하루 700명의 외래 환자를 장담하였지만, 2011년도 총 외래환자 22,938명, 2012년 67,173명, 2013년 39,242명(6월 말까지)으로 2012년 기준 하루 평균 184명으로 하루 200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또 이화여대 측은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2010년도에는 적자를 보겠지만 그 이후에는 매년 흑자를 장담했으나, 현재까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이화여대에서 적자를 볼 경우 적자분 가운데 30%를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액을 받아내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서남병원과 같이 서울 외곽에 위치한 노인성 질환 전문병원인 북부병원의 경우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북부병원은 중랑구 망원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의료원이 위탁경영 중이다. 2006년에 개원한 북부병원은 200병상, 대지 7,769㎡, 건물 연면적 18,058㎡으로 서남병원보다 작은 규모의 병원이다. 그러나 북부병원은 연평균 병상가동률이 88%이며, 올해 1월 개원 이래 최고 수치인 99%를 달성했다. 북부병원은 개원한 지 9년째로, 개원한 지 3년째인 서남병원과 인지도의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지만, 바라보고 있는 목표는 같다.

서남병원에 대한 이화의료원의 위탁경영 계약은 올해 8월 27일부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해당 시점을 앞두고 서울의료원이 서남병원 위탁경영자 자리에 도전했으나, 결국 이화의료원이 재계약하는 데 성공했다. 입찰 당시 이화의료원은 노인성 질환 전문병원과 공공 병원이라는 특성상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인정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응급실 및 소아과 등의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계약은 갱신 계약이 아닌 신규 계약으로 새로운 경영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외래환자 유치를 위한 기능 조정에 대해 서울시 측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서남병원은 노인성 병원의 수가 부족한 서울시의 현황을 짚어, 오세훈 전 시장의 노인성 질환 전문병원 건립 계획 방침으로 설립되었다. 노인성 질환 전문병원으로 설립된 만큼, 서남병원은 설립취지에 걸맞게 운영돼야 할 것이다.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나?

 

85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세금을 들인 인천 월미은하레일을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월미은하레일은 인천광역시에서 추진하고 인천교통공사에서 운영할 계획이었던 관광용 모노레일 사업이다. 인천역과 월미도를 순환하며 도시 철도의 기능보다 관광 열차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08년 착공하여 2009년 개통할 예정이었던 월미은하레일은 부실시공 논란 속에 2010년으로 개통이 연기됐다. 부분 재시공을 거친 후 시범 운행에 들어갔으나 열차 추돌 사고와 차량 안내바퀴 파손으로 인해 운행 날짜는 또다시 연기됐다. 그 후 인천시의 재정 문제와 부채 문제가 대두되며 사업이 백지화됐다. 월미은하레일은 부실시공과 하자, 사업성 문제 등으로 완공 후 방치돼왔다. 결과적으로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사업비 858억 원에 부대비용과 이자 등을 합치면 약 1,000억 원에 달한다.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할 경우 생길 여러 문제점들도 무시할 수 없다.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레일바이크로 전환할 경우 모노레일 운영 시 예상되는 연간 50억 원 가량의 적자 걱정 없이 연간 8억 원의 수입이 들어온다. 그러나 계약을 해지하고 모노레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이행보증금 18억 원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게다가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스템 교체로 인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송영길 전임 시장 재직 당시 레일바이크로 재활용하기로 방향을 틀었고, 민간사업자인 가람스페이스로부터 연간 8억 원씩 20년간 사용료로 160억 원을 받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월미은하레일 현장을 확인한 후 소형 모노레일로 운영 방침이 또다시 변경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용 문제와 고질적 문제인 안전성을 들어 레일바이크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월미은하레일의 방향성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사업을 시작한 만큼 명확한 방향성 아래 사업을 추진하여 수익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나 사업이 백지화가 된 후부터 현재까지 4~5년간 월미은하레일은 사업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 속에 방치돼있다.

 

 

 

적자도 용인되는 사업

용인시청은 8만 1,400여㎡ 부지에 건축 연면적 7만 9,500여㎡ 규모로 1,620억 원(부지매입비 제외)을 들여 건축된 문화복지행정타운에 위치하며, 그중 시청은 지하 2층, 지상 16층, 연면적 4만 4,800여㎡ 규모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용인시청은 서울시청보다 화려하다는 지적을 받았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크다. 행정타운의 건축 연면적은 서울시청 면적의 1.5배에 해당하며 이는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 청사 본관보다도 큰 규모이다.

문제는 용인시의 재정상황이다. 용인시는 당시 청사 건설 사업을 포함한 여러 사업들로 7,000억 원의 빚더미에 앉았다. 또 용인시는 경전철 등 대형 건설 사업을 추진해 부채가 2010년 1,522억 원에서 2012년 1조 342억 원으로, 총 부채 규모가 7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었다. 용인시는 최근 경전철 채무의 경우 내년 1,402억 원의 채무를 상환해 채무비율을 대폭 낮춘 후, 2016년까지 채무관리 계획 이행을 모두 마무리하면 빠르게 재정 건정성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지만, 그 미래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용인시는 문제의 용인경전철까지 안고 있어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작년 4월에 개통한 용인경전철은 기흥역에서 에버랜드역을 잇는 지상 경전철이다. 총 18.143km로 30분이 소요된다. 용인 교통시설 개발 목적으로 1조 127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개통된 용인경전철은 어느새 잘못된 토목사업이 어떻게 지방 재정이 파탄 내는지 보여주는 ‘교과서’가 돼버렸다. 하루 16만 명의 이용객을 예상하고 사업이 추진됐으나 작년까지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 3천명에 불과했다.

 

9월 20일부터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이 적용되어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으로 이용객이 늘었으나, 경기개발연구원이 2011년 제출한 용역 보고서에서 제시한 3만 2,000명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또 실제 이용객들은 분당선 기흥역에서 갈아타 전대•에버랜드역까지 가는 승객들이 대부분으로, 지나치는 중간 역의 이용객은 한 열차 당 겨우 한 명을 웃도는 실상이다. 결과적으로 에버랜드 전용 셔틀 열차로 전락한 셈이다.

 

 

세‘빛’섬과 세‘빚’섬 사이

한강 남단에 조성된 인공 섬인 세빛둥둥섬이 지난달 15일 ‘세빛섬’으로 이름을 바꿔 착공 8년만에 전면 개장했다. 세빛섬은 네 개의 섬으로 이뤄진 수상 조성 공원으로, 부체(浮體) 면적 10,421m²의 크고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세빛섬 사업은 2006년 한강 주변 관광 개발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민의 아이디어를 받아 시작했다. 2007년 정책 제안 사이트인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올라온 ‘떠다니는 섬을 한강에 만들자’라는 의견이 채택됐다. 이후 체계적인 논의가 없이 건설이 진행되었고 2011년 완공 후, 일부 공간을 시민들에게 차차 개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방 첫 행사로 외국 브랜드의 모피 패션쇼가 진행되면서 동물권리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는 등, 이용방안에 대한 소통의 부재에 따른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효성과 기타 회사들이 공동투자한 ㈜플로섬과 운영사 선정 및 운영 문제로 사업에 잡음이 생겨 최근 개장하기까지 약 3년간 방치돼왔다.

 

현재는 카페나 레스토랑, 웨딩홀 등이 입점해 이용객이 생겼지만, 표류하던 3년간 세빛섬은 어떤 시설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한강에 섬을 띄우자는 아이디어 외에 명확한 계획 없이 설계되어 사업비도 애초 예상보다 훨씬 큰 액수가 들었다. 착공 후 투여된 사업비는 예상 사업비 50억 원의 28배 가량인 1,390억원이다.

사실 세빛섬은 지자체만의 사업으로 보기 힘들다. 효성이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고, 운영 후 일정 기간 뒤에 지방자치단체에게 기부의 방식으로 채납하는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약 1,300억의 사업비는 사실상 대부분 효성이 부담하고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239억 원이다. 이 또한 세빛섬이 정식 개장한 현재 수익을 거두면 계약이 끝난 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세빛섬과 효성의 계약 방식은 20년간의 무상사용 기간 후 10년 동안의 유상사용까지 끝난 후 기부 채납하는 식이다. 효성이 사용하는 기간 동안 들어가는 세금은 무시할 수 없으며, 30년의 계약 기간 뒤에 기부 채납하는 방식이라 세금이 돌아오는 시기는 너무 멀다는 지적이다.

 

또 세빛섬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1km정도 걸은 후 잠수교 방향 지하보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는 길이 녹록치 못하다는 것이다. 또 세빛섬에 입주한 부대시설의 이용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을 위한 시설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세빛섬은 현재 각종 컨퍼런스, 패션쇼, 런칭쇼 등 시민을 위한 다기능 종합 문화시설 공간으로 운영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세빛섬은 현재까지 화려한 한강 웨딩홀,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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