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진원 석사과정
환경대학원

최근 들어 신문에서 ‘삼포세대’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앞날 걱정 때문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층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 바로 삼포세대이다. 지금처럼 팍팍하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행복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바로 연애와 결혼, 출산일 것이다. 이 세 가지를 포기하면서까지 우리는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가?

내가 공부하는 환경 분야에서는 최근 지속가능발전 담론을 중심으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은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풍요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세대가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경제규모의 외적인 성장만을 추구해온 과거의 발전 방식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 경제 발전 방식으로 인해 지구의 자원은 고갈되었으며, 사회적 불평등은 세계 어디서나 주요 사회문제가 되었다.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중요 가치들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으로 이와 같은 거대한 문제들을 만들어 냈다. 이제야 우리 인류는 경제문제 외에도 사회적 형평성과 자연환경의 보존도 함께 고려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더는 경제성장도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어느 순간부터 한 가지의 목적만 추구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다른 것들은 희생할 수 있다는 ‘트레이드오프’를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환경 파괴를 감수해야 하고, 환경을 보호하면 경제발전이 저해된다. 그리고 환경은 경제발전을 이룬 다음에 복원해도 늦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가 바로 ‘트레이드오프’사고이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을 미래의 발전 방향으로 정하면서 우리 인류는 경제성장, 사회적 형평성, 환경보존이라는 세 가지의 목적을 동시에 좇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은 여러 중요한 부분들이 서로 균형적으로 발전했을 때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내포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인생에서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너무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사랑과 가정까지 포기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가? 과연 그 목적 하나만 이루면 우리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하나의 목적만 추구하다 보면 삶의 균형이 깨지고 결국 그 하나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인류의 발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세상 살기가 팍팍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같아도 삶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들까지 포기할 순 없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과 내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발전시킬 때 가능하다. 물론 변수가 둘 혹은 셋인 방정식의 해를 도출하는 것이 변수가 하나인 방정식의 해를 도출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고민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고급과정이다.

우리 인류는 미래세대가 현재세대에 던질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이 고급과정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였다. 우리도 지속가능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트레이드오프’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최고가 되길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을지라도 내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포기하고 희생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이 가치들의 균형을 이루고 함께 성장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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