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위기에서‘장르’를 논하다

▲ © 대학신문 사진부
 흔히 지금을 ‘한국 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출판계의 어려움은 위기를 넘어 악화일로에 들어선지 오래고 그나마 팔리는 책들은 실용서나 번역소설 일색이다. 하지만 이 틈새에서 ‘뜨는’ 문학이 있으니 바로 장르 문학이다.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 판타지 소설 『퇴마록』 등이 바로 그것. 인터넷, 공상과학(SF), 고딕(괴기), 무협, 환상 소설 등을 포함하는 장르 문학은 흔히 본격문학[]순수문학과 대비돼 비주류문학으로 정의되며, 다른 문화 장르, 예를 들어 영화나 게임 등으로 쉽게 각색 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장르 문학이 우리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학과사회』 가을호에서는 ‘장르 문학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특집을 준비, 장르 문학과 대화를 시도했다.

 

장르 문학 작가들은 기고를 통해 “장르 문학이 인터넷과 영화 등을 매체로 ‘뜬’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독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얻는 데 실패해왔고, 따라서 그 성장 기반도 취약하다”고 말한다. 특히 SF작가 듀나는 “내가 할 일은 SF소설의 독자층이 소수 마니아를 벗어나길 기다리는 것 뿐”이라며 한국 SF소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을 토로했다. 그러나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작가 최수완씨는 인터넷 소설의 대중적인 감성과 파급력을 강조하며 장르 문학 내에서 희망을 찾을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봉석(영화평론가), 김영하(소설가), 박상준(SF해설가), 이상용(영화평론가), 김동식(문학평론가) 등이 참여한 좌담에서는 장르 문학의 성장 배경과 현재의 위치 등이 논의됐다.

패널들은 컴퓨터 통신과 인터넷 등 매체의 발전이 장르 문학이 부각되게 된 배경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나 장르 문학의 주된 소비자인 마니아들이 장르 문학을 배타적으로 향유하려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때문에 대중성[]접근성이 장르 문학의 큰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주류문학과 독자들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이다.

 

또 패널들은 주류문학계와 일반 독자들이 장르 문학을 폄하하는 경향과 비평 등 작품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부재로 인해 장르 문학이 성장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본격문학이 장르 문학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양자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문학과사회』의 이번 논의는 순수 문학과 장르 문학이 공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자리였다. 이후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위기의 한국 문학이 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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