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사회의 위기! 필자가 관악에 입학했을 때부터 계속 들어왔던 말이다. 이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자치활동 참여율이 저조해지고 있다, 비판적 담론이 실종되고 있다 등등 학생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무관심’과 ‘참여의 실종’을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나 소위 ‘학생사회 위기론’이 전면으로 대두될 때, 이는 당시의 구체적 문제와 연관돼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웠던 것은 역시 학생회 문제였다. 식권 위조와 부정 의혹으로 얼룩졌던 2009년의 총학, 사상 최초 후보자 미등록으로 인해 무산됐던 2010년 사회대 선거, 그리고 2011년 이후 계속해서 무산된 11월 총학 선거 등등 학생회와 관련된 각종 사건이 터질 때, ‘학생사회 위기론’은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번 2학기, 관악에는 또 다시 학생사회 위기론이 대두됐다. 56대 총학생회가 소위 ‘제명 사건’으로 인해 해체된 이번 상황은, 누가 보아도 학생사회의 위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온·오프라인 공간상에서는 여전히 파편화된 논쟁의 조각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총학생회장의 실수라는 해프닝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를 넘어 근본적인 성찰을 외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어떻게 총학생회장은 집행부원들과 총운영위원회에게 제명 사실을 밝히지 않을 수 있었는가? 왜 일부 대의원들은 제명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는가? 총학생회 내부의 근본적인 민주적 의사결정구조가 부재한 것은 아닌가? 하나하나 신중하게 반추해야 할 문제들이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이런 과정에서 『대학신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대학신문』은 지난 9월 28일 공개 총운위 이후로 관련 사건에 대해 충실히 보도를 해주었다. 언론의 첫 번째 기능이 정보 전달이라 본다면, 『대학신문』의 보도는 매우 탁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기능은 정보 전달에만 한정돼서는 안 된다. 언론은 특유의 비판정신을 바탕으로 사회 현실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 미래상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대학신문』의 모토마냥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언론 본연의 정보 전달 기능에만 매여서는 안 되며, 이를 넘는 비판적 재구성과 방향성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난 1888호 『대학신문』은 아쉬움이 남는다. 2면에 실린 ‘제56대 총학생회, 6개월의 자취를 돌아보다’라는 기사는 정보 전달에는 훌륭했지만, 그 이상의 것을 제시하지 못했다. 단순히 56대 총학생회가 수행했던 사업과 미이행한 공약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각각의 사업과 공약에 대해 비판적 평가를 함으로써 56대 총학생회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많은 학생들은 사퇴 국면 이전의 총학생회의 업무 수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향후 연석회의가 집중해서 마무리해야 할 사업들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 기사를 다루며 56대 총학생회장단의 사퇴 과정에 대한 추가적 분석이 누락된 것도 아쉽다. 이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고, 총학생회 운영 방식의 민주성의 차원에서 깊은 논의를 보여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우리들이 직면한 학생사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모호한 공론장에서 저마다 생각의 편린(片鱗)이 존재하나, 이들을 모아주어 하나의 비판정신으로 구현하는 것은 언론의 몫일 것이다. 신문은 논쟁적이어야 한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집합이 아닌, 정보의 비판적 재구성과, 학생사회가 나아가야 할 큰 활로를 제시해줄 수 있는 언론,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대학신문』을 기대한다.

하태승
정치외교학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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