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 입구 중 한곳엔 이발소를 알리는 조그마한 이발소 표시등이 걸려 있다. 이 이발소 표시등이 제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늘 오후에 이발하러 갔다 이발소 주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늘 그렇듯 마지막으로 정성들여 내 머리를 드라이어로 걷어 올리면서 주인장이 내게 본부의 보직교수냐고 묻는다. 무슨 얘길 하나 했더니 본부에서 이발소 밖에 있는 표시등을 없애겠다고 통보했단다.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통보를 해 와 이발소 주인은 황당한 듯 하소연을 한다. 아마도 누군가의 눈에 거슬렸을 터이다.

난 학생이었던 80년대부터 지금 자리에 있는 이발소를 애용해 왔다. 당시에는 거의 열 명의 이발사가 동시에 이발을 하는 북적거리고 활기 있는 장소였다. 지하라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난로의 끓는 물에서 나오는 김과 이발소 특유의 향기가 섞여 푸근하고 기분좋은 분위기로 그득했다.

언제부턴가 점차 이발소를 찾는 사람이 줄어 지금은 이발사 한 분만이 이발소를 지키고 있다. 그래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꾸준히 손님들이 관악 교정의 유일한 이 이발소를 찾고 있다. 관악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단골들이야 눈감고도 이 지하에 숨어있는 이발소를 찾아오겠지만, 학생들은 어디 그렇겠는가? 학생회관 입구 밖에 매달린 이발소 표시등이야 말로 ‘여기 이발소가 있소’를 가장 잘 알려주는 표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매끈하게 리모델링한 학생회관 입구에 걸려있는 낡은 이발소 표시등이 미관을 해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표시등의 크기도 조그맣고 또 입구의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그렇게 거슬려 보이지는 않더라. 이 오래된 이발소의 존재를 말해주는 양 약간 삐걱거리며 돌아가는 표시등이 내겐 정겹기까지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악의 많은 손님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유일한 이발사가 이 표시등의 제거를 원치 않는다. 큰 문제가 없다면 이 정도 배려는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조형택 교수
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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