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평소에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커피가 별다른 것을 넣지 않아도 향긋하다며 쓴 맛 외에 다른 맛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에게 커피는 단지 쓴 맛 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주 기자는 커피를 쓰다고 느낄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이들을 만나고 느낀 감정은 반가움이 아닌 커피 맛과 같은 씁쓸함이었다.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판코가 문을 닫고 그 자리에는 생협에서 느티나무를 직영할 예정이다. 생협에서는 “판코를 직영화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학생들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12월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다른 느티나무 카페처럼 전임 근무자를 두고 판코에서 근무해온 학생들 중 몇 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이번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이 매장 관리 뿐만 아니라 메뉴 개발, 운영 계획을 세우는 등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은 문화인큐베이터를 제외하면 당분간 학교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판코의 운영이 종료되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학생들이 그동안 판코의 운영에서 큰 부분을 담당했음에도 학생들의 의사가 판코 영업 종료 여부를 결정할 당시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10년간 매장 운영에 있어서는 법적 사무를 제외한 매장 관리, 메뉴 개발, 운영 계획 수립 등의 카페 운영에 있어 큰 부분을 담당해 온 학생들은 정작 운영 종료 과정에서 판코 운영의 한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자를 씁쓸하게 했던 부분은 과연 생협이 그 자리에 카페를 직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생협은 수익성이 저조하다는 점을 들어 생협에서 자신들이 카페를 직영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판코는 교내 다른 카페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나 식품을 판매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오히려 생협이 카페를 운영하게 된다면 학내에서 판코에서만 볼 수 있던 토마토 주스 등의 상품을 더는 학내에서 만나볼 수 없게 돼 오히려 학내 전체로 본다면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협은 카페 직영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단기간만 근무하던 학생들도 있으니 근무자들의 숙련도가 부족할 것”이라는 점을 이유 중에 하나로 들었다. 하지만 매년 학내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은 제쳐두더라도 판코는 일에 서툰 학생들이 운영해서, 그런 학생들 덕분에만 느낄 수 있었던 ‘풋풋함’이 있었다. 이제 판코에서 우리가 나눴던 얘기들, 토마토 주스 같은 판코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음료들, 학생들이 직접 운영해 학내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판코만의 아기자기하고 편안했던 분위기, 서로 사이에 뒀던 잔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들은 현재가 아닌 추억 속에서나 찾을 수 있게 돼버렸다. 새로 열리는 카페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추억들을 쌓아 올리겠지만 그 전과는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가을에는 커피가 씁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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