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리스 로마 신화’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웅진)가 완결된 가운데, 『정재서의 이야기 동양 신화중국편』(황금부엉이),『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아카넷)등 동양 신화를 알리는 서적도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들은 신화를 통해 동ㆍ서양 문화의 차이점을 보여주면서도 신화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보편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3권으로 완결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1권)』,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2권)』,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3권)』 등 테마별로 기존 신화 내용이 재구성 돼있다. 단순히 신들의 이야기만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소재 혹은 이야기 전개가 비슷한 동양의 신화를 함께 소개해 흥미를 더한다. 이번에 발간된 3권은 특히 고대의 신화와 함께 현대의 영화와 희곡, 최근 발간된 책과 잡지 등을 인용해 내용이 더욱 풍성하다. 2천여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전해 내려온 피그말리온 이야기가 그로부터 1900년 뒤에 조지 버나드 쇼에 의해 희곡으로 만들어지고, 또 그로부터 50년 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로 재생산됐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예다.

▲ © 강동환 기자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완결 동양신화 서적 잇달아 출간


 

『정재서의 이야기 동양 신화-중국편』에서 정재서 교수는 동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동양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양 신화를 통해 동양 문화의 원형을 알 수 있음을 주장한 정 교수는 이 책에서 고대 그리스 신화와 중국 신화의 차이점을 분석해 중국 신화에서 볼 수 있는 동양 신화만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예를 들어  신들의 이야기가 중심인 중국의 홍수 신화는 인간에 대한 신의 분노와 징벌의 성격이 짙은  그리스 로마 신화, 히브리 신화 등의 서양 신화와는 다르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차이가 동ㆍ서양의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기초한다고 설명한다.

2권으로 완결된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는 중국 고대 유물과 유적 등을 신화와 연결시켰으며, 읽기 쉽게 대화체로 쓰여졌다. 또 인간을 만들었다는 여신 여와가  한나라 때 남신과 짝을 이루는 신으로 격하되는데, 저자는 이를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여신들의 본래 위치를 찾아주려고했다.

각각 서양과 동양의 신화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이 책들을 보면 동서양의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동서양의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는 확연히 다른 위상을 갖는다. 서양 신화에서의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는 ‘소머리괴물’로, 동양신화의 염제는 ‘소머리신’으로 등장한다. 김선자씨는 저서에서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는 인간성에 대립되는 동물적 요소를 지닌 위험한 존재로 묘사되는 반면 중국 신화 속에서는 외경의 대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 교수는 “그리스 로마는 인간 중심적 철학 사조의 영향으로 인간의 형상을 한 신이 숭배되는 반면 동양, 특히 중국은 친자연적 사조의 영향으로 인간보다도 자연에 가깝다고 여겨진 동물이 신성하게 여겨졌다”고 말한다.

 

 

인간의 보편적 경험이 신화의 공통점으로 드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동서양 신화의 공통점에도 주목했다. 고대 동양과 서양은 극히 제한된 접촉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재와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닮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라스 영웅 이야기는 중국 신화 속 영웅인 예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캐릭터와 서사구조를 지니며, 곤이 홍수를 막기 위해 하늘의 흙을 훔쳤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는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경우와 유사하다. 이에 대해 김선자씨는 “결국 보편적인 ‘인간’이 감동할 수 있는 공통된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이윤기씨는 “사람들은 탄생과 죽음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기본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각의 책은 동ㆍ서양 신화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바탕으로 쓰여져 특정 문화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가운데서도 독자들이 동ㆍ서양 문화의 공통점에도 눈길을 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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