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이기적인 소수자?
국민vs소수자 대립구도 만드는 정부
비기득권끼리의 소모적 논쟁 벗어나
잘못된 정책 향한 적극적 목소리 내야

 

 

중국 청나라 말기에 일어난 농민 봉기인 태평천국 운동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보안(保安)의 주생(周生)이 잡혀온 태평군에게 물었다. “너는 붙잡혀 온 것이냐? 스스로 들어온 것이냐?” 태평군이 대답했다. “끌려왔습니다. 그리고 집은 불타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시 묻기를 “너는 너를 끌고온 자와 너를 해코지한 자를 미워하는가?” 말하기를 “미워합니다.”“그러면 왜 오늘 다른 사람을 붙잡아오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하였는가?” 여러 태평군들이 한입으로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의 집은 불타고 나는 끌려왔는데, 매번 온전한 집을 볼때마다 생각하기를 나는 이런데 너희들은 편안하게 사느냐는 마음이 듭니다. 분노와 불평불만에 그들을 잡아와서 나처럼 만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최근 공무원 연금 개혁이 뜨거운 감자다. 나는 뉴스를 주로 인터넷에서 보며 댓글까지 살피곤 하는데 이에 관한 반응들이 사뭇 놀라웠다. 연금 개혁을 비판하는 입장의 댓글이라도 하나 달리면 그 밑에는 여기서 댓글 쓸 시간에 일이나 하라, 억울하면 그만둬라 등의 반응이 달려 있었다. 이와 더불어 공무원이 얼마나 혜택받는 직업인지, 퇴직 후에는 비공무원과 비교해 얼마나 많이 받는지를 토로한 글도 눈에 띄었다. 여기서만큼은 공무원은 철저히 소수자였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 그리고 언론은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기보다는 분열시키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보 시절 ‘국민대통합’을 공약으로 내걸던 박근혜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전 영국 총리 마가렛 대처를 롤모델로 삼는다. 대처는 ‘두 국민 전략’으로 사회 계층간의 갈등을 심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또한 국민을 다같이 끌어안고 가기보다는 소수자를 만드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듯 싶다, 이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담화문에서도 잘 드러난다. 담화문은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수급액이 많다는 점, 연금 개시 연령 또한 빠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왜 재정적자가 발생했는지, 고위 공무원과 하위 공무원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등 서로 간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보는 배제됐다. 반면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대화할 것을 말하여 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공무원 집단을 비합리적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과정 속에 공무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이기적인 집단이 되어 국민연금을 받는 비공무원들의 뭇매를 맞는 처지가 됐다.

비단 공무원연금뿐만이 아니다. 담배값 인상에 대해서는 흡연자들이 소수자가 됐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이 소수자가 됐다. 이런 과정 속에서 흡연자들은 간접흡연으로 국민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됐고, 유가족들은 자식을 팔아 한몫 챙기려는 사람이 됐다. 문제는 이로 인해 생기는 국민과 소수자의 대립이 건설적이고 이성적이기보단 감정적이고 원색적이라는 데 있다. 이런 정책의 시행 주체는 분명히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흡연자에 대한 비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폭식투쟁 등은 일견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원래 정부로 향해야 할 논쟁의 초점은 이런 대립의 틈바구니 속에서 마모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사이 청와대에는 헬스장과 더불어 3급 헬스 트레이너가 생겼고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의 인상이 준비되고 있다. 기득권 대 비기득권의 구도가 아닌 비기득권 대 비기득권의 프레임 속에서 결국 누가 웃고 있는지는 자명하지 않을까.

오늘도 뉴스를 보기 위해 인터넷에 들어갔다. 뉴스는 벨기에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큰 시위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한다. 연금 개혁과 공공부문 급여를 동결하는 정부의 정책에 강하게 저항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110억 유로의 재정을 절감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주머니가 아닌 다른 데서 돈을 찾을 수 있잖아요.” 다른 뉴스에서는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에 관련해 여야가 대립한다는 보도가 한창이다. 댓글에는 좌파들의 무상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두 나라 사이의 온도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