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나 사실 동성애자야’
‘엄마 아빠, 나 사실 동성애자야’
  • 권혜빈 기자
  • 승인 2014.11.09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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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행사] 아동가족학 전공 심포지엄

 교내 게시판 곳곳에 이목을 끄는 포스터가 걸렸다. ‘세상 사람 다 알아도 엄마 아빠는 안돼.’ 지난 3일(월) 생활과학대학(222동)에서 열린 제18회 아동가족학전공 학술심포지엄의 개최를 알리는 포스터였다. 아동가족학전공 심포지엄은 매년 한 차례씩 3학년 학부생들이 팀을 이뤄 자율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뒤 발표하는 학과 행사이다.

▲ 연구 소재를 직접 정하고 논문을 작성한 소비자아동학부 발표팀이 통계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혜빈 기자 beliveyourse@snu.kr

올해는 조남석 팀장(소비자아동학부•11) 외 5명이 한 팀이 되어 ‘성소수자가 지각하는 부모 지지도가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대상이 된 성소수자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를 가리켰다. 연구 대상을 성소수자로 정한 이유에 대해 팀원 김보미 씨(소비자아동학부•12)는 “성소수자에 대해 폐쇄적인 한국 사회에 변화가 있으려면 관련된 데이터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작점이 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성소수자를 가족학의 관점에서 연구했다. 염아영 씨(소비자아동학부•12)는 “가족학에서 사회 변화는 가족의 변화로 설명되며, 사회 현상을 파악할때 중요한 것은 부부 관계와 부모-자녀 관계이다. 가족학을 공부하는 우리들이 보기에 성소수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차별을 극복해내야 하는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의 자녀이고 가족의 일원이다”라고 답했다. 덧붙여 박해인 씨(소비자아동학부•12)는 “기존 연구에는 성소수자들이 받는 사회적 차별이나 그들을 다루는 미디어에 대해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이 일차적인 사회집단인 가족 안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알아야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 연구팀은 설문조사를 근거로 “성소수자 집단의 ‘부모 지지도’와 ‘심리적 안녕감’의 평균은 각각 이성애자 집단보다 낮다”고 발표하였다. 이때 부모 지지도란 자녀가 느끼기에 부모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며, 심리적 안녕감은 개인이 느끼기에 생활 전반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한 변수의 종속 변수에 대한 영향력을 검토하는 회귀분석을 통해 “부모 지지도가 동일할 때 성지향성에 따른 심리적 안녕감의 차이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심리적 안녕감이 낮은 성소수자들은 남들과 다른 성지향성 때문에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지지가 낮다고 지각하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어서 연구팀은 심층적인 분석을 위해 9명의 성소수자를 면담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성소수자들이 지각하는 부모 지지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 “부모가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수용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제시한 뒤, 커밍아웃 여부에 따라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의 부모는 실제로 강하게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고,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회적 통념, 종교, 자녀로서의 역할 수행 불가, 낮은 친밀도 등으로 인해 낮은 부모 지지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설문조사 분석에서 성소수자 집단의 심리적 안녕감 평균은 일반인보다 낮았지만 그 차이는 부모 지지도 차이만큼 크지는 않은 수준이었다”라고 하면서 이에 대해 “성소수자들이 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함으로 인해 위협받는 심리적 안녕감을 지키기 위해 친구와 같은 다른 지지 출처를 찾거나, 처음부터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등의 대처를 하기 때문”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에 대해 진미정 지도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인터뷰에서 “성소수자들이 당연히 이성애자보다 훨씬 불행할 것이라고 보는 것도 사회적 편견일 수 있다”며 “가족과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제를 발휘하는 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뒤 청중들의 적극적인 반론이 이어졌다. 연구 대상이 서울권 대학생에 편중되어 표본의 대표성이 낮다는 점이 주로 지적됐다. 발표를 들은 한 학생은 “심리적 안녕감이 크게 낮지 않은 이유가 표본의 대표성 문제 때문일 수 있다”며 “사회에 아예 공개하지 않은 성소수자들을 포함시켰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미정 교수는 “성소수자는 전문연구자들이 연구하기에도 쉽지 않은 대상이라 표본의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주제 선정 자체에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후속 연구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차승민 씨(작곡과•10)는 “부모의 입장도 연구돼야 한다”면서 “자식은 오랜 시간을 두고 자신의 성지향성을 받아들였지만, 부모님은 커밍아웃을 듣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또한 한국 부모 세대들이 가진 특수한 고민과 상황, 역사를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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