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에게 A+학점이 수여되기까지
서울대생에게 A+학점이 수여되기까지
  • 대학신문
  • 승인 2014.11.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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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서울대에선 누가 A+를 받는가』에서 제기한 학부 교육 문제

 대‘창의’시대. 대통령도 ‘창조경제’라는 신조어를 내세우며 나라 전체를 창의적으로 개조하려는 상황 속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 지식 공동체’를 표방하는 서울대가 예외일 수 있을까.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은 그의 책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서 서울대 학부 교육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가 바라본 우리는 창의적이었을까?

저자는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연구원과 연구 조교수로 역임하는 동안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4.0 이상의 학점을 받은 2, 3학년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하며 “무식하다 할 정도로 필기를 많이 해요. 교수님 말씀을 하나도 안 놓치려고요”, “필기한 걸 나중에 볼 때 녹음을 참고하면서…”와 같은 진술을 들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범’적인 서울대생인 이들을 본 저자는 “이런 식으로 공부해도 되나?”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

청출어람 없는 서울대?

책에 수록된 저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들은 스스로를 비판적•창의적 학습자보단 수용적 학습자로 여기고 있었다. 서울대 학부생 1,1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이 수용적 사고력에 비해 낮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의 60% 이상이었다. 학점이 높을수록 이 비율은 높았고, 이에 저자는 “서울대의 고학점 전략이 수용적 사고력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졌으며 수용적 사고의 강조는 비판적•창의적 사고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교수와 다른 의견이 있는데, 이를 답안에 쓰면 좋은 점수를 받을 확신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4.0 이상의 학점을 받은 2, 3학년 학생 46명 중 41명의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저자는 이런 연구결과를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 번째 이유는 당위적 인식으로, 학생들은 당연히 교수가 자신보다 지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교수의 견해가 옳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전략적 접근으로, 마음으로는 교수의 의견에 반박하고 싶다 해도 학점을 위해서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영완 씨(철학과•13)는 “과제에 창의적인 답변을 적어서 좋지 않은 점수를 얻은 적이 있다”며 “교수님이 보기엔 논리적 전개가 미흡해 보였을 것”이라 말했다. 한종범 씨(미학과•14)는 “창의적인 답을 적었을 때 평균 정도의 점수를 받은 적이 있다”며 “평가에 대한 피드백이 없는 점이 아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서울대생이 전반적으로 예습보단 복습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사실 또한 제시했다. 이에 그는 “예습을 전혀 안 해도 되는 수업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학생들은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그냥 받아적기만 하는 종류의 수업”이며 “교수가 수업시간에 책을 대신 읽어 주는데 왜 미리 읽어가겠냐”고 서술했다. 그는 “서울대의 교육은 교수를 흉내 내기만 할 뿐 교수를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조교 같은 제자를 기르는 것이 목표인가?”라며 이런 세태를 비판했다. 결국 서울대에서 청출어람은 없다는 것이다.

학부 교육이 수용적 사고보단 창의적 사고를 유도해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이에 저자는 “비판적•창의적 학습은 수용적 학습 후에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도훈 씨(생명과학부•13)는 “정해진 답이 있는 학부 수준의 내용에서 억지로 창의성을 요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대학원에 진학하면 외운 지식을 응용하는 과정이 따를 것”이라 말하는 반면, 홍성욱 교수(생명과학부)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연구자가 아닌, 사회에 배출되는 학부생을 어떤 형태의 사고력으로 무장 시킬지 대학은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재 서울대에서 조별과제•발표•토론식 강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볼 때, 서울대의 교육이 수용적인 사고만 발달시키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저자는 많은 조별과제가 단순히 결과물을 모으는 단계에 그치며, 피드백 없는 릴레이 발표도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토론보단 시험과 과제가 학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토론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 또한 존재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대학 수업에서 창의적이 되도록 허용되지 않았다”고까지 평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생물학실험2 수업의 조교를 맡고 있는 윤창규 씨(생명과학부•석사과정)는 “조교들이 레포트나 발표를 채점할 때 창의성은 중요한 평가 기준”이며 다양한 생각과 방법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욱 교수는 자신이 담당한 수업을 예로 들며 “수업 중 토론에 열심히 참여하거나 창의적인 질문을 한 학생을 조교가 기록해 가산점을 줬다”며 “이것이 최종 성적을 평가할 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교육이라는 시계 속
고장 난 톱니바퀴는?

저자는 “학생의 행동은 언제나 교수가 유도한다”면서도 근본적인 책임은 교수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평가하도록 만드는 대학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그는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의 교수학습센터는 대부분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싱가포르국립대의 사례를 제시했다. 싱가포르국립대에선 강의 콘텐츠를 개발할 때 기획 및 프로젝트 관리는 교육공학센터가, 교수법 설계 등은 교수학습개발센터가 담당하며 대부분의 교수가 이에 동참한다. 하지만 국내 교수학습개발센터는 자발적으로 원하는 극소수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강의 컨설팅을 하거나 신임 교수들을 대상으로 일회적인 강의법 워크숍을 제공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김덕수 소장(역사교육과)은 “신임 교수를 대상으로 전문가가 주도하는 강의 컨설팅을 진행 중이지만 기존 교수들이 교수법 컨설팅을 받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몸이 아파야 병원에 오듯, (교수가) 자신의 교육 방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상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찾아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은 드물다.

저자는 서울대 학부 교육 문제의 또 다른 원인으로 대학이 강의의 질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교원평가에 심각하게 반영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든다. 교수들이 강의보단 대학에서 중시하는 연구 실적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게 되기에, 결국 교수에게 가르치는 일이란 ‘잘하면 좋은’ 것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초교육원 유재준 부원장(물리천문학부)은 “현재 강의평가는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함보단 대학평가 항목 중 강의평가를 실시하는 여부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며 “강의평가에 대해 교수에게 피드백을 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평가 내용이 미흡한 교수에게 강의 컨설팅을 받기를 권고하는 방안 등이 유효할 것”이라 설명했다.

저자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강의에 집중하는 교수(teaching faculty)와 연구에 집중하는 교수(research faculty)를 구분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대에도 교수들의 강의부담을 줄이고자 채용한 ‘전임대우 강의교수’가 있지만, 강의중심 교수가 시급 및 연구실 환경 등에서 시간강사 수준의 대우를 받는 시스템에서 강의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빛을 보기는 힘들다. 다만 유재준 부원장은 “연구중심대학이 학부 교육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며 “자신 연구 분야의 정점에 있는 교수가 연구 분위기를 학생들에게 전달해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도훈 씨는 “교수님들의 연구 내용과 접목된 수업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홍성욱 교수는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는 별개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중요한 연구가 연구소가 아닌 대학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지식을 전수하는 메커니즘과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메커니즘이 맞물려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저자가 제시한 서울대 교육의 문제점들은 강의평가, 교수학습개발센터 외에도 입시 위주 교육에 익숙해진 학생들, 학점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 등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하므로 홍성욱 교수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각각의 주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데, 교수로서 그는 “암기보단 다른 것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도 높은 평가를 받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자신이 진행하는 수업을 예로 들었다. 그 수업에서 학생들은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시험을 보는 대신 소논문을 제출할 수 있다. 이어 그는 “교수가 토론을 진행하며 동시에 학생을 평가하기는 힘들다”며 “본부가 학부 수업에 신경 쓰려면 더 많은 조교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거절한 교수들 중 상당수는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평했다. 스스로를 수용적 학습자로 여기는 것이 실제로 비판적 사고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일부 사례가 마치 전체에 해당하는 양 과장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분명 모범답안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통계를 바탕으로 교육 개선의 의지를 표명한 만큼, 옳은 것은 받아들이고 틀린 것은 고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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