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인터뷰] 박근혜 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이버 검열 논란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한 이 말 한마디는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수준을 정확하게 가리키는 지표였다. 대통령 발언 이후 검찰은 이틀 만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했고,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검열 논란이 일자 국민들은 급기야 사이버망명에 나섰다. 국가의 검열과 사찰이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제 언론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분류한 한국에는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특별한 제도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말하고 글쓰기 전에 알아야 할 5가지 사실을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전 방송통신심의위원)와 함께 짚어보자.

▲ 박경신 교수에게 한국의 표현의 자유 관련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들어봤다.
사진: 신윤승 기자 ysshin331@snu.kr

1. 선진국 중 행정기관이 인터넷 상의 내용물을 심의하는 국가는 한국, 터키, 오스트레일리아뿐이다.

한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2008년 5월에 출범해 정보통신망과 방송의 내용을 심의하고, 심의 내용에 따라 방송사업자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를 제재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때문에 우리나라 누리꾼은 보통 방심위의 활동을 당연히 필요한 제도로 여겨왔다.

하지만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와 같은 ‘행정기관의 사후 심의’를 검열의 한 형태로 보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두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 제21조에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 헌법재판소는 검열을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 심사 절차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방심위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한편 위의 세 국가 중 터키는 실질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행정기관의 검열이 가능하며, 오스트레일리아는 우리나라의 방심위와 비슷한 ACMA(Australian Communications and Media Authority)에서 음란물 및 아동유해물만을 걸러내고 있다.

Q. 우리나라 방심위의 인터넷 내용물 심의 기준은 무엇인가?
A. 법으로 정한 방심위의 심의기준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다. 위법한 자료만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명목에 어긋나면 삭제 및 차단당하게 된다. 그런데 행정기관이 판단하는 건전함은 중립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행정기관의 사후 심의가 비록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번복될 수 있는 잠정적 결정이지만, 인터넷 이용자는 권력자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행정기관의 판단에 불복할 경우 발생 가능한 불이익을 두려워해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2. 정보통신망에서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도 내 신원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는 다음과 같은 통신자료제공 제도가 마련돼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통신비밀의 보호) ③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이용자의 아이디 6. 이용자의 가입일 또는 해지일

수사기관은 그동안 인터넷 포털이나 이동통신사에게 통신자료제공 제도를 근거로 이용자의 신원 정보를 영장 없이 취득해왔다. 그동안 인터넷에 글을 쓸 때 익명성이 보장돼 왔다고 믿었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자료제공 요청으로 제공된 신원 정보는 연간 500만~1,000만 건 수준으로, 이미 당신은 수사기관이 요주의 대상으로 지켜보고 있는 피의자일 수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 사업자와 수사기관 모두 이용자에게 이 사실을 통지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이용자는 신원 정보가 제공된 사실조차 알 수가 없다.

Q. 영장도 없이 신원 정보를 가져가는 것은 위헌이 아닌가?
A. 익명성은 자기 신원에 대한 프라이버시다. 이것을 취득하려면 당연히 영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판결을 내렸다. 왜냐면 법에 ‘요청에 따라야 한다’가 아닌 ‘따를 수 있다’로 명시돼있어서 사업자가 공개를 강요받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포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까지 이기니까 2012년부터 인터넷 포털은 통신자료제공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동통신사는 통신자료제공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면 여전히 통신사를 통해서 신원 정보가 영장 없이 제공되는 것이다. 물론 통신사를 상대로 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한 해 500만 건 이상 통신자료제공을 하는데 통지를 안 해주니 피해자를 찾기가 어렵다. 내가 당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3. 수사기관은 영장만 있으면 내 이메일, 모바일메신저 정보를 몰래 가져갈 수 있다.

수사기관은 범죄수사를 위해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있다면 감청, 압수수색, 통신사실확인의 방법으로 피의자의 이메일과 모바일메신저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피의자에게 제때 통지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원리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영장이 발부된 경우 발부 사실을 영장이 집행될 대상에게 알려주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그동안 압수수색 통지는 서비스 가입자가 아닌 사업자에게 전달돼왔으며 사업자는 이를 가입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었다. 그나마 2009년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정돼 기소나 불기소 결정이 이뤄진 후 30일 안에 서비스 가입자에게 통지하도록 바뀌었지만, 수사가 길어지거나 불기소처분 없이 수사가 중단되면 피의자는 오랜 기간 자신이 감청 또는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다. 또 이 통지는 검사장의 승인이 있을 때 계속 유예될 수 있다. 2011년에는 정보저장장치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 정보 주체에게 ‘즉시’ 통지하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됐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Q. 오픈넷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감청 실시 횟수(2011년 기준 7,167회)는 인구 대비 미국의 9.5배, 일본보다는 무려 800배 가까이 많았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A. 사법부와 검찰의 잘못된 관계가 악순환을 낳는다. 사법부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아직까지 사법부에 과거 독재정권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 같다. 영장 신청이 많이 들어와도 하나하나 따져보고 요건이 안 맞으면 거절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판사들이 영장을 빨리 안 내주면 마치 수사에 걸림돌이 된다는 듯이 영장을 빨리 내준다. 영장을 빨리 쉽게 내주니 검찰은 서슴없이 더 많이 영장을 신청하고, 이런 악순환이 감청 실시 횟수의 차이를 불러왔다고 해석된다.

 

4. 모욕죄를 국가가 중범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모욕죄의 시초는 유럽의 구시대에 존재했던 국왕모독죄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리 잡은 국가에서는 대부분 폐지되거나 사문화됐고, 국제기구에서도 이를 권고한다. 가끔 모욕죄를 남용하는 권위주의 정부는 유럽인권재판소에서 그 판결이 번복되고 있다.

우리 형법 제311조에는 명예훼손죄와는 별개로 공연히 사람을 모욕할 경우 처벌하는 모욕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처럼 일반인 간에 모욕죄가 적용되는 국가는 독일과 일본이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모욕죄에 검사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사인(私人) 간에 이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일본은 모욕죄가 쓰레기 무단투기 정도의 경범죄로 취급돼 그에 대한 처분이 경미하다. 반면 한국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모욕죄의 적용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우리 법원은 “넌 음란한 거짓말쟁이다”, “듣도 보도 못 한 잡 것”을 모욕죄로 인정했지만, “부모가 그러니 자식도 그렇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무엇이 더 모멸적 표현인지는 각자가 판단해보자.

Q. 모멸적 언사나 욕설도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과거 방심위에서 트위터 계정 @2MB18nomA에 욕설이 섞여있다고 계정을 통째로 차단한 적이 있다. 사회나 정책 결정자에 대한 분노를 반드시 점잖은 표현으로 드러내야 하는가? 어떤 경우는 더 원색적인 표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징병제에 반대하는 학생이 정부에게 “Fuck the draft!”라고 외친 표현은 보호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개인 간에도 마찬가지다. 모멸감은 서로 간에 기대와 평가가 엇갈리면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국가가 이를 처벌할 수는 없다.

 

5. 인터넷에서 내가 보기 싫은 글은 30일간 차단할 수 있다.

검열을 국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선 서로가 서로의 표현을 제약할 수 있다.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④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중략)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인터넷 포털에서 차단된 게시글의 대부분은 일반 이용자의 요청으로 임시조치된 것이다. 위 조항으로 정보통신 사업자는 불법 자료가 아닌 단지 분쟁이 예상되는 게시글을 차단한 것에 대해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업자는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차단 조치를 한다. 괜한 분쟁이 발생해 비용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특정 정치인, 연예인과 관련된 게시글이 갑자기 차단됐다면 관계자가 포털에게 임시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보면 된다.

Q. 해외에도 임시조치 제도가 있나?
A. 해외에선 오히려 거꾸로다. 다른 국가는 정보통신 사업자가 불법 정보를 유지하더라도 그 책임을 면제해주는 법이 있다. 이것은 인터넷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다. 사업자는 분쟁이 있을 때 삭제 및 차단을 할 동기가 강하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사업자가 정보를 유지하는 위험에 대해 면책해주지 않으면 정보가 다 사라지고 인터넷이 죽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미국의 경우, 저작권 침해의 피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일단 무조건 차단하고, 게시자가 복원을 요구하면 무조건 다시 복원하는 제도가 있다. 다시 피해자가 삭제를 원한다면 그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게시자가 복원을 요구하는 경우는 5% 미만이다. 또 악의적인 삭제 요청을 남용한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의 현행 저작권법도 따르고 있다.

* 박경신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UCLA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인터넷 정책에 대한 연구와 운동을 지향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2011년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재직하던 기간 자신의 블로그에 여성의 성기가 등장하는 쿠르베의 미술작품 「세상의 근원」을 올리는 실험을 했다. 이는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 일로 박 교수는 검찰에 기소됐다. 1심은 벌금형, 2심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3심은 아직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저서 『진실유포죄』, 『표현•통신의 자유, 이론과 실제』 등을 통해 기득권층과 권력 집단에게 불공정한 특혜를 제공하는 한국의 표현 관련 제도를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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