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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 원의 비용과 준비기간 12개월의 초대형 뮤지컬이라는 기대 속에 8월 8일 개막한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LG아트센터)가 순항 중이다.

 

제작사 ‘제미로’는 8월 좌석 매진에 이어 9월에도 전 좌석 매진을 예상하고 있다. 통상 ‘오픈 런’ 공연에서는 이전 한 달분 좌석의 70%이상이 팔려야 다음 달 티켓을 판매하는데, 기획사 측은 9월이 조금 지난 지금 10월 좌석 판매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10월부터는 ‘마티니’라 불리는 수요일 낮 공연이 추가된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늦은 저녁 시간에 공연돼 공연 관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녀를 가진 부모 및 어린이 단체로부터 “우리도 공연 볼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예매율의 80%를 차지하는 20대와 30대 초반의 여성과 연인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9월부터 제미로 측은 인기에 힘입어 ‘미녀와 야수’의 성을 관객들 중 희망자에 한해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신청자를 받아 막이 오르기 전 ‘야수의 프로포즈’라는 이벤트를 통해 연인들에게 사랑고백의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관객의 기대에 기민하게 대처한 제작사의 노력이 관객을 공연장으로 불러내고 있다.

 

‘미녀와 야수’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미녀와 야수가 춤추는 장면 등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시켜 줬다”는 김윤아씨(윤리교육과01)의 말처럼 영화에서 봤던 환상적인 장면을 무대에서도 창조적으로 재현해 관객들의 동심과 사랑을 자극한다.

 

 따지고 보면 이런 흥행이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미녀와 야수’는 사랑 이야기,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만화 속의 무대의상과 개성있는 캐릭터를 현실로 불러낸 한 디즈니의 기술력으로 이미 해외시장에서 흥행성을 검증받은 작품이다. 제미로 측은 “‘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성공을 통해 축적된 작품 제작능력과 마케팅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수한 장치기술에 비해 일부 배우들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뮤지컬 전문기자 김수미씨(월간 객석)는 “무대, 의상 등 외적인 면에선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으나, 진지한 고민 없는 배우들의 연기와 불안한 음색은 관객이 작품에 몰입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또 5개월에 걸친 장기공연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타성에 젖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롱런’하는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들이 조금이나마 이를 해소하고자 애드립을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애초에 일관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일탈’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디즈니 측과 계약했다. 게다가 작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단독 캐스팅이 이뤄져 배우들이 계속된 강행군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공연은 오픈 런이라고 하지만 12월을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뮤지컬을 기획한 제미로의 김환철씨(마케팅팀)는 “전용극장이 있는 ‘난타’, ‘도깨비 스톰’의 오픈 런 과는 달리 ‘미녀와 야수’는 LG아트센터의 후속 공연 일정으로 인해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 제작자 설도윤씨(설앤컴퍼니)는 “8월처럼 전석 매진일 경우 18만명 정도 관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제작비 120억원을 제하고도 20여 억원의 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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