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업사이클링
다시 만난 세계, 업사이클링
  • 장은비 기자
  • 승인 2014.11.16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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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류 브랜드에서는 매년 40억 원 이상의 재고 상품이 소각되고, 서울시에서는 매년 15톤가량의 폐현수막이 버려지고 있다. 최근 이렇게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제품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폐품 따위의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해 다시 쓰는’ 재활용(re-cycling)과 달리, 단순히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서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걸까? 우선, 버려지는 물건들을 수집하거나 기부를 받는다. 이렇게 모인 물건들은 해체 후 새롭게 디자인되어 제품화된다. 이 제품을 다시 소비자가 구매하여 순환의 과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히 물자 절약을 통한 환경보호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와 생산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 일자리 창출이나 교육을 통한 사회 환원적인 성격까지 가진다. 최근 이런 업사이클링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젊은 디자이너, 사업가들이 늘고 있다. 그들을 만나 업사이클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Re(다시)+Rinascita(재생, 부활)=Renascita(리나시타)

 

가방의 재료가 되는 옷은 기부를 받거나 부산의 구제 시장 등에서 구해온다. 그 후 세탁과 해체 과정을 거친 옷은 부위별로 재단된 후 봉제공장으로 보내지는데,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노년층을 위주로 한 사회적 취약 계층이 일하는 곳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여기에는 버려진 옷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들도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그들의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리나시타(Renascita)는 그 가치를 옷에서 사람으로 확장시켰다. 버려지는 존재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다시 한 번 주목받게 하고 그로 얻은 이익을 다시 나눌 줄 아는 진정 ‘세련된’ 젊은 기업가들이 그곳에 있었다.부산 반송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기업가 다섯 남자들은 아직 젊었다. 아직 학생 신분인 그들은 좁은 작업실에서 버려진 셔츠와 청바지로 가방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시작은 단순했다. 셔츠, 청바지 등을 어울리게 맞춰보고 가방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서 시작한 사업은 어느새 ‘2014 소셜벤처 경연 대회’에서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한 대의 자전거를 꿈꾸며
Re(다시)+Debris(파편)=Rebris

 

리브리스의 장민수 대표는 폐자전거의 부품을 다시 살려낸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던 그는 용산 다리를 지나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자전거들을 보고 그것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의 손에서 폐자전거는 시계로, 테이블 조명으로. 혹은 열쇠고리와 팔찌 등으로 재탄생된다.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자전거를 분해해서 일일이 녹을 벗겨내고 그라인더로 다듬어내야 했다. 지금의 깔끔한 도색에 이르기까지도 수많은 스프레이를 버려야 했다.

 

지난 10월 30일 리브리스는 대전 밀알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 자전거를 기부했다. 약 한 달 간 제품 판매 후원금을 모았는데 목표였던 120만 원을 훌쩍 넘겨 성공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었다. 장 대표에겐 작은 꿈이 있다. 자전거 안에서 나오는 모든 부품을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고, 버려진 자전거의 각각 다른 부품들로 하나의 새로운 자전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훗날, 장대표가 버려진 부품으로 직접 만든 자전거를 많은 사람들에게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두번째 꿈은 무엇인가요?
RE:MAKE MARKET

 

리메이크 마켓(RE:MAKE MARKET)의 김경아 대표가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소파를 제작 후 남은 가죽을 클러치나 지갑으로 새롭게 만드는 김경아 대표는 요즘 제품뿐 아니라 사람들의 제2의 인생이 궁금하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동안 많은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들한테 ‘두번째 꿈이 뭐예요?’ 하고 물으면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봉사나 기부 등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해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이렇게 리메이크 마켓을 인터뷰하러 오는 사람을 볼 때면 자신이 만드는 제품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고 한다.

 

김 대표에게는 언제나 변하지 않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단지 사회적, 환경적으로 ‘착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단 예뻐야 하죠.”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든 제품이라고 해도 디자인이 예쁘지 않아 팔리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버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메이크 마켓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 김경아 대표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어떤 제품들이 더 만들어졌으면 좋겠는지, 또 기존 제품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김 대표의 작은 노력이 ‘제2의 가치를 찾자’는 그녀의 가치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예술 작품을 내 어깨에 매다
ul:kin

 

얼킨(ul:kin)은 작가들이 자신의 색깔을 담아 캔버스에 그린 그림으로 가방을 만들어 판매한다. 얼킨의 가방은 자기 개성이 뚜렷하고 독특한 제품을 선호하는 젊은 사람들의 감성에 부합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얼킨’은 예술적 가치를 지향하는 친환경 브랜드이다. 얼킨의 이정민 대표는 “친환경적인 제품에 관한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차에 어느 미대 졸업 전시회에서 본 버려진 캔버스가 좋은 아이디어를 주었어요”라며 사업의 계기를 밝혔다.

 

얼킨을 통해 예술가는 작품으로 재능을 기부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 탄생한다. 그를 소비함으로써 재화는 다시 예술가들에게 기부의 형태로 환원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좀 더 친근하게 작품을 접하고 ‘예술은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한편 예술가들은 자신의 습작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줄 수 있음을 보고 작업에 대한 계속적인 동기부여를 얻게 될 수 있다. 이 모든 의미들이 얽혀 순환한다는 뜻으로서 ‘얼킨’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얼킨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을 위해 예술가들의 전시를 홈페이지에 홍보하기도 하고, 재능 순환 전시회, 스트리트 벽화 프로젝트 등을 열어 작가와 대중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얼킨은 앞으로 회화를 비롯한 미술 분야만이 아니라 음악, 무용 등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예술 문화 플랫폼’을 형성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잘 소비하고, 잘 생산하고, 잘 살고 싶다
문화로놀이짱

 

월드컵 경기장 근처 주차장에는 낡은 벽돌 건물과 컨테이너 박스들이 차곡하게 쌓여 이뤄진 재미난 공간이 있다. 바로 가구에서 공간, 우리 삶의 구조와 관계까지 생각하는 문화로놀이짱이다. 본래 석유비축기지였다가 유휴공간으로 전락했던 이 공간은 폐컨테이너 박스들을 통해 새로운 작업 공간으로 탄생했다. 30년 이상 세계를 누비던 수출용 컨테이너와 여수엑스포에서 팝업 부스로 쓰이던 폐컨테이너들은 지반공사와 녹 제거 작업, 내부 개조, 페인팅까지 만만치 않은 작업을 거쳐 ‘명랑에너지 발전소’가 됐다. 명랑에너지 발전소에서는 버려진 가구들을 수집하고 해체한 다음 새로운 가구를 제작해서 판매한다. 또한 일반인들이 목공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만들어진 가구는 다시 소비자들의 품으로 돌아가는데, 문화로놀이짱에서는 항상 이 가구가 또다시 쓰일 수 있는 가치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문화로놀이짱에서는 가구 제작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배움을 나누는 일을 한다. 목공 워크숍, 오픈 아카데미, 어디든 가는 수레 등 여러 활동과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공유와 나눔이라는 가치를 생각하는 계기를 만든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들과도 협업을 하고 기술도 공유한다. 이렇듯 문화로놀이짱은 ‘생산자들’에게 주목한다. 문화로놀이짱의 정다미씨는 “소비는 계속 늘고 있는데 생산자들의 입지는 아직 많이 낮다”며 “소비가 많은 생활 속에서 그 제품들은 과연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이 가치 있게 쓰이기를 소망하며 문화로놀이짱의 작은 컨테이너박스에서는 오늘도 작업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의 기부로 일자리를 만든다
굿윌스토어

 

송파구에 자리한 사회적 기업인 굿윌스토어는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물품을 기증 받고 판매하며,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에게 순한 자선이 아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굿윌스토어의 그린직원(장애인 직원)들은 충분한 교육과정을 거친 후, 성격이나 신체조건 등에 따라 업무를 분담 받는다.

굿윌스토어에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래;코드(RE;CODE)와 파트너쉽을 맺고 제품 생산을 위한 의류 해체작업을 위탁 받아 그린직원들이 분리,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각되려던 재고품들이 그린직원들의 손을 거쳐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 한다. 그 밖에도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재사용 문화를 가르치고, 학생들이 기증 캠페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굿윌스토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부할수록 더 많은 장애인에게 일자리가 생기고, 사회생활을 배우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의 관심과 기부 동참을 당부했다.

 

부산 언니들의 진짜 착한 기업
에코언니야

 

부산 구서역 옆에 자리한 에코언니야에서는 천연 한방샴푸와 시어버터 립밤을 만드는 천연 제품 만들기 교육이 한창이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와서 배우는 젊은 엄마부터, 이미 장성한 아들을 둘 법한 나이의 주부까지 하나같이 집중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에코(Eco)와 ‘언니야’를 합쳐서 만든 에코언니야는 환경을 사랑하는 부산의 사오십 대 주부들이 모여 어머니의 마음으로 친환경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버려진 폐현수막과 헌 천을 리폼하여 생활용품으로 만들기도 하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활동 또한 활발하다. 에코언니야의 정재영 팀장은 수많은 친환경적 활동들을 통해 앞으로 좀 더 많은 일반 시민들에게 에코언니야의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부산의 다른 착한 기업들을 소개하는 데에도 힘 쓸 것이라고 한다. 부산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대표적 친환경 사회적 기업이 되도록 언니야들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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