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노인을 방치하는 사회
빈곤 노인을 방치하는 사회
  • 대학신문
  • 승인 2014.11.23 0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승호 박사수료
사회복지학과

 우리 사회에 절반에 가까운 노인이 빈곤에 처해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지 벌써 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노인의 삶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열악해지는 것 같다. 지난 4년 간 노인의 자살률이 2배 이상 올랐다는 어느 국회의원의 보도자료도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자살 동기란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안정적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만 또 되풀이되었다. 국민연금제도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기존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기초연금제도까지 더해져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나름의 노후안전망을 잘 갖춘 것처럼 보이는데, 왜 노인 빈곤율이 감소하지 않고 노인 자살이 늘어나는 걸까?
 노후안전망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제도들이 노인빈곤을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기의 적립금에 기초하여 급여대상과 수준이 이미 정해져있는 국민연금은 논외로 하고, 이미 빈곤에 처한 노인의 소득보장에 있어서는 기초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와 노인빈곤의 해소를 목적으로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은 최근에 기초연금으로 이름을 바꾸고 급여수준도 조금 늘렸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가 정작 가장 가난한 공공부조 수급 노인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소득이 올라가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요건에서 탈락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받은 기초연금만큼 기초보장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이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하던 것을 차치하더라도, 법으로 명시한 제도의 목적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문제이다. 빈곤 노인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니, 노인빈곤이 감소하지 않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은 최후의 사회안전망을 자처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급기준인 최저생계비의 정의를 보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비용 이외에도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누리기 위한 비용까지를 포함한다. 하지만 기초보장 수급가구 중에는 생존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장수준이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이만큼의 급여마저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녀 가운데 한 명이라도 부양능력이 있다고 판정된 노인의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서 기초보장 수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자녀로부터 일정 수준의 부양을 받고 있을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는데, 실제 부양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겠다고 말만 멋지게 해놓고, 노인이 빈곤한 것은 부양을 하지 않은 자녀 때문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셈이다.
 노인 자살의 증가는 계속된 빈곤으로 희망이 사라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노인들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 시간의 경험은 노후안전망의 제도적인 틀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각각의 제도들이 그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부분들을 조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차례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미루는 것은 빈곤노인의 자살을 계속해서 방치하겠다는 판단과 다르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