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출신 음악인 ④밴드 '모노반' 첼로 연주자 '조지 더 햄'

밴드 ‘모노반’의 첼리스트 조지 더 햄 씨가 지난 18일(화) 서울시립미술관의 공연무대에 멤버들과 함께 올랐다. 낯선 외국인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악기와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독주자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밴드 모노반에서 연주와 작곡을 담당하고 있는 조지 더 햄 씨를 만나봤다.

▲ 첼로 연주에 몰입 중인 햄 씨. "첼로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그렇지만 이런 노력 끝에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야말로 첼로의 매력이죠."

사진: 장은비 기자 jeb1111@snu.kr

◇첼로와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다=햄 씨가 음악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에 다니던 10살 무렵이었다. 학교 음악시간에 클래식 악기를 연주할 기회가 있었던 그는 여러 악기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바이올린부터 피아노까지 다양한 악기들이 있었지만 그가 첫눈에 반한 것은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첼로였다. 햄 씨는 “다른 현악기도 많았지만 어렸을 때 자신의 키에 달하는 큰 첼로를 보자 꼭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첼로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햄 씨는 첼로를 연주할 때 곡에 따라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기보다는 선율 그 자체에 집중한다. 곡을 쓸 때도 첼로의 선율이 두드러지게 작곡한다. 햄 씨는 “음악적 영감을 얻을 때 누군가는 특정 소재나 자신이 느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며 “그렇지만 나는 첼로의 현의 떨림과 손의 기교를 사용해 나는 소리 자체를 가지고 곡을 쓴다”고 말했다. 이후 10년간 첼로 독주자로 활동하며 무대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고 이따금씩 다른 연주 팀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스무 살 때 갑자기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해 첼로와 잠시 이별을 한 적도 있었다. 요리학교를 2년간 다닌 햄 씨는 전문 요리사가 되고자 식당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4개월 만에 다시 첼로를 잡았다. 요리가 매력적이긴 했지만 ‘그것을 잘 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든 것이다. 햄 씨는 “내가 진정으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곧 좋아하는 일이었고, 그것이 바로 연주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느낀 밴드음악의 매력=2012년 햄 씨는 한국에 살고 있는 친척을 만나기 위해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친척만이 아니었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의 눈엔 홍대에서 자유롭게 버스킹을 하던 밴드들이 비쳤다. 밤이면 언제든 찾아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수많은 라이브클럽들도 인상적이었다. 햄 씨는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가득한 곳이었다”고 한국에서 느낀 첫인상을 이야기했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밴드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를 통해 햄 씨는 밴드음악에 대해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그는 “밴드음악은 클래식의 ‘완벽한 연주’를 위해 늘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마음껏 담아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밴드음악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햄 씨는 기타연주자인 장대원 씨와 카혼을 치는 이지환 씨를 만나 밴드 모노반을 결성했다.

햄 씨가 한국과 모노반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모노반의 멤버들은 최대한 많이 대화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장대원 씨는 햄 씨와 함께 했던 일 중 ‘버거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앨범 제작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던 차에 햄 씨가 자신이 요리사로 일했던 경력을 십분 살려 관객들에게 햄버거를 판매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마침 장대원 씨 지인의 도움으로 ‘인디아트홀 공’에서 버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장대원 씨는 “처음엔 미국식 햄버거가 한국사람 입맛에 맞지 않을 거라고 우려했다”며 “하지만 햄 씨의 출중한 요리실력 덕에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혼자 하는 음악에서 함께 하는 음악으로=햄 씨가 활동하는 밴드 모노반은 클래식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첼로와 밴드음악에 쓰이는 기타, 그리고 타악기로 구성돼 악기들의 성향이 서로 이질적이다. 그러나 이 악기들을 조합해 더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곡이 ‘Dandelion’이다. 이 곡의 리프*는 햄 씨가 직접 만든 것이다. 그의 리프에 이지환 씨는 드럼 비트를 더했고 장대원 씨는 가사를 붙이며 곡을 계속 논의했다. 비트는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가사는 어디를 고쳐야 할지 상의하며 곡을 만들었다. 장대원 씨는 “햄 씨가 모노반에 들어오면서 클래식한 느낌과 풍부한 사운드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햄 씨 또한 모노반에서 활동하며 음악관에 큰 변화를 겪었다. 솔로 활동을 하며 연주할 수 있는 음악 외에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함께 연주하며 화합할 수 있는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전에는 솔로로 활동하며 연주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서로 뭉칠 수 있는 음악도 상당히 매력적이다”고 밝혔다.

앞으로 햄 씨가 하고 싶은 음악은 점진적이지만 자연스럽게 화합할 수 있는 음악이다. 그는 “서로 다른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있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독창적인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도 그는 모노반 연습실에서 ‘하나가 되어가는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프: 하나의 악절 길이로 된 음들의 조합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